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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평점 :
지난 주말 아파트와 연결되어있는 옥탑발코니에 올라갔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여름 아이와 심심풀이로 가꾸어 놓은 화분에서 상추가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에 이미 죽어버렸을 것이라 여겨 더이상 화분을 가꾸지 않고 방치해 놓았었는데 그 곳에서 상추가 자라다니...상추는 추운 겨울내내 화분의 흙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날이 따뜻해지니 딱딱한 흙을 뚫고 올라온 것이었다. 어린 상추를 본 순간 갑자지 이 책이 생각났다. 생명의 소중함, 기다림속의 여유, 자연의 신비가 떠올랐다.
겨울날 노스님은 세명의 동자승에게 연꽃씨앗을 나누어주며 싹을 틔우라고 하였다. 세명의 동자승은 제각각의 방법으로 연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을 한다. 첫번째 동자는 언땅을 파내고 씨앗을 심었다. 두번째 동자는 좋은 화분에 좋은 흙, 물, 온도를 제공해 주었다. 세번째 동자는 평상시처럼 자신의 일을 하다가 따뜻한 봄이 되어서야 연못 속에 씨를 심었다. 누가 연꽃을 피우게 되었을지는 더이상 말을 안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꽃을 피우지 못한 두명의 동자승에게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첫째는 기다림과 시기가 잘못됐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겨울에는 모든 자연이 잠을 잔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고 해도 식물은 겨울이 되면 생장을 멈추고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꽃은 커녕 씨앗이 얼어 죽어버리고 말았다. 둘번째 동자승은 봄과 같은 조건은 만족시켜주었지만 자연과 같은 환경을 주지 못했다. 온도나 흙, 물은 분명 좋은 요소이지만 씨앗이 꽃으로 바뀌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결국 처음에는 싹이 텄지만 이내 죽고 말았다. 세번째는 봄이 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자신의 읽을 묵묵히 하면서. 세번째 동자승은 자연의 이치를 이미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물이 살아나는 봄. 자양분이 풍부한 봄. 그리고 연꽃이 자라는 최적의 환경인 연못에 씨앗을 심었다. 당연히 최고의 연꽃이 자랐음은 당연한 이치였을 것이다.
[안의 씨앗]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중국동화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동화와 또 다른 맛이 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불교적 성향을 띠고 있다. 어찌보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이 주는 교훈은 여느 책보다 더욱 뛰어나고 훌륭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스스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뻔한 내용의 교훈보다도 더 값진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빨리 빨리를 외친다. 아이에게도,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언제 어디서나 말이다. 오죽하면 외국에 나가도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 '빨리빨리'라고 한다. 언제부터 우리에게 여유가 사라지게 되었을까? 운전을 할때도 신호가 바뀌기전에 경적을 울리는 차량이나, 밥을 먹을때도 빨리빨리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아이가 조금만 꾸물되도 빨리빨리 하라고 성화를 낸다. 이 책을 그러한 빨리빨리 행동에 대해 일침을 가해주고 있다. 좀더 여유로운 행동을 하게끔 만들어 준다.
기다림과 일의 순서 그리고 생명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환경과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그 것이 자연적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교훈도 함께 제공해 주고 있다. 아이를 위해 나자신을 위해 좀더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을 갖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