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주말 책쇼핑 이야기. 잠시 들른 Barnes & Noble 에서 줌파 라히리의 Unaccustomed Earth 양장본을 $6.88 에 건졌다. 정가는 $25. 특가 세일 책들 사이에 놓여 있었는데, 계산하던 점원이 이런게 있는 줄 몰랐다면서 자기도 한 권 챙겨야 겠다더라. 예상치 않게 줌파 라히리의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Outlet Mall 에 들렀다가 Book Warehouse 라는 곳에 들어가봤다. 소설 코너에 가니 가격이 무려 4권에 $15 !!! 책 상태가 조금 지저분하긴 했지만 최소한 중고는 아니니 낙서 등은 없는 책들이라 잠시 열광 모드에 들어갔으나... 맘에 드는 책 4권을 찾을 수가 없었다.. OTL. 하진의 Free Life 와 돈 드릴로의 Cosmopolis 까지는 골라냈는데, 나머지 책들은 도무지 정보가 없어 뽑아 들 수가 없더라 ㅠ_ㅠ 결국 포기하고 빈손으로 귀가. 

어쨌거나, 세상에는 책이 참 많다는 새삼스런 결론. 하지만 좋은 책은 그리 흔치 않다.

Stories
- 단편집 / Neil Gaiman, Al Sarrantonio 편집 / William Morrow 

여러 작가들의 미발표 단편 27 편을 모은 단편선집이다. [American Gods]의 작가 닐 게이먼이 editor 로 참여했는데, 주로 판타지 문학의 성격을 가진 작품들을 모았다고 한다.(책 전면에 굳이 편집자의 이름을 강조해 내세운데는 다 이유가 있을게다) 이런 단편선집이 으례 그렇듯, 새로운 작가들을 찾는데 좋은 소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챙겨 보시길. 


The Secret Lives of Baba Segi's Wives
- 소설 / Lola Shoneyin / William Morrow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한국과 맞붙은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중심 인물은 Baba Segi 의 네번째 부인으로 들어가게 된 Bolanle 이지만, 일부다처제의 가정에서 벌어지는 부인들간의 알력과 각각의 심리 상태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다처제라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가족 형태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The Thousand Autumns of Jacob de Zoet
- 소설 / David Mitchell / Random House 

꽤 흥미로운 역사 소설이다. 19세기 초 아직 쇄국 상태에 있던 일본에서 유일한 외국 교역 사무소(? outpost)였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일본지국(?)을 배경으로 한다. 주가 되는 스토리라인 외에도 19세기 초엽의 일본의 문화와 사회, 그리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배합되어 있을 것 같다. 아마존 7월의 Best Book 선정.


Mr. Peanut
- 소설 / Adam Ross / Alfred a Knopf Inc. 

한 여성이 부엌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다. 그녀의 목구멍에서는 땅콩 한 알이 발견되었고, 사망 원인은 땅콩 알러지에 의한 쇼크사. 그녀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의혹의 눈길은 자연스래 그녀의 남편에게 향하게 되는데... CSI 에서 나옴직한 소재의 추리 소설이다. 요즘 이런 범죄물이야 꽤 흔하긴 하지만, 이 책은 인간 심리 깊숙한 곳의 어두운 것들을 끄집어낸다고 하니 여름독서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Blind Descent : The Quest to Discover the Deepest Place on Earth
- Nonfiction / James M.Tabor / Random House 

위의 Mr. Peanut 에 이어 서늘한 여름 독서로 즐길 수 있는 논픽션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땅 속 가장 깊은 곳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기록한 책.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심연을 향해 내려가는 이 여정은 인간 본연의 공포와 맞닿아 있는 경험으로 보인다. [지저 세계로의 여행]과 같은 낭만적 판타지가 아닌, 진짜 리얼한 지저 세계를 만나보자. 


WAR
- 르포 / Sebastian Junger / Grand Central Publishing 

[Perfect Storm] 으로 거대한 자연의 힘과 그 앞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내었던 르포 작가 Sebastian Junger 가 이번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전쟁의 일상을 르포로 담아내었다. 전쟁을 미군들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기록한다는 점에서 그 일면만을 담을 위험이 있겠지만, 능력 있는 르포 작가가 잡아낸 전쟁의 날얼굴은 충분히 일독을 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
- 생명윤리 / Rebecca Skloot / Crown Pub

아마 암 연구나 제약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HeLa 세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0 회 정도의 분열 후에 수명을 다하는 일반 세포들과 달리, 헬라 세포는 무한정 분열이 가능해 연구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헬라 세포는 원래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Henrietta Lacks 라는 여성의 몸에서 채취된 암세포다. 문제는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이 헬라 세포를 이용하여 약을 개발하고 막대한 이윤을 얻어 왔음에도, 정작 Henrietta 의 가족들은 이윤의 일부는 커녕 20여년이 지나기까지 그녀의 신체 일부(세포들)가 세상에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 이 책은 세포 자체가 아닌, 그 세포의 원래 주인이었던 Henrietta 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생명공학에서의 윤리 문제를 다시 한 번 꺼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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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0-07-0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avid Mitchell의 소설이 흥미롭네요! 마지막 책은 항상 관심있어하는 주제이구요.
^^
잘 지내고 계시죠? 여긴 너무 덥네요ㅠ.ㅠ

turnleft 2010-07-09 03:32   좋아요 0 | URL
'천번의 가을'이라.. 멋지죠?

