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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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오모테섬(西表島, いりおもてじま) - 오키나와(沖繩) 현 야에야마(八重山) 군도 최대의 섬으로 면적은 약 289km, 인구는 약 2,000명인 오키나와 섬에서는 두 번째로 넓은 섬이다. 면적의 90% 이상은 아열대정글로 덮여있어, 해안가 일부에만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섬의 대부분은 국유림이고, 34.3%는 이리오모테 국립공원, 8%는 보호구로 지정되어 있다. 이섬에는 천연기념물인 이리오모테 산고양이, 관머리 독수리 등 희귀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외에 천연기념물인 사키시마스오노키, 니퍼야자 등 희귀한 식물을 볼 수 있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베리베리뮤우”의 베리의 캐릭터가 바로 이리오모테 산고양이이다. 이리오모테섬은 본토인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약 470Km 태평양에 위치해 있으면, 대만에서 약 200K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오히려 대만에서 더 가까운 섬이면서 일본 최남단의 섬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리오모테섬에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의 ‘남쪽’의 배경이 바로 이리오모테섬이다. 두권으로 짜여진 “남쪽으로 튀어”는 한가족의 이야기가 1편은 도쿄에서 2편은 이리오모테섬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대학시절 운동권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대학 때 남자사이에서 낳은 큰딸 ‘요코’, 소설의 주인공인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지로’, 그리고 막내딸인 초등학교 4학년 ‘모모코’가 소설의 주인공 들이다. 아버지는 무뚝뚝하다, 그러면서 우직하고 순박한 면이 있다. 매일매일 집에서 놀기만 한다. 가끔씩 아들 지로와 레슬링이나 하고, 연금은 아예 내지도 않는다. 자기는 일본인이지 일본 국민이 아니란다. 이런 아버지를 자식들은 존경보다는 무시를 하는 쪽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전설의 운동권으로 이름을 날렸다. 어머니 또한 대학교시절 잔다르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운동권이었다. 그 때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 찻집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전형적인 어머니다. 자상하고 그러면서도 강인한 어머니 상이다. 이소설의 주인공인 지로는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어른스럽고, 사려가 깊다. 친구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울 줄도 안다. 먹는 것을 보면 앞뒤 안 가린다. 무엇보다 적응을 잘하는 밝은 소년이다. 그이 동생 모모코는 섬세하고 여리면서 영리하면서도 여느 여학생과 같이 동화 같은 생활을 꿈꾸는 귀여운 여자이다. 지로의 누나 요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경리로 들어갔으나 후에 그래픽디자이너가 되는 20대 초반의 밝고 예쁜 그러면서도 가족과 융합이 되지 않는 - 물론 나중에는 훌륭히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 성격의 여성이다.

 

  1편에서는 지로의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늘 초등학생을 못살게 구는 중학교 1학년 학생. 중학생과 지로 그리고 지로의 친구를 둘러싼 숨막히는 한판승부. 사건은 1편내내 진행된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후배, 그리고 지로와의 사건으로 인해 이야기는 더욱 긴박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가족은 결심을 한다. 남쪽으로 튀기로....

 

  2편은 그들이 이주한 섬인 이리오모테섬을 찾아가는 비행기부터 시작한다. 이리오모테섬은 실제 일본에 존재하는 최남단의 섬이다. 이리오모테섬이 속해 있는 야에야마군도는 아버지의 할아버지와 그의 조상 오야케 아카하치 혼이 서려 있는곳이기도 하다. 그의 조상이 오야케 아카하치는 16세기초 오키나와 류쿠제국의 봉건세력에 맞서 농민들을 위해 투쟁했던 인물로 알려져있는 전설속의 인물이다. 이러한 조상과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지로의 아버지....

 

  실제 이리오모테섬은 한 대형 부동산회사에 의해 대단위 리조트로 개발되어지고 있다. 호텔의 규모 만해도 상당하다고 한다. 일본 각지와 이곳의 주민들은 반대와 저지를 하고 나섰지만 결국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남쪽으로 튀어”를 통해 1편에서는 사회문제(연금제도 등), 교육문제(지로의 학교 수학여행사건 등)그리고 자본주의문제를 다루었고, 2편에서는 오키나와에서의 미국과의 관계 - 오쿠다 히데오는 리조트개발을 반대하는 캐나다인을 등장시킨다 - 와 리조트 개발을 위한 자연환경의 파괴를 한 가족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남쪽으로 튀어”는 어떻게 보면 무겁고, 어둡고, 힘없는 사람들의 아픔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그 전개되는 이야기는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통쾌하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남쪽으로 튀어”를 읽으면서 내내 어떻게 이렇게 글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남쪽으로 튀어”를 읽으면서 이리오모테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허구의 섬이겠거니 했지만,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섬이며, 그 섬은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천혜의 보고임에도 한 집단의 이익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먼 이웃나라 이야기지만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율스님이 목숨을 바쳐 지키는 천성산이 떠올랐다.  이리오모테섬의 몇 백마리 밖에 남지 않은 이리오모테 산고양이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며 천성산의 희귀도룡뇽도 자취를 감출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비어짐을 느끼게 되었다. “남쪽으로 튀어”는 가볍게 읽을 수도 또는 그 반대 일수도 있지만 시사하는 내용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천연기념물 이리오모테 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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