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8 
​<<그림자 노동>> 이반 일리치 / 노승영 옮김/ 사월의 책(2015)

나는 전업주부로 살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삶이 뜻대로만 흘러가던가. 상황상 3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살림과 양육은 해도 티가 안 나는 데 비해 안 하면 티가 엄청 난다. 대단한 일은 별로 없지만 자질구레하게 손가는 일이 정말 많다. 전업주부가 하는 일은 다른 집에서 하면 비정규직 노동이지만 자기 집에서 하면 무료봉사다. 들여다볼수록 부당한 면이 많아 보이는 전업주부. 그런 의문들 덕에 눈에 띈 책이 <<그림자 노동>>이다.

표지 그림 속 여인은 단정한 올림머리에 검정색 옷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찻잔과 접시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있다. 아마도 가장인 남편에게 줄 간식처럼 보인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말한다. ˝그림자 경제의 출현에서 내가 주시하는 점은, 임금으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시장으로부터 가계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 기여하지도 않는 노역 형태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새로운 비자급적 가내 공간에서 주부가 행하는 그림자 노동이 좋은 예다. 이 새로운 종류의 활동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임금 취득자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는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그림자 노동은 근대의 임금 노동과 더불어 나타난 현상이지만, 노동집약적 상품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조건으로 보자면 그림자 노동이 임금 노동보다 훨씬 근본적일 것이다.˝(9)

글이 쉽지 않다. 주부의 노동만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그림자 경제‘ 전반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1979년에서 1980년에 걸쳐 강연했던 원고들을 묶었다. 총 다섯 편이고 <그림자 노동>은 마지막 편이다. 이반 일리치의 글은 곱씹고 또 곱씹어야 겨우 이해할 수 있어 자꾸 밀쳐두게 된다. 그러다 다시 머리말을 읽고, ‘이반 일리치 전집을 펴내며‘라는 편집부의 글도 읽었다. 어려운데 재밌다. 찬찬히, 거북이 걸음으로, 산책하듯, 읽어나갈 생각이다.

˝상품의 끝없는 생산 및 소비에 의존하는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역생산성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가난의 현대화, 근본적 독점, 역생산성은 이반 일리치가 우리에게 남겨 놓은 귀중한 통찰입니다.˝(사월의 책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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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04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자 노동. 처음 들어보는 말이네요. 감정노동하고는 또다른 영역인 것 같네요.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행복한책읽기 2020-11-06 23:08   좋아요 0 | URL
이반 일리치님 글은 읽기 쉽지 않지만 현실 인식. 사고 확장을 도와줘요. 저는 계속 읽어보려고 하는 작가 중 한명이에요. 그림자노동은 그나마 접근성 용이한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