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눈뜬 자들의 도시
현재의 추세대로 연간 약 50~60권의 소설을 앞으로 한 30년쯤 더 본다고 하면 적어도 1,500권쯤 읽게 된다. 그렇더라도, 언제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내 평생의 소설 중 하나로 꼽을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만큼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 작품에서 나는 작가의 희망과 의지를 보았다. 모두가 눈먼 곳에서도 누군가 눈을 뜨고 있으면, 그로 인해 인류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 눈뜬 자가 되기 위해,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 (http://www.aladin.co.kr/blog/mypaper/540243)
그런데, <눈먼 자들의 도시>로부터 9년 만에 나온 후속편에서 작가의 시선은 변했다. 눈뜬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당연한 듯 희망의 메시지를 기대하며 책을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눈앞에 두고 할 말을 잃었다. 20세기 초에 태어나 21세기까지 80년을 넘게 살아온 노작가의 눈에 비친 현실은 희망과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리바이어던인 것일까. 아니면, 몇 년 새 내가 변해서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