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려고 한 지가 한참인데, 그 동안 방이 빠지지 않아 기다리고만 있었다. 가을에 결혼을 할 계획이니 오히려 그때쯤 방이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주말 덜컥 계약이 되어버렸다. 기한은 한 달 정도.
두 번 이사할 수 없으니까 이 참에 아주 신혼집(이라고 말하니 쑥스럽다.)을 구하기로 애인과 합의를 봤다. 결혼은 가을이니까 느긋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말 그대로 결혼 준비라는 걸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직 엄마한테 인사도 안 드렸다. 그렇지만 뭐 반대 안 하시겠지.)
이번 주 내내 저녁마다 집을 보러 다녔다. 나의 주 활동 무대 근처로 옮기려고 했으나, 가격이 적당하면 집이 마음에 안 들고, 집이 마음에 들면 너무 비싸다. 이럴 때면 또 어쩔 수 없이 없는 자의 비애를 느껴버린다.
오늘은 조금 외곽으로 나가 보았다. 외곽이라니까 무슨 시골 같지만, 월드컵경기장 근처다.
처음 전화하고 찾아간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40대 여자분인데, 나를 앉혀놓고 여기저기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그 동네 나와 있는 집을 전부 알아봐주셨다. 신혼이니까 깔끔하고 좀 넓은 데여야 한다고 알아서 정리까지 딱 해주시는데, 어제까지 다녔던 곳들과는 엄청 비교가 된다.
동네를 바꿨더니 확실히 좀 낫다. 어제 본, 마음에 들었던 집보다 더 넓은데 집값은 더 싸다. 네 곳을 보고, 그 중 한 곳으로 결정했다. 방 세 개에 부엌 겸 거실도 꽤 넓직하다. 방 두 개가 같이 있는 창 쪽으로는 건물이 없어 무척 훤하다. 싱크대도 여태 본 중 가장 커서, 애인의 말로는 자취집이 아니라 정말 살림집 분위기가 난단다.
아예 계약까지 끝내버렸다. 위층에 산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엄청 호탕한 성격이다. 분명하고 시원시원한 것도 좋다.
공원, 할인점, 극장이 가까이 있는 것도 편하고, 동네를 돌아보니 제법 큰 재래 시장도 있다. 이런 재래 시장을 서울에서 보다니, 엄청 반갑더라. 나의 주 활동 무대랑도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으니 이만하면 대 만족이다.
며칠 피곤하고 우울했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가구와 가전제품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건 대충 생각해 놓았으니 별로 오래 시간걸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나저나, 매일 저녁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편의점에 도착해있는 책을 자꾸 잊어버린다. 내일은 애인이랑 우리 엄마한테 인사드리러 가는데, 그럼 모레나 찾아야겠군. 에구구...피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