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had supposed (though never truly consciously) that a woman was only attractive insofar as she resembled a girl; that her attractiveness fell away, by degrees, through her twenties and thirties until it was buried by middle age; that the qualities that women sought were always the qualities they once had, a backward striving that was ultimately doomed to fail. He had supposed that men slept with women their own age only because they could not snare anybody younger, or because they were still married to the sweetheart of their youth; he had not supposed that weary, veined and pear-shaped women were attractive in and for themselves--they were a second-best, he had imagined, a consolation prize. Now, with a weak stirring in the nerve-wracked cavity of his chest, he saw this woman through a different lens. (The Rehearsal, p.79)
그는 (의식적으로 그랬던건 아니지만) 여자는 여자애를 닮은 한에서만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은 20대와 30대를 지나면서 점차 희미해지고, 종국에는 중년이 되면 세월에 묻혀 사라지게 된다. 여자들은 항상 그들이 과거에 가졌던 종류의 아름다움을 갈구하며, 그래서 회귀를 위한 그 노력은 결국 실패하도록 운명지워져 있다. 남자들이 자기 나이 또래의 여성들과 자는 것은 더 젊은 여자를 꼬실 수 없거나, 아니면 젊은 시절의 연인과 결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치고, 핏줄이 드러나 보이며 배 모양의 몸매를 한 여인들이 그 자체로 매력적일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기껏해야 2등, 감투상 정도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초조함에 텅 빈 가슴에 가벼운 동요를 느끼며, 그는 이 여인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았다. (The Rehearsal, p.79)

확실히 나이를 먹으면서 이성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게 된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테니 일반화하긴 뭐하지만, 나의 경우는 확실히 20대 초중반만 해도 30대 이상의 여성들은 아예 '이성'이라는 범주로 바라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봤다기보단 그냥 내 관심이 나보다 동년배이거나 그 아래의 이성에게 쏠려 있었다는게 더 정확하겠지만. 

그러다가, 20대 후반에 몇 살 연상과 사귀었었다. 그녀는 이미 30대의 나이. 동안이라 어려 보이긴 했지만(그리고 그녀 역시 어려 보이고 싶어했지만), 내가 그녀를 좋아했던건 어려보여서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아예 어린 사람이랑 사귀지 왜 '어려 보이는' 사람을 만나겠는가. 그녀 자신은 여전히 20대의 아름다움을 갈구하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 와서 분명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는 30대였기 때문에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그 아름다움을 사랑했다.

그녀는 어떻게 웃어야 눈이 예쁘게 웃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그녀는 싫어했지만, 웃을 때 눈가에 생기는 주름은 그녀가 가장 예쁘게 웃을 때만 나타나는 것이었다), 어떤 옷과 장신구가 자신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마르고 다소 거칠었지만, 그 손짓에는 매혹적인 능숙함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내 어리광을 받아주었고, 내게 어리광을 부리며 균형을 맞출 줄 알았다. 그녀가 30대가 아니었다면, 과연 그녀에게 그런 아름다움이 있었을까. 그녀가 30대가 아니었다면, 과연 나는 그녀에게 매혹되었을까.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 책을 읽다가, 문득 그녀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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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충격적인 고백~~

turnleft 2010-09-08 10:45   좋아요 0 | URL
그닥 충격적일 건 없는 것 같은데요.. ^^;;

비로그인 2010-09-08 15:13   좋아요 0 | URL
턴님 방에서 개인적인 신상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없어서...
이 글 자체가 충격적인 고백처럼 느껴졌어요.

turnleft 2010-09-09 02:11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신비주의를 고수하긴 하..쿨럭;;

치니 2010-09-0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onsolation prize 를 감투상으로 번역한 센스! 돋보입니다.

음, 나이만으로 사람의 매력을(여자든 남자든) 구분하고 규정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죠 ~ :)

turnleft 2010-09-08 10:46   좋아요 0 | URL
음, 근데 어렸을 때는 진짜 그걸 몰랐어요. 내 나이 근처라야 매력을 느꼈다니까요;;

무해한모리군 2010-09-08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고 더 매력적으로 변한 친구들도 많이 있어요. 분위기라는 표정 말솜씨가 멋지게 변해버린거죠!

turnleft 2010-09-08 10:4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그 중 하나? +_+
그나저나, 요즘 왜 이리 뜸하신가요?

무해한모리군 2010-09-08 13:54   좋아요 0 | URL
요즘 전세집이 안빠져서 아주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
책이 손에 잡히지를 않는 상황이죠..
제 전재산이거든요 ㅠ.ㅠ

turnleft 2010-09-09 02:16   좋아요 0 | URL
어이쿠.. 진짜 골치 아프겠어요. 임대차 보호법으로 계약 만료 후 전세금 안 빼주는거 이자 물게 만들어야 한다니까요 ㅠ_ㅠ

다락방 2010-09-0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오면 제가 좋아할 것 같다던, 바로 그 책이군요!

그런데 말씀하신 그런 여성이라면, 30대가 아니라 20대, 40대였어도 사랑에 빠졌을 것 같은데요!
:)

turnleft 2010-09-09 02:18   좋아요 0 | URL
제 경험으론 20대는 절대로 저렇게 될 수 없어요. 연륜과 경험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저런 아름다움은 단연코 30대 혹은 그 이상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봅니다. 제가 아직 40대의 아름다움은 잘 모르겠지만요.. -0-

무스탕 2010-09-08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달달해... ^///^

전 집나가면 아가씨로 돌변(!)하는 40대에요. ㅎㅎㅎ

turnleft 2010-09-09 02:18   좋아요 0 | URL
집 밖에선 정성이 누님으로 불리신다고 들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