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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고릴라
마이클 렉스 글 그림, 김장성 옮김 / 사계절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며칠전에 '이글라우로 간 악어'라는 그림책이 동물원의 실태와 동물의 본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에 극심한 분노한 바 있다. 이번엔 정반대로, 동물에게까지 적용되는 자본주의 실태를 비판하면서 동물해방을 본격 주창한 그림책을 발견했다. 이 책 아주 맘에 든다.
그림을 그리는 고릴라. 동물원의 고릴라 주제에 감히 그림을 그린다. 인간들 놀라자빠짐. 매우매우 좋아함. 그 결과, 그림을 사려는 작자들이 줄을 이으면서 고릴라는 떼부자가 된다.
그 돈을 어디에 쓰나? 고민스런 고릴라가 동물 친구들에게 의논을 한다.
하마: 나라면 맘껏 헤엄칠 수 있는 큰 강을 사겠다.
타조: 난 맘껏 달릴 수 있는 모래밭...
침팬지: 그네를 매달 수 있는 큰 나무.
....
우리의 호프 고릴라는, 유레카를 외치며 동물원을 사버린다. 동물원을 아이들의 품으로! 동물원에는 아이들이 가득, 즐겁게 뛰어놀고 동물들은 모두 '해방'돼 고향으로 간다는 줄거리.
멋지다, 고릴라...
책이 맘에 드는 건 내용 뿐만은 아니다. 도식적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자연스럽게 구성이 잘 돼있고, 그림도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서 딸이랑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했다. 고릴라가 뭘 그렸지? 코끼리! 코끼리가 뭐하고 있지? 막 뿌려! 뭘 뿌리지? 몰라! 아그야, 코끼리는 코로 물뿌리면서 목욕을 하는 거란다. 그럼 빨간 옷 입은 아줌마는 어디있지? 타조는 어디있지? 이러면서 잼나게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