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9 매일 시읽기 52일
저무는 가을
- 행복한책읽기
저무는 가을 다가선 겨울
가을과 겨울 사이 여러 색과 풍경이 공존하는 마당
눈이 즐거운 계절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때
시려서 따스함을 찾는 시기
나이 들어 좋은 것 하나를 꼽자면
계절을 있는 그대로 즐길 줄 알게 된 눈
가을이 저물어 간다
아쉬움 뒤로
잎새 떨군 벌거숭이 나무들이
내게 말을 건넨다
동무가 되어 줄게
8년 전 쓴 글이다. 딩동! 하고 SNS가 알려 주었다. 마침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울의 하루 강수량이 104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고 한다. 68.2mm
나이 들어 좋은 것 하나를 더 꼽자면, 계절 뿐 아니라 많은 것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한다는 점이다. 자의적 망상 속에 나를 가두지 않게 되었다는 것.
8년 전 세 살이던 아들이 열한 살이 되었다. 방과 후 집에 온 아들이 ˝엄마 선물이야˝ 하며 쑥 내민 진갈색 나뭇잎 한 장. 가을비에 촉촉이 젖어 있다. 그래, 너는 한참을 푸릇푸릇할 신록의 나무, 나는 푸른색 게워내고 제 속의 색을 드러내는 나뭇잎. 너는 봄. 나는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