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내려온 이후 외가 쪽을 쭉 도느라 며칠간 인터넷 접속을 못했네요.
밀린 글들 읽는건 일단 미뤄두고, 지난 수요일에 뵜던 분들께 못다한 말들을 이렇게나마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다들 너무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To. 혜경님
본의 아니게(?) 모임의 호스티스가 되셨던 혜경님. 평소 글처럼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를 보여주시더군요. 하지만 뭐랄까, 저는 혜경님 눈빛에서 그 날은 안 보여 주신 감춰진 열정 같은게 느껴졌어요. 차분, 우아 이런 단어들로 틀 지울 수 없는 에너지 말이죠. 언젠가 마음 맞는 분들과 단촐히 만나면 그 열정의 힘을 보여주실 때가 있을 것 같네요. :)

To. 마노아님
사실 저도 만화책 좋아해요. 요즘은 거의 못 보지만, 누나 덕에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많이 봤거든요. 추천 작품들 소개받고 싶었는데 일찍 가시는 바람에 기회가 없었네요. 다음에는 꼭 약속 잡지 말고 오세요 ^^; 직접 뵈니 마노아님은 천상 선생님이세요. 그 자분자분한 말투와 미소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가깝게 느껴지겠어요. 게다가 역사에 대해 가진 관심과 열정이 더해졌으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죠. 아직 터전을 확고하게 못 잡으셨지만 조만간 모두가 마노아님의 가치를 알아볼 거에요. 파이팅!!

To. 수암님
실은 알라딘 대문에 올라왔던 글 몇을 제외하고는 수암님 서재를 들여다본 적이 없어 잘 몰랐답니다. 진석이 사진을 몇 번 본 적이 있어 그나마 떠올렸네요. 제가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잘 나누는 편이 아닌지라 그 날도 화제거리를 찾지 못해 조금 서먹해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글로 자주 뵙고 해서 다음에 직접 빌 때는 말씀을 많이 들었으면 하네요. 아무쪼록 항상 건강하시길.

To. 가시장미님
이거 다른 분들이 삐지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날 만남에서 가시장미님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시원시원한 웃음에 싹싹한 말투며 태도까지, 반짝반짝 빛이 나시더군요. 사람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슬픔이 있다지만, 이젠 그 아픔도 삶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보듬으실 수 있는 것 같네요. 그래요. 우리 나이가 이젠 그럴 나이가 된 거겠죠? ^^; 자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오빠 동생하며 친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아쉽네요. 쓰리잡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항상 그 웃음 잃지 않기를.

To. 리사님
저는 정말 리사님 영화학도 이신줄 알았어요. 취미라기엔 그 깊이와 애정이 보통이 아니신데 말이죠. 다른 분들도 놀랐다고 하시잖아요. ^^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 실제 만나는게 조금 꺼려지신다면서도 그 날 나와주셔서 감사해요. 글로 만나는 사람들이다보니 아무래도 서로의 속내를 좀 더 알고 만나니 조금은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새 보금자리도 얼른 다시 구하시고(벌써 구하셨을려나?), 몸도 얼른 쾌차하세요~

To. Nabi님
제 비공식 팬클럽(^^;) 회장님! 멀리 대전에서 일부러 올라와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바람에 머리가 많이 날리셨어도, 그게 또 나비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지더군요. 좌중을 순식간에 리드하고 분위기 업 시키시는게 정말 대단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신 듯. 짧은 만남이었지만 온라인에서 보여주신 나비님 캐릭터를 유감 없이 보여주셔서 너무 즐거웠어요. 아마 이 글도 옆집 인터넷으로 몰래(?) 들어와 보실텐데, 왠만하면 얼른 인터넷 다시 다셨으면 좋겠네요. 아이 교육도 중요하지만 나비님이 밝혀주시는 알라딘 마을의 정신 건강도 중요한 사회공헌 아닐까요? ^^;

To. 푸하님
모임에서 처음 뵌 알라디너분. 타칭 '소눈'이라는 크고 맑은 눈이 인상적이었어요. 달변은 아니셨지만, 행동으로 드러나는 진중한 생각과 문제의식이 느껴졌어요. 늘상 말로만 깨어있는 저 같은 사람은 보고 배울 바가 많답니다. 미국 돌아가면 푸하님 서재를 쭉 정독해 봐야겠어요. 하지만 의외로 귀여운 행동들도 많이 하시고, 뜬금없는 질문들도 즐거웠답니다. 물론 장난이었지만(진짜 장난 맞죠? ㅋ) 술자리에서의 동성애 코드도 그리 안 어울리지는 않았답니다~ ^^;

To. 아프락사스님
알라딘의 젊은 철학자이자, 공인 꽃미남 아프락사스님. 과연 명불허전이더군요. 다만 저는 저금 더 몸집이 크신 분이라 상상했는데 아니더군요. 아마 드럼 때문에 생긴 선입견인 듯. 역시 같이 이야기 해보니 생각도 깊고 또 그러면서도 적당히 세속적인(?) 제가 딱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제가 한국에 있었으면 술친구 하자고 했을 듯. 언제나 올려주는 페이퍼 잘 보고 있고, 지금처럼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주길 바래요. 나중에 뭔가 한국사회에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때 내가 손을 내밀 지도 모르니까.

