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크로즈 - 배들의 무덤, 치타공의 철까마귀
김예신 글.그림, 박봉남 원작 / 서해문집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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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매장되어 있지 않는 나라 방글라데시. 그들은 어떻게 철을 얻는 것일까? 그 해답은 찾기 위해서는 약 5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1965년 강력한 사이클론이 방글라데시 남부 항구도시인 치타공을 강타한다. 사이클론이 몰고온 커다란 배 한 척은 치타공의, 방글라데시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철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 치타공 사람들은 이 폐선박에서 철을 얻게 된다. 이것이 치타공이 폐선박의 본거지가 된 이유이며 방글라데시가 철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어찌보면 사이클론이 준 선물. 


아이언 크로즈는 바로 이 치타공의 폐선박을 해체하는 방글라데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금도 꾸밈이 없고, 보탬도 없으며, 과장도 없다. 있는 그대로를 진솔되게 그려내고 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던 도시 치타공, 그들에게 있어 폐선박은 삶의 현장이요, 노동의 중심이요 수입의 원천이다. 비록 하루 일당 1-2달러에 불과하고 먹지도, 입지도, 쓰지도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모아봐야 한 가족 살기에도 빠듯한 수입이지만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나간다. 죽음이 늘 도사리는 바로 그 곳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된 그래픽노블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치타공에서 생활하는 노동자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리고, 먹먹하고, 연민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흑백의 그림과 사진이 묘하게 어우러져 그 깊이가 더욱 커진다. 이 책은 단숨에 읽히지만 그 내용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어쩌면 치타공의 노동자를 통해 '지금 나는 행복해'라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있어 폐선박이 희망이라면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이 희망이 된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그들보다 절대 못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조차도 죽음을 무릅쓰고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곳. 치타공. 그만큼 방글라데시의 현실을 힘들고, 어렵고, 살아가기 벅찬 곳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루 1-2달러를 위해 노동하는 그들을 보며 힘을 얻게 됨과 동시에 응원을 하게 된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내일은 분명 좋은 날이 될 것이라고. 


책을 읽고 책 속 등장인물 벨라의 이야기에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돈은 벌지만 돈이 없어 그토록 기다렸던 딸을 잃고 마는 아빠의 심정. 그 무엇으로 위로가 될 것인가. 책의 내용과 제목(아이언 크로즈-철까마귀)가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마음은 아프지만 이 책을 통해 치타공 노동자의 일상을 쫒아가 보는것도 내 삶을 돌아보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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