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집 도다리쑥국

지난 토요일 충무집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으면서...
말도 안되지만, 이거 집에서도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재료라고는 달랑 도다리와 쑥 밖에 없고 양념도 된장 뿐인 듯 하니 얼마나 간단한지.
뭐, 재료랑 양념이 적게 들어갈수록 맛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은 잠깐 잊어버리는거다.
남편은, 내가 집에서도 쉽게 끓일 수 있으면 충무집이 장사가 잘 되겠냐고 했다.
그것도 맞는 말.
그렇다고 포기할쏘냐! 불끈!

시장의 보통 야채 가게에는 쑥을 팔지 않는다.
한쪽에 좌판을 펼친 할머니가 직접 캐셨다며 대야 가득 쑥을 담아 놓고 파신다.
한 바가지에 2,000원인데, 쑥 캐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미안해질 정도로 많이 주신다.
도다리쑥국을 서너번은 끓이겠다.

우리 동네 시장에는 생선 가게도 많다.
첫번째 집에는 도다리가 없었지만 두번째 가게에는 쌓여있다.
큰 건 7,000원 작은 건 5,000원이라는데, 작은 것도 충무집에서 먹은 것보다 크다.
국 끓일거라고 했더니 내장만 빼고 머리까지 깨끗하게 다듬어 주신다.

맹물에 된장을 풀고 팔팔 끓인다.
도다리를 넣고 또 팔팔 끓인다.
다진 마늘 넣고 소금으로 간 한다.
먹기 직전 쑥을 한 움큼 집어 넣고 살짝 익힌 후 불을 끈다.
끝.
정말 간단하다.



내가 끓인 도다리쑥국


남편은 "객관적으로 먹을만 하다."는 평을 내 놓았다.
내가 흘겨보자 칭찬이라고 서둘러 덧붙인다.
흥.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건 아마 된장인 듯 하다.
충무집 건 좀 더 맑은 색 국물에 시원한 맛이 더 난다.
시어머니 된장도 맛없는 건 아니지만 그 맛은 아니랄까.
국물 색을 맞추려다보니 된장이 좀 적게 들어간 것도 같고.

한번 더 해 보면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주일에 도다리쑥국을 세 번이나 먹을 것도 아니고,
이만 내년을 기약하련다.



남은 쑥으로 쑥버무리를 만들었는데 완전 실패다. 먹지도 못하고 버렸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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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4-1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집집마다 도다리쑥국 때문에 난리네요.

비로그인 2007-04-1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그러게 말입니다 :)
근데 정말 먹고싶어지는 페이퍼네요 ^^
이젠 프로주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블루님 :)

향기로운 2007-04-1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배가.. 고프네요..^^;; 도다리쑥국.. 만들어 먹고픈데.. 자신감이 부재중이에요^^;;

2007-04-1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토랑 2007-04-1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게 맛나나요.. 가두 가보고 싶은데요

sudan 2007-04-1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호칭의 변화가! (페이퍼 내용과는 상관없이. ^^)

urblue 2007-04-1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게 좀 맛있더라구요. 집집마다 난리날만 합니다. ^^

고양이님, 에..설마 프로라뇨.. 별로 맛없으면서 향만 강하게 풍기는 채소같은, 뭐 그런 주부 아닐까요? ^^;

향기로운님, 저도 했는데 무슨 말씀을. 자신감이 부재중이면 그냥 먹고 싶은 욕심으로 만들어 보셔도 될 것 같은데요. ^^

속삭님, 그러게요, 정말 대단한 도전이었지요. 왜 그런 무모한 도전을 했을까요? 엄마는 굉장히 쉽게 말씀하셨는데, 역시 그게 아니었던 거여요. 흑흑. 한번 더 해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답니다.

속삭님, 넵, 꼭 해보시고 맛이 어떤지 알려주세요.

토토랑님, 광화문에서는 가까우니까 한번 가보시지요. 근데 쑥이 안 나면 더 이상 안 한답니다. 서두르셔야할 듯.

수단님, 호칭의 변화가 생긴지 쫌 된 것 같구만, 이제서야! 그동안 뭐하셨어요? 얼굴도 안 보이시고. 흥.

ceylontea 2007-04-1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먹고파요..전 그냥 가서 사먹을 생각만 했는데.. 도전하신 블루님 존경스러워요...

urblue 2007-04-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에..당연히 가서 사 먹었는데, 이게 쫌 쉬워 보이잖아요? 근데 역시 쉬운 게 아니었다는 결론이죠. ^^;

진/우맘 2007-04-1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생선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게 맛있나요?ㅎㅎ

urblue 2007-04-1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 왜 생선을 안 좋아하시는 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