 

내일 저는 잠시 일 보러 서울 올라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토요일에 다시 미국으로 들어갑니다. 멀리서 글로만 뵙겠지만 마음은 항상 곁에 있도록 할께요. 다들 건강하시고, 무엇보다, 평화가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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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4-1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편지라니! 어쩐지 좀 부럽군요
턴레프트님 목소리가 완전 멋지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흐흐

다락방 2008-04-17 08:32   좋아요 0 | URL
앗, 그래요? 목소리가 완전 멋지다구요? 흐흐

가시장미 2008-04-17 13:17   좋아요 0 | URL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말씀도 너무 잘하시고, 얼굴도 잘생기셨어요!
(왜 처음부터 얼굴 잘생겼다고 말을 안했던 것이야! ㅋㅋ)

turnleft 2008-04-17 15:04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소문의 진원지인 가시장미님 페이퍼를 잘 보시면 "tv프로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멋진 성우'아저씨' 목소리"라고 되어 있거든요. 행간을 잘 읽으셔야죠. 가시장미님이 위에 다시 댓글 안 다셨으면 저 살짝 삐질려던 참이었어요 ㅋㅋ

가시장미 2008-04-18 10:2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행간의 의미를 간파하시려고 하셨어요?
제 속마음을 숨겨서 그런 거랍니다. 제가 사실 멋진 사람한테는 멋지다는 말을 더 못해요. (아니. 그럼 그동안 했던 말들은 어떻게 책임지려고? 뿡=3 방귀끼고 도망?)

가시장미 2008-04-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 ㅠ_ㅠ 너무 감동이네요. 이런 편지를 다 써주시고-
저도 다른 분들께서 삐지실지 모르겠지만, 턴님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효~~ 으흐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도, 희망사항일 수는 있겠지만..
논리적이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분 같다는 인상에 맞게 대화를 할 때 와 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센스와 따뜻하게 배려해주는 매너까지! ㅋㅋ
가까이 계셨다면 정말 형형~!!! 하면서 따라다녔을텐데, 저도 많이 아쉬워요. ㅠ_ㅠ
그래도 알라딘에서 자주 뵐 수 있으니 다행이죠~ 이제는 형이라고 부를께요. 턴형~으흣

turnleft 2008-04-17 15:04   좋아요 0 | URL
오빠 보단 형 인가요? ㅎㅎ
저 근데 사람들한테 말을 잘 못 놔요. 나중에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말 놓으면서 동생이라고 할테니, 당분간은 장미님이라 부를께요 ^^;

가시장미 2008-04-18 10:29   좋아요 0 | URL
아 말을 천천히 놓도록 하죠 ㅋㅋ 저도 말은 높이되 턴형이라고 부를께요.
이제 내일이면 비행기 타시겠군요? 조심히 돌아가세요. ㅠ_ㅠ
전 오늘 여행을 떠난답니다. 근데 오늘 할일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에요. 흑

turnleft 2008-04-19 15:26   좋아요 0 | URL
즐거운 여행~~ ^^/

마늘빵 2008-04-1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핫. ^^

turnleft 2008-04-17 15:04   좋아요 0 | URL
아하핫... ^^;

마노아 2008-04-1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턴님!(점차 짧아지는 이 이름들..;;;) 인상이 참 좋았어요. 목소리도 부드러워서 좋았구요. 아마 결혼하시면 굉장히 가족적인 남편/아버지가 되지 않을까 상상했답니다.
바쁜 일정 소화중이시군요. 벌써 일주일이 더 지났네요. 다음 기회에 제가 만화책 리스트를 올립지요. 근데 어찌 찾아보시려고....;;;;;

turnleft 2008-04-19 15:23   좋아요 0 | URL
리스트 올려주세요 ^^ 다음에 한국 와서 만화방에서 몰아 보죠 뭐;;

프레이야 2008-04-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에 가시군요. 제 눈빛을 읽으셨다니 음.. ^^
이런 편지 넘 좋아요. 진중하고 예리하고 따스한 턴님의 미소가 생생해요.

turnleft 2008-04-19 15:25   좋아요 0 | URL
출발하려고 지금 공항에 와 있어요. 긴 시간 비행기 타려니 벌써 좀 지치네요. 저 없는 동안 한국을 잘 지켜주세요~~(응?)

2008-04-23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4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