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이 급한 건 아니지만, 나는 한 번 생각한 건 그 자리에서 해 버려야 개운하다. (그게 성질 급한 건가..? -_- ) 아예 미뤄버릴 일이라면 모르지만 이왕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당장 마무리짓고 치우는 쪽이 속 편하기 때문이다. 움직일 때는 후다닥이다. 잘 못하고 익숙치 않은 일을 할 때야 어쩔 수 없이 느리게 움직이게 되지만(처음 자취 시작하고 몇 년간은 밥 한 번 먹으려면 보통 2시간 이상 걸렸다.), 이미 몸에 익은 일은 당연히 몸이 먼저 반응하니까 느린 걸 잘 견디지 못한다. 남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도 보기 싫고, 뭐가 되기를 기다리느니 내 손으로 직접 해버리고 만다. 가전 제품이든 뭐든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도 별로 없고, 웬만한 건 설명서 대충 읽어보는 것으로 조작, 설치가 가능하다. 게다가 혼자 오래 살았잖아. 누군가 챙겨줄 사람 없으니 당연히 혼자 알아서 할 수 밖에.

 

이사를 하면서도 이런 기질은 그대로 드러났다. 뭘 어떻게 할지 계획하고 준비하는 건 모두 내 몫이었으니까. 내가 세워둔 일정에 애인은 시간 내어 맞춰주었다. 물론 그것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그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이사를 하고 나서, 집 안의 이런 저런 소소한 물건들을 바꾸고 어쩌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 때문에 바쁜 애인은 늦게 들어오거나, 집에 있어도 일로 걸려오는 전화통 붙들고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러면 난 애인이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다 해버린다. 화장실의 망가진 휴지걸이와 변기커버도 애인이 통화하는 사이 내가 교체했고, 싱크대 선반의 나사도 절반쯤은 내가 박았다.

 

며칠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발이 택배로 도착했다. 그 날도 애인은 야근. 10시나 되어야 들어온다고. 그러니 뭐 기다릴 일 있나. 망치 꺼내 들고 못 박고 걸었다. 나사못이라 망치질 몇 번 해 주고 손으로 돌려서 끼워 넣으면 되니 엄청 간단하다. 퇴근한 애인은 그냥 두면 와서 할 텐데, 라고 말했다. 혼자 할 수 있는데 뭐. 혹시 이런 걸로 서운해 하려나? 설마.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가능한 사람이 하면 되지. 집안 일에 네 일 내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내가 건 발이다. 왼쪽이 높이가 안 맞아서 가운데가 조금 벌어진다. 그치만 그 정도야 뭐!

커튼을 별로 안 좋아해서 뭘로 창문을 가릴까 고민하다 선택. 걸고 나니 이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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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뻐요^^ 저는 님이 딴지걸었다는 줄 알았어요^^;;;

urblue 2006-04-1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그렇군요. ^^;;

라주미힌 2006-04-1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발...
저도 물만두님과 같은 생각이었어욤.. ㅎㅎㅎ

저는 5개월째 커튼을 젖혀본 적이 없답니다.
워낙 밤에만 집에 들어가서 ^^;;;

urblue 2006-04-1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은 그냥 걸어만 놓으면 되니까 귀찮게 젖힐 일도 없지요. ^^

sooninara 2006-04-1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도 이쁘고..쇼파하고도 가구 색하고도 어울리네요.
저도 남편 기다리다가 지쳐서 혼자 일 다해요..ㅠ.ㅠ

Mephistopheles 2006-04-1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으론 걸어오는 남친을 발을 걸어서 자빠트리는 내용인가 하고 왔잖아요~~

urblue 2006-04-1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기다리다 지치느니 혼자 뚝딱 해치우는게 맘이 편하지 싶어요. 오늘은 제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집에 일찍 들어가서 청소해 놓으라고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ㅋㅋ

메피스토님, 무,무슨~~~ 애인한테 그럴 일 없다구요~~~

sudan 2006-04-1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대 이불 색깔 제꺼랑 똑같아요. 같은 건가. 히힛.
전에 올리신 서재 사진 보면서요, 창문에 암것도 안하셨길래 얼블루님은 아마 커텐 싫어하실텐데, 뭘로 하실려나 혼자 (아줌마처럼! ㅎㅎ) 궁금해했었는데.

urblue 2006-04-1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커텐 싫어하는 거 어떻게 알았죠? 음, 너무 많은 걸 아시는군. -_- 서재 방 두 군데는 암것도 안 걸려구요.
침대 이불 색깔 똑같다니 반갑군요. 저거랑 같은 디자인으로 파란색도 했어요. ^^

날개 2006-04-1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 사진을 볼때까지 발걸기가 그 발걸기인지도 모르고..
음~ 혼자서 다 하다가 폭발했다는 얘기구나.... 라고 마구 상상을.,..흐흐흐~
근데 말이죠.. 가끔은 느긋하게 기다리기도 하세요..^^ 혼자서 다 잘한다 싶으면 남자들은 점점 게을러지더라구요...
물론, 울 집처럼 형광등 일주일째나 안갈고 버티기하면 곤란하지만서도..으하하하~

urblue 2006-04-1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혼자서 이것저것 하다가 폭발할 것 같으면, 애인에게 발을 걸도록 하지요. ㅋㅋ 설거지랑 청소하는 거 보고 있음 답답하니까 안 보려고 해요. 자꾸 해 봐야 늘겠죠? 게을러지지않게, 열심히 시켜야죠. ㅎㅎ

Koni 2006-04-1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만 보고 발 걸어 넘어뜨리다의 발 걸기인 줄 알았어요.^^
발이 참 이쁘네요.

urblue 2006-04-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여러분이 그러시는 거 보니까 제가 제목을 잘못 쓴 거로군요.
어쨌거나 발은 이쁘죠? ^^

ceylontea 2006-04-1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걸기.. ㅋㅋ.. 저도 왜 발을 걸었나 했더니.. 그 발이 저 발이군요.. ^^

urblue 2006-04-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저런 발 쓰는 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발'이라고 하면 문발을 떠올리기가 어렵게 된게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