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2  매일 시읽기 75일


- 함민복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집에 있는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을 꺼내 들었다. 이런 이유에서. 

갯벌에 가지 않아도 나는 날마다 말랑말랑한 것을 만지고 산다. 신체 연령 열한 살, 정신 연령 여덟 살쯤에 이른 아들은 잠들기 전 엄마와 같이 누워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별일이 없는 한, 나는 그 시간을 때론 기꺼이, 때론 마지못해, 할애한다.

아들과 한 침대에 누워 말랑말랑한 살들을 만진다. 뽀독뽀독, 반들반들, 맨질맨질, 까슬까슬. 부위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겨드랑이와 가슴한복판 사이 젖가슴이다. 여기가 가장 말랑말랑하다. 아들은 깔깔대며, 그만 그만을 외친다. 어젯밤 아들이 도란도란 무슨 얘기 끝에 물었다.

엄마, 엄마는 뭘 잘 먹어요?
밥 잘 먹지. 
밥잘 먹지가 머에요?
밥을 잘 먹는다고.
아하!
너는? 너는 뭘 잘 먹어?
나는 엄마의 마음이요.
뭐? 뭘 먹는다고?
엄마의 마음이라구요. 
(우와~~~순간 감탄)
엄마의 마음은 무슨 맛인데?
꽃향기, 스테이크, 베이컨. 

꽃향기도 먹을 거던가??
아무튼, 너가 좋아하는 것들이네. 
그걸 요리할 때 나던 냄새, 
그 냄새가 엄마 맛이구나.
그 맛으로 엄마를 기억하겠구나
엄마 마음 먹고 자란다는 아이야
네 말을 들으니 내 마음
삐쭉삐죽 모난 곳들
무엇으로라도 툭툭툭툭 다듬어
조금이라도 둥글둥글 만들어야겠구나
네 말랑말랑한 마음이 
피 나지 않도록

말랑말랑한 힘을 가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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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1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건 뭐 너무 말랑말랑 하잖아요!!!!!😍

행복한책읽기 2020-12-14 11:13   좋아요 0 | URL
말랑말랑한가요. ㅋ 그 힘이 태평양도 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