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일기
지허 스님 지음 / 여시아문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겨울 눈오는 산사를 생각하면 책을 읽는다.  고요함만이 감도는 산사,  속세를 등지고 살아가는 그들만의 산사.  그곳 산사의 선방에서 지허스님은 무엇을 하였을까?  수행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자신과의 싸움임을 우리는 모르리라....

간결하고 깔끔한 표지와 내지의 구성이 마음편하게 와닿는다.  마치 옛날 쓰러져가는 초가의 선비가 촛불을 켜고 읽었음직한 책과도 흡사하다.  단지 크기가 작을뿐....23편의 일과가 날짜별로 기록되어 있다.  때로는 일기같고, 때로는 수필같으며,  때로는 수행자들의 선문답집 같기도한 선방일기는 한번에 쭉 읽어 내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책이다. 

나는 이책을 무려 한달여에 거쳐 읽었다.  책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냥 한번에 읽어내려가면 안될것 같기에 매일저녁 누워 자기전에 한편씩 읽어 내려갔다. 136쪽의 가벼운 책이지만 내용의 무게는 왠만한 전집이상이다. 그만큼 가슴에 들이치는 그 무엇이 있는 책이다. 

속세와 단절된 깊은 산사,  그곳에 눈이 온다.  하얗게 하얗게 온 산과 어둠을 덮는다.  그곳 새벽 참선속에 화두에 끌려다니는 한 스님이 있다.  과연 그스님의 화두는 무었이었을꼬....

 

"사랑하는 사람을 갖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갖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자주 만나 괴롭다." ...(p63)

"고행자는 모름지기 고독해야 한다. 왜냐 하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것, 그 자체만도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p113)

'인간이란 자기의 존재가 있어서 자기의 존재가 문제가 되는 존재'라고 '샤르트르'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타인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존재이며 타인도 나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존재'...(p113)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은 생명이 단절된 죽음의 저편에 따로 존재하는 세계를 말함이 아니고, 부조리하고 무분별한 실재(백팔번죄)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조화시킨 생명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無의 인식에서 반야(般若)를 밝히는 힘이 열반인 것입니다...(p129)

"불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衆生)으로 시작해서 인간(道人)으로 끝납니다. 부조리한 백팔번뇌의 인간이 조화된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길을 닦아놓고 기르치는 것이 바로 불교.....(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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