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멜리사 스튜어트 지음, 콘스턴스 버검 그림 / 거인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아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나름 재미있다. 어릴적 추억이 마구마구 솟아올라 읽고 또 읽어본다. 요즘은 비가 온다치면 모두 모두 집으로 처마밑으로 건물속으로 들어가 숨어버린다. 마치 비가 우리 사람을 해치기라도 하는 것 처럼 줄행랑을 처버린다. 비는 이처럼 우리에게 있어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바로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파괴로 인해서 말이다. 어른들은 그런다. 비 맞지 말라고, 비속에 나쁜 것들이 많이 들어있다고, 이른바 산성비. 황사비... 

어릴 적 비가 오면 런닝셔츠와 반바지-때로는 팬티차림- 그리고 고무신을 신고 삼삼오오 친구들과 짝지어 정신없이 놀곤 했다. 고무신의 뒤축을 꺽으면 훌륭한 배가 되었다. 훌륭한 배를 비탈길 하켠의 물내려가는 곳에 내려 놓으면 배는 빗물을 따라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도 떠내려간다. 나머지 고무신 하나를 손에 들고 꺄르르 거리면 따라간다. 그러다 흘러운 물을 빨리 빼기 위해 열어놓은 배수관속으로 고무신이 들어가 버리면 나머지 고무신을 들고 머리 박박 글으며 슬금슬금 집으로 들어간다. 혼날거 각오하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듯 비는 자라는 아이들에 있어 더 없는 친구였고, 놀잇감이었다. 그래서인지 한참 어른이 된 지금도 비가 오면 그냥 기분이 좋다. 하염없이 창을 통해 비를 쳐다본다. 비라도 맞고 싶은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비는 이처럼 추억을 가져오지만 더 이상 추억을 만들지는 못한다. 아쉽다. 

이 책 '비가 내리면'은 이 처럼 어릴 적 추억을 되 살릴 수 있는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비속에서 자신들이 할 일을 묵묵히 한다. 사람은 처마 밑으로 박새는 나무구멍으로, 들쥐는 잎사귀 아래로, 꿀벌과 개미는 자기들 집으로, 애벌레는 꽃 밑으로 들어가 버린다. 미처 피하지 못한 무당벌레는 쿵하고 미끄러 떨어져 버린다. 이처럼 '비가 내리면'은 시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읽다 보면 리듬을 타게 된다. 그래서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비가 내리면'은 비가 오면 모두가 비를 피해 자신의 보금자리로 피하지만 그것은 피하는게 아니라 잠시 비에게 자연을 양보하는 것일 것이다. 촉촉한 비를 머금은 자연은 또다시 모든 생물들에게 자신을 바칠 것이다.  

비가 그친 자연속에 숨었던 모든 생물들은 활기찬 모습으로 비가 오기전 미처 못한 일들을 하기 위해 하나 둘 나온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지만 그 모습속에는 더욱 생기가 돈다. 이 책은 아이에게 분명 또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아이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것이다. 비는 단지 피해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비가오면 집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게 우비라도 쓰고 비속을 걸어봐야겠다. 감기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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