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산들의 꼭대기
츠쯔졘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작가 후기를 읽기 전까지는 츠쯔첸이 남작가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 했냐고 물어보면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읽었던 대부분의 중국소설이 남자작가여서 당연히 그러려니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작가 후기를 다 읽고서야 [뭇 산들의 꼭대기]에 나오는 방대한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의 얼개가 비로소 완성됐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옛날 이야기로 시작되는 후기를 보면 어떻게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소상히 알 수 있을 뿐더러 어디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지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중국소설에는 특징이 있다. 중국문화와 역사에서 오는 것 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소설이 우울하고 어둡고 삶과 죽음이 매우 하찮게 묘사된다. 실제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작가도 소개했지만 매우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 시작하기전 등장인물도를 보면 얼마나 다양한 일물이 나오는지 알게된다. 책을읽는 내내 맨 앞으로 돌아가 등장인물도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서로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그 가운데 중국문화와 변화를 들여다 볼 수가 있다. 작가의 치밀함이 여기저기 깔려있음도 찾을 수 있다. 이야기는 가축도살업을 하는 신치짜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역시 소설은 첫 몇 구절이 중요함을 또 다시 깨닫게 되었다. 신치짜의 직업과 동물들의 감정을 잘 표현해 처음부터 몰입감이 대단했다. 신치짜와 그 가족이야기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이 책은 장편 이지만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모여 큰 그림을 그리는 형식 이므로 읽는내내 지루하지가 않다. 떨어뜨려 놓으면 분명 일부분, 일가족의 이야기 인데 그것이 혼자만 살아가는 그런 세상속의 인물이 아닌 주변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각 인물들의 직업이나 벌인 행동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로 돌아가거나 자신에게 결국 돌아오게 되는 사필귀정적인 전개를 이루고 있다. 그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중국의 현재 처해있는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의 사형제도(예전에는 사형집행인에 의해 총으로 죄수들을 죽였다가 시대가 바뀌면서 사형방법도 변하거나) 사람이 죽기전에 자신의 관을 준비해 두는 관습에서 벗어나 사람은 누구나 다 화장을 해야 한다는 화장법의 개정, 공무원의 비리 등 당시 중국사회에서 만연 했던 문제점들을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변함에따라 인간도 변해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소설은 읽다보면 편하지가 않다. 분위기가 암울하고, 저 당시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저 나라에 태어나지 않음에 가슴 쓸어 내리게 된다. 그리고 여기 지금 이곳에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작가는 이 작품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나 성격들을 거의 실제 인물에게서 가져왔다고 한다. 일반인들과 소설과와의 차이점이 그런것이 아닐까 한다. 작가들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속에서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 이리라. 작품의 처음을 이끌어 내기 위해 작가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을 것이고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위해 관찰하는 것에서 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는 시작될 것이다. 
이 작가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나 할 정도로 즐겁고,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관심이 생겼고, 결국 주문하고 말리라. 오랜만에 좋은 중국소설 한편 읽었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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