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엉터리 딸기잼
프란츠 홀러 지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경연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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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든 첫인상은 재미있는 어린이 '장편동화'인가보다였다. 페이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삽화를 보고서는 장편이 아닐거라는 의심을 하게되고,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서야 비로소 '아하, 단편집'이구나'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으수록 전혀 엉뚱한 방향의 결말에 다소 실망과 어이없음, 황당함을 맛보게 되었다. '모, 이런 책이 다있어!' 라는 생각이 머리를 빙빙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에 대한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나-어른-를 위한 책이 아님을... 

딱딱해진 사고와 유머가 점점 사라지는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이 책은 그다지 흥미롭거나 즐겁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뻔하 결말, 예측된 상황, 그동안 살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결론을 이 책의 이야기 마무리에 대입을 시키게 되면 보기좋게 한방 얻어맞게 될 것이다. 그 만큼 이 책은 아이들의 시각, 경직되지 않은 유연한 사고, 말랑말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진-작가의 평생 작품 중 재미있는 것들 만 모은, 그래서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대단한 책'이라고 함- 단편 동화책이다.  

읽다보면 다소 엉성하고, 억지스럽고, '모야 이거'라는 말이 뱉어져 나오지만 이내 마지막 결말이 궁금해 미리 상상해보게 만드는 묘함이 있었다. 나이는 우리를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를 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 실제 사물을 보면서도 그 사물의 실제를 보는 것이 아닌 우리 기억속에 저장되어 있는 사물의 허상을 마치 사실인 양 판단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때로는 아이와 길을 가거나 TV, 책 들을 보면서 깜짝 놀랄때가 많다. 내가 전혀 인식하거나, 보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는 쏙 쏙 집어내는 것이다. '어, 저런게 저기에 있었나?', '그런 장면이 있었나?'하고 아이를 의심해보지만 그 사실이 진실임을 확인하고는 '아, 아이의 시선, 사고는 어른의 그것과 다르구나'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나도 어릴때는 저랬을텐데... 

이 책은 그런 어린아이들의 시선에서 본 이야기 책이다. 물론 이 책의 나온 모든 작품이 다 만족스럽거나 아이들에게 유익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작가는 쉽게 지나치기 쉬운 사물속에서, 별것도 아닌 주변의 사물이나 동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마치 아이들이 자신의 장난감이나 인형들에게 생명이 있는 것처럼 대하듯이 말이다. 또한 작가는 그러한 사물, 동물들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때로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때로는 풍자스럽게, 때로는 기발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몇 몇 작품은 어른들이 읽으며 부끄럽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한 작품들이 있는 '촌철살인[寸鐵殺人] 과도 같은 깊이가 있다. 번역상 다소 매끄럽지 않은 면도 찾을 수 있고, 오타로 발견할 수 있지만 작품 전체를 감상하기에는 전혀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아이의 상상력을 위해, 무한한 두뇌발전을 위해 아이 시선에서 보는 법을 좀더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집이었다. 어른의 생각, 시각이 아닌 아이의 촛점에 맞춘 그런 교육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는못하겠지만 잘 보관해 두었다가 아이가 좀 더 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쥐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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