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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와 구라의 소풍 ㅣ 내 친구는 그림책
나카가와 리에코 지음, 고광미 옮김, 야마와키 유리코 그림 / 한림출판사 / 2000년 10월
평점 :
'동그란 눈에 까만 작은 코, 하얀 털옷을 입은 예쁜 아기곰~'하는 동요가 있다. 일전에 오빠가 동요 CD가 들어있는 책을 가져다줘서 아이랑 같이 음악 듣고 놀았다. 아이는 유독 이 노래, '아기곰'이라는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아기염소'하고 또 몇몇 노래 따라불렀지만 이 노래를 아주 좋아했고, 장난감 건반으로 그 노래를 치고 싶다면 '도레미(계명) 적어줘' 하고 조른다. 계명 적어줘봤자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듣기에도, 그동안 우리 아이가 불러대던 노래들보다는 수준높은 복잡한 곡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난 이상하게 저 노래가 그다지 좋지가 않다. 너무나 상투적이랄까. 동그란눈에 까만 작은코 하얀털옷을 입은 예쁜 아기곰? 정확히 말하면 이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은 아기곰이 아니라 '곰인형'이다. 동그란 눈에 하얀 털옷을 입었다는 걸로 보아 '북극곰 인형' 정도 되겠다.
구리구라 책을 놓고 왜 곰인형 노래 얘기를 하냐면, 이 책에 곰이 나오기 때문이다. 구리구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어거지스럽지 않아서다. 정감있지만 판에박힌 '테디베어'가 아니다. 계속 실 잡아당겼더니 스웨터가 다 풀렸다, 어린이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티브이지만 스토리가 억지스럽지 않고 그림이 소박하고 정겹다.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책을 아이가 아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엄마는 이 책이 참 맘에 드는 걸. 억지스럽게 '인형에 대한 애정'을 강요하는 노래보다는 (꼭 그 노래를 헐뜯고 싶은 건 아니지만;;) 곰아저씨 스웨터 술술 풀어지는 이 얘기가 더 좋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