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964년 10월 10일 일본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제18회 도쿄올림픽이 바로 그것. 일본은 패망이후 국가 재건을 위해 무단히 애를 쓰던 중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다.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투여된 돈은 무려 20억달러. 우리가 88년도에 그랬듯이 일본 도쿄는 모든것을 갈아엎어 버린다. 도로며, 건물이며 심지어 야쿠자까지. 올림픽을 위해 소위 말해 일용잡부, 노동자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격심한 빈부차. 화이트칼라와 차이나는 임금도 불평없이 받아들인다. 원래 그런거니까 하면서.  

1964년의 모습을 좀더 살펴보자. 이 책에도 등장하지만 비틀즈의 등장이다. 비틀즈는 1963년 영국에서 데뷔한 락그룹이다. 비틀즈는 1964년 미국을 처음 방문한다. 미국에서는 이들의 방문을 생중계로 할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 당시 한국의 비틀즈라는 키보이스가 탄생한다. LP 음반으 내며 스스로 '한국의 비틀즈'라 칭한다. 이들 멤버중 한명이 바로 윤항기이다. 그리고 나이든 사람은 왠만하면 하는 차도균, 차중락 등이 키보이스의 멤버였다.  비틀즈는 그로부터 2년후인 1966년 6월 아시아 최초로 도쿄에서 2회 공연을 갖게된다. 

올림픽의 몸값 2권에 잠깐 등장하는 007도 이즈음에 나온 영화다. 1962년 제1탄 살인면허, 1963년 제2탄 위기일발, 그리고 올림픽이 열렸던 1964년 제3탄 골드핑거가 나왔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007은 23탄이라는 대단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의 올림픽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역시 이 책에 등장하지만 북한은 6명의 선수를 출전시켜 남, 북한이 각각 참가하게 되어 출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IOC의 제재로 북한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유인즉 중국, 인도네시아 등이 주축으로 올림픽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흥국경기대회(Games of the New Emerging Forces:GANEFO)에 참가 했다는 것이었다. 책속을 잠시 들여다보면 당시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여했다면 주인공은 무사히 몸값을 챙겨 유유히 북한으로 망명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다. 어쨋든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은 미국, 소련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우리나라는 은 2, 동 1 개로 종합 27위에 오른다. 은 두개는 역시 복싱, 레슬링에서 땄고, 동 1개는 유도에서였다.  당시 참여국수가 93개국이었음에 비추어볼때 우리나라의 성적은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3년만의 장편소설 [올림픽의 몸값(전2권)]의 무대는 바로 제18회 도쿄올림픽이다. 재건을 위해 올림픽을 개최하게된 일본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경기장과 숙소, 도로 등을 건설하게 된다. 시간안에 마무리해야 하기에 막대한 인원이 투여된다. 당시의 일본모습이 그대로 들어나고 있다. 하청의 하청의 재하청. 결국 인부들은 떼이고 떼이고 떼여 쥐꼬리만도 못한 임금과 대우를 받으면서도 불평조차도 할 수 없다. 철야는 기본이요 주말도 없다. 이들에게 있어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올림픽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냐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소외계층. 주인공 시마자키 구니오는 도쿄대 대학원생. 비록 집은 시골이지만 공부를 잘해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다. 어느날 배다른 형의 죽음에 유골을 수습하러 가게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형의 유골을 고향에 두고 다시 도쿄로 돌아온 시마자키는 형이 일했던 공사장을 찾게된다. 그것이 일의 발단이다. 시마자키는 이곳에서 소외받고 대우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게된다. 자신의 형이 필로폰으로 인해 죽게 되는 것도 알게되고, 폭력배에 돈까지 뜯기되 됨은 물론 서서히 새로운 사회의 이면을 보게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있는자들의 횡포라 여기게 된다. 노동자를 착취하여 국가의 부를 쌓고 세계에 일본을 알리려는 국가를 상대로 황당하고 무리수가 따르는 모험을 하게 된다. 바로 올림픽을 인질로 거금 8천만엔의 몸값을 요구하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평범한 한 대학원생이 가족의 죽음을 계기로 사회의 이면을 알아가며 자신도 철저히 동화되며 그에게서 헤어나오기는 커녕 더욱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짐과 동시에 정의의 이름으로 도저히 상대가 되지않을 국가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다. 마음이 아프다. 읽다보면 주인공 시마자키를 숨겨주고 싶어진다. 꼭 성공해 멀리 도망갔으면 하는 바램과 응원을 하게된다. 현실이었다면 상황을 정반대였겠지만 소설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역시 오쿠다 히데오 스타일처럼 사회의 문제점을 파고 들어가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남쪽으로 튀어처럼 거대국가, 거대집단에 대항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소설이라지만 이변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있는 그대로가 현실이 되어버린다. 바로 이런점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시마자키를 통해 대리만족과 응원 그리고 힘은 실어줄수 있지만 그 책임은 결국 시마자키의 몫으로 남겨둔다. 하지만 우리는 시마자키를 통해 무모하고 승산없는 게임이라도 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배우게 된다. 국가의 양면성, 빈과 부의 차이.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위치. 배운자와 못배운자의 차이. 권력의 강약을 통해 우리는 현실을 읽게 된다. 정신없이 읽혀지는 올림픽의 몸값을 통해 우리는 통쾌한 그 무엇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뒤에 남는 맛이 떨떠름하다. 두권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읽는데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는다. 뒤로 갈수록 속도가 더 붙는다.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질주를 하게된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마지막이 약하지 않나싶다. 뭔가 더 강함을 원했는데 말이다. 오쿠다를 알기에 그닥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또다른 어떤 결론을 낼 수가 있었을까... 

책속에서 오쿠다 히데오는 한국의 독자들을 무시하지 못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조선인과 조총련, 한국냉면, 한국인의 인간성이 나온다. 시마자키를 도와준는 사람도 한국인. 사실 저자는 한국의 독자만 아니었으면 한국인을 더 비하하거나 무시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상황이 그랬을테니까. 하지만 교묘하게 피해가는 모습을 얼핏얼핏 엿볼 수 있었다. 그거야 저자 마음이니 내알바는 아니지만 좀 그렇다.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올림픽의 몸값. 두권이 아닌 한권으로 엮었어도 괜않았을 것 같다. 솔직히 한번 읽고 말 소설을 두배의 가격을 지불해 구입하기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두배의 가격을 지불해 읽을만한 소설은 아니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표지다. 원서의 표지를 그대로 가져온것 같은데 영 아니지 싶다. 오히려 이려한 표지가 재미있는 내용의 책에 마이너스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불필요한 걱정을 해본다.  

어쨋든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 하나로 선택해 읽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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