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터키
이혜승 지음 / 에디터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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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때 나는 멋진 터키 친구를 만났다. 공항에서 나를 픽업해주고, 숙소를 소개해주고 부족한 것, 불편한 것을 마치 자신의 일인양 처리해준 친구로 인해 낯선 곳에서의 어려움을 넘길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이전에 한번도 본적이 없고 단지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게 전부인데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온 친구처럼 대해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거슬러 올라가보면 6.25때 아무이유없이 우리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우리를 위해 전쟁에 참여해준 나라가 바로 터키이니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했다.

터키. 무조건 좋은 나라. 무조건 가깝게 여겨지는 나라. 2002년 3-4위전 종료 후 뜨거운 포옹과 기쁨을 선사해준 멋진 나라 터키.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밀려오는 듯 하다. 아차, 자꾸 옆으로만 샌다. 새는김에 좀만더, 미국에서 만난 터키인은 한국을 무척 사랑했다. 한국음식도 사랑했고, 한국의 태권도도 사랑했고, 한국사람들도 사랑했다. 그는 서슴없이 형제의 나라라고 했다. 그래서 인지 그 친구와 더욱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고장났을때도 그 먼거리를 단숨에 달려와 구해주기도 했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해 주기도 했고, 곳곳의 맛난 음식점을 소개해주어 나의 미국생활을 전혀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그를통해 미국을 알게 되었음은 물론, 그의 조국 터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위치하여 자신들은 유럽인이라며 애써 태연해 하던 모습에서 웃음이 베어나오기도 했고, 마른 오징어먹는 모습을 보며 기겁을 할때와, 사촌간 결혼이 허용되는 것들에 대한 문화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후 한국에 오기전까지 그 친구를 통해 숨겨진 터키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언젠가 꼭 한번 자신의 고향 이스탄불에 놀러오라며 주소까지 쥐어주었다. 언젠가 훌훌 털어보리고 터키라도 여행할라치면 그에게 가장 먼저 연락하리라.

이후 10여년이 지나 지금은 과거의 추억으로 묻혀버린 터키에 대한 이미지가 이 책을 통해 다시 되살아 났다. 실로 얼마만인가. 갑자기 터키가, 터키에 살고 있을 그 친구가 간절히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여행서이지만 여느 여행서와는 다르다. 터키에 생활하면서 터키의 문화와 생활을 깊게 파고든 마치 일상속 편안한 일기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읽는내내 상상을 하게 만든다. 곁들여 있는 사진을 보며 마치 그 곳에서 숨쉬고 느끼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터키의 문화, 역사, 사회 등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 아니 살았었다 해도- 얻을 수 없는 소소한 이야기가 그득하다. 게다가 맛깔난 글은 읽는이로 하여금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터키에 가본적은 없지만 마치 오랫동안 살았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게 매력이다.

올여름 갑자기 터키가 가고싶어졌다. 훌훌 던져버리고...하지만...

올해는 이 책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떠날 그 날을 위해 이 책을 책장 한 켠에 소중히 꽂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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