지난 주말 집에 다녀왔다.

그 전날, 항상 다니던 미시령을 관통하는 터널이 임시개통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고, 우리들은 당연히 그 터널이 궁금했다. 미시령은 대관령이나 한계령보다 거리는 짧지만 더 험해서 초보들은 운전하기가 까다롭고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시속 40km 이상 속력을 낼 수 없다. 미시령을 넘는데 보통 30~40분 정도 걸리는데 앞에서 초보가 벌벌 기기라도 하면 추월이 불가능하니까 대책없이 밀리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눈이 조금만 오면 가장 먼저 통제되는 길이기도 하다.

터널은 깔끔하고 길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길다 한다. (3.69km) 시속 90km의 속력으로 (이제 운전 경력 1년 6개월의 친구는 과속이 취미다.) 3분이 채 안 걸린다. 터널 밖으로 빠져나오니 익숙한 길이 펼쳐졌다. 여기까지 오려면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이나 돌아야했는데! 우와, 굉장하다! 친구랑 놀라움의 탄성을 질렀다.

 




이 터널을 뚫는데만 1,000억원이 들었다 한다. 그래서 30년간 통행료를 받을 거란다. 얼마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들리는 말로는 3000원 내외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공사 하면서 환경 평가는 제대로 했을까. 뭐 하긴 했겠지. 하지만 어떤 잡음도 듣지 못한 걸 보면 천성산처럼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진 않았나보다. 지역 주민들에겐 서울까지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어쩐다 하는 말이 그대로 먹혔을테니까. 경제 문제가 아니더라도 툭하면 통제되는 위험한 길보다야 안전하고 빠른 길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으로는 환경 문제 등등은 어떻게 된 걸까 궁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만든 걸 어쩌랴 싶기도 하고, 좀 더 편하게 집에 오갈 수 있게 되어 반갑기도 하다. 만일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하고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가 나와서 이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면 난 어느 편을 들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미시령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귀향을 실감하는 일이 이제 더는 없을 거라는 사실이 조금 섭섭한 정도일 뿐,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미시령 길가의 식당과 건어물상이 모두 망한다고 우는 소리를 해도 그건 그들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까 온갖 종류의 개발 공사는 어쨌거나 진행될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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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5-1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널 통과료가 3000원이나 한다고요?
전 그냥 미시령으로 다닐래요.스릴있고 재미있고 돈도 절약되고..

urblue 2006-05-1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리는 얘깁니다. 어찌될지는 아직 모르지요.
그치만 3000원 하더라도 기름값이랑 브레이크 라이닝 닳는거랑 생각하면 통행료가 더 쌀 수도 있어요. 친구들은 분명 터널로 다닐텐데 제 동생 같으면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하늘바람 2006-05-1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전 터널 속에 오래 있음 웬지 무섭더라고요

하루(春) 2006-05-1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댁이 속초쪽인가 봅니다.

반딧불,, 2006-05-1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이 좋던데요..

Mephistopheles 2006-05-1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니셜 D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고개길을 탈지도..?? (뭔소리야.?)

비로그인 2006-05-1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미시령에 터널이 뚫렸군요 그 꼭대기에서 그림그리며 벌벌떨던 기억이 있는데..^^
어쨌든 제겐 부산보다도 먼 곳이라 그 쪽 다녀온지 십삼년인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추억이 많은 곳이라 늘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 한국가면 움직이기가 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