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4 매일 시읽기 47일

김치
- 김기덕

하얀 속살 뽀드득 씻은 알몸의 
여리던 가슴
예리한 칼끝에 쪼개져
쑤셔 박히던 짜디짠 소금물통
간이 배어 적당히 세상맛이 들고
뻣뻣하던 줄기
부들부들 연해지거들랑
고춧가루 푼 비린 젓갈에 묻혀
숨막히는 항아리 속
부글부글 끓어도 함께 끌어안고 
사근사근 익어
한 겹 한 겹 쓰린 살을 비비며
새콤달콤 살다가
군내 나기 전에 
빈 항아리만 남기고는 가는 거라고
사시사철 밥상 위에 올라 
삶의 입맛을 돋군다


오늘은 김장하는 날. 그래서 김장 시들을 찾아보았더니, 놀랍게도 배추 김치, 총각 김치, 알타리, 파김치, 깍두기, 갓김치, 백김치 등등등 김치 관련 시들도 참 많더라.

내년엔 김장 독립에 도전해볼까 한다. 절이는 대신 절인 배추를 사서 김장을 해도 일 년 농사에 비유되는 김장에는 손이 많이, 아주 많이 간다. 힘들었고 후련하고 뿌듯하다.

김기덕 시인은 2000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열매들은 소리 지르지 않는다 1, 2』,『십자가 나무1, 2』,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낡아 보인다』, 시론집 『주역에서 시를 보다』,『상자 속의 수평선』이 있다. 타로시의 창시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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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1-15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맛있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