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태양은 말이지,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디 이상 눈이 부시지도 않고, 뭐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라.' (p.48)

"...이동할 때는 오로지 작은 트럭을 이용하고, 시내 음식점에 나갈 일이 있으면 꼭 택시를 탄다. 마사카츠는 만원 버스나 전철을 타고 있으면 꼭 싸움에 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싸움이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앞에 두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있는, 그런 기분이 된다고 한다." (p.129)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잊히지가 않아. 인간이란 건 말이다, 잊으면 안 되는 걸, 이런 식으로 맘에 담아두고 있는 건가 보다."
"이런 식으로라니요?"
"아니, 그러니까, 잊어야지, 잊어야지 노상 애를 쓰면서..."    (p.163)


"처음엔 자기보다 몇 배나 더 큰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신이 그렇게 변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괴로움의 끝에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 그 차이였다. 부조리한 괴로움은 내일을 기다려도 해결되지 않는다."   (p.211)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읽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들이 즐비하다. 어찌 이리도 인간의 심리를 확 꿰뚫어 놓치지 않고 풀어내는지 놀랄 따름이다. 바로 이점이 요시다의 매력이자 내가 요시다의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일요일들'도 예외는 아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들'의 특징은 바로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요소요소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5편 각각이 그저 일요일에 벌어지는 관계없는 사람들의 상관없는 이야기인가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냥 단편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뜻하지 않은 곳에,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엄마를 찾아나선 어린 형제가 일요일들을 이어주는 고리역할을 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일요일은 어떤 의미일까?, 우수개소리로 백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 일요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일요일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소중한 날일 수도 있고, 그저 그런 나날의 연속일뿐일수도 있을 것이다. 일주일을 고생한 이들에게는 더없이 귀하고 달콤한 휴식의 날 일 것이고, 늘 그렇고 그런 날들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별반 특별할 것 없이 남들도 노는 날로 받아 들여질 것이다. 작가는 바로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일요일을 소재로 삼아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에서의 일요일이라는 고리를 멋지게 연결시켜주고 있다. 마치 각각이 상관없고,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보이지 않게 누군가에 의해 연결되어지고 있음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유부단한 성격을 지닌 다바타는 여자친구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그렇고 그런 부류의 인물. 흐지부지한 삶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는 꼭 지키고 싶은 모습을 표현해주고 있는(일요일의 운세)나, 애인과 헤어지기전 했던 습관을 애인이 떠나버린 후에도 습관처럼 행하고 있는 이야기를 다룬(일요일의 엘리베이터), 친구의 입장을 자신의 입장으로 흡입시키는 이야기를 다룬 (일요일의 피해자), 그리고 아내를 잃은 아버지와 여자친구를 잃은 아들의 무뚝뚝하면서도 나름대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일요일의 남자들)과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본모습을 찾음과 동시에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조각조각 등장하는 어린형제의 이야기를 마무리 시켜주는 (일요일들)을 따라가며 읽다보면 절로 '역시~~'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절묘하게 맞추어내는 작가의 역량과 인간의 심리를 얄밉도록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작가의 작품력에서 또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만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의 현실을 재 정립하는 의식의 흐름 방식으로 전개되는 '일요일들'은 무료하고 나태한 일요일을 보내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게 만든다. 물론 일주일안 열심히 일한이들에게도 당연 권해주고 싶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조만간 요시다 슈이치의 신간이 나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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