미국도 전역이 폭염 주의보가 내린 상태입니다. 다행히 시애틀 쪽은 건조해서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해요. 게다가 사무실에만 있으니 에어컨 바람에 감기 조심해야 할 지경..;;

덥다고 너무 찬거 드시지 마세요~

Alicia 2010-07-09 11:37   좋아요 0 | URL

네.^u^ 체온유지를 잘해야 건강하대요. 그런면에서 음료는 커피보다 홍차가 더 좋다고 하네요. 미국은 한국식당이 많아도 아주 맛있는 곳은 값이 비싸다면서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귀찮아도 이것저것 집에서 만들어먹는다는데 턴님은 먹는걸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더울때일수록 맛난 음식 챙겨드세요.^^


turnleft 2010-07-10 03:08   좋아요 0 | URL
안타깝게도 먹는걸 즐기지는 않아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 앞에 있어도 제 배가 차면 식욕이 뚝 떨어지죠. 덕분에 체중도 안 불고, 전반적으로 건강한 체질을 유지하고 있으니 불만은 없어요 :)

hnine 2010-07-0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마지막 책에 대한 소개는 한번 읽고 넘어가지 못하고 자꾸 읽어보게 되네요.
저도 잘 모르지만 그런 경우 그녀의 세포를 이용해서 생긴 이윤의 일부가 그녀 가족들에게 보상금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어요.
보상금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역시 생명 윤리 상의 문제 제기의 근거를 제공할 것도 같아서요.
오늘도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곳도 더운가요? 이곳은 본격적인 여름입니다. 문득 Turnleft님의 시원시원한 사진 구경하며 허락도 없이 컴퓨터 바탕 화면을 이리 저리 바꿔대던 때 생각이 납니다.

turnleft 2010-07-09 03:3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가족들이 소송을 걸었는데, 법원에서 '권리를 주장하지 않은 신체조직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뭐 이런 논조로 제약회사들 손을 들어줬답니다. 사실 처음에 HeLa 세포를 배포한 사람은 무상으로 모든 연구자들이 쓸 수 있도록 했는데, 후에 제약회사들이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상업적 패키지로 만들었다고도 하네요. 암튼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Alicia 2010-07-09 16:04   좋아요 0 | URL

권리를 주장하지 않은 신체조직에 대해 사후에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라는 건 민사법에서의 실효의 원칙을 얘기하는 것같고..제약회사가 때로는 사람까지 죽여가면서 질병을 생산하고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알아도 손을 댈 수 없는게 가장 큰 문제이겠죠..

turnleft 2010-07-10 03:11   좋아요 0 | URL
흐흐.. 역시 전문가의 해설! 실효의 법칙.. 이해는 잘 안 가지만요 ㅠ_ㅠ
이윤와 윤리. 글자 생김새 자체가 정반대를 향하고 있잖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7-0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Thousand Autumns of Jacob de Zoet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
두 책에 눈길이 가네요.
내가 죽어도 내 몸의 일부가 그것도 제약회사에 돈벌이 용도로 사용되는 건 생각만해도 참 끔찍하네요 --;;

TurnLeft님 잘지내시지요. 그리웠어요.

turnleft 2010-07-10 03:15   좋아요 0 | URL
사실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지 않은가 싶어요. 장기 기증 등으로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 고귀한 선택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내 의지에 상관 없이 내 신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건 죽어서도 소름 끼치게 끔찍한 일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그리웠다니..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

무스탕 2010-07-0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세요. 왜 이리 발길이 뜸하셨었는지요. 보고팠어요. 홍홍~~

헬라세포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있어요. 20년이 넘도록 살아있는 세포라고요.
좋은 부분만 이야기 해 줘서 저런 뒷이야기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어휴.. -_-


turnleft 2010-07-10 03:16   좋아요 0 | URL
바쁘긴 했지만 제 느낌은 별로 자리를 비웠던 것 같지 않은데, 의외로 반가워 해주시는 분들이 많네요. 종종 자리를 비워야겠다는 생각도.. ^^;;;

라로 2010-07-0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urnLeft님 잘지내시지요. 그리웠어요.2 (유부가 말하는건 어째,,,긁적긁적)

Stories와 The Secret Lives of Baba Segi's Wives가 구미를 당기네요,,,이맘때쯤이면 여행을 가시지 않나요???사진기 둘러메고?^^ 님의 사진 본지가 천년은 되는듯~~

turnleft 2010-07-10 03:18   좋아요 0 | URL
사진기 잡은지 오래 됐어요. 올해는 휴가를 아껴 쓰고 있는지라 여행 계획도 불투명 하군요. 이 근방에서 갈만한 목적지는 로키만 남았는데, 가서 뽀님이랑 놀다 올까 하는 생각도 없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