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2년 태어난 바뤼흐 스피노자는 10대까지 암스테르담 유태인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20대 초부터 그는 새로운 형태의 신에 대한 생각을 공공연히 말하기 시작했다. . . 그의 신은 우주의 물리 법칙 그 자체였다. 그의 신은 사람들의 죄에는 흥미가 없었고, 그의 성서는 자연의 책이었다(60)
구약의 기도문은 사람들에게 매일 일상을 영위하는 모든 행동에서 주님을 떠올리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스피노자가 한 일이 바로 그것 아니었는가? 그는 사방에서, 만물에서 신을 보지 않았던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 중이든 자연의 모든 곳에 신이 있다고 보지 않았던가? . . . /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적에서 신을 찾지 마라. 기적이란 자연 법칙의 위반인 셈이다. 그런데 만약 그 자연 법칙을 쓴 것이 신이라면, 신이야말로 그 법칙을 가장 잘 이해하지 않겠는가? 기적은 자연적인 사건을 인간이 오해한 것뿐이다. 지진, 홍수, 가뭄에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신은 인간의 희망과 두려움이 투사된 존재가 아니라 우주를 존재하게끔 한 창조력일 뿐이고, 우리는 자연 법칙을 연구할 때 그 창조력을 가장 잘 접할 수 있다.(61)
스피노자는 성서는 신이 불러 준 내용이 아니라 인간들이 쓴 내용이라고 말했다. . . 주요한 전통 종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초자연적 현상은 조직화된 미신일 뿐이었다. 그는 그런 마술적 사고가 자유로운 사회의 시민들에게는 위험하다고 믿었다. / . . . <<신학ㅡ정치론>> 에는 이후 미국 혁명을 비롯한 많은 혁명이 핵심적으로 내세울 사상들이 담겨 있었다. 이를테면 민주 사회는 기본적으로 정교 분리 사회여야 한다는 생각이 그랬다. 그 책에는 저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고, 발행 도시도 가짜로 적힌 데다가 출판사도 가공의 출판사였다. 그런데도 스피노자가 저자라는 소문이 온 유럽에 퍼졌고, 그는 대륙 전체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물이 되었다. 스피노자는 1677년에 44세의 나이로 죽었다. 렌즈를 연마하느라 미세한 유리 먼지 입자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이었을 것이다.(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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