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20대는 어떻했지?"라고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본 계기가 된 작품이 바로 이 '격투하는 자에게 ○' 이다. 이 책은 그닥 별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누구나 한번씩 겪었을, 또는 겪을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를 하는 졸업생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도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함 제대로 되는일 없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일상이 절대 무겁지 않은 무게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가벼운것도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기억조차도 아련한 그 옛날 졸업 할 당시의 기억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함을 느꼈다. 분명 그 당시는 취업이 전부였기에 무엇을 하던 취업과 연관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예를 들면, 마시기 위해 따른 큰컵의 물을 단숨에 마시면 취업에 합격이 될 거야라던지, 1분동안 숨을 참으면 합격이 될 거야라던가, 길을 걷다가 일정한 목표물까지 몇걸음내로 도착하면 분명히 합격이 될 거야라는 다소 허망되고 말도 안되는 것에 결부 시켰던 기억이 떠오른다.

취업을 위해 대학 4년을 다니고, 마지막 1년을 취업시험을 위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던 일들이 마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양 여겨지다가도 이내 나의 이야기로 오버랩됨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취업보다는 대학원을 더 가고 싶었고, 그냥 영원히 대학생으로 머물고 싶었던 20대초반의 나의 대학시절. 이제는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도 아니 돌아간다고 해도 그 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멀리와 있는 지금의 내나이에 이 책은 분명 지난 추억을 돌아보기에 충분했던 책이었다.

'격투하는 자에게 ○'은 작가의 데뷔작 답게 풋풋함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이 후 작품 - 우리에게는 이전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바람이 강하게 불고있다'와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단편 '비밀'의 수록 작품을 읽어보았다면 그 작품들보다 이 작품이 얼마다 풋풋하고, 청량한지 느끼게 될 것이다. 좋은 의미이든 그 반대의 의미이던지 간에 말이다.

대학시절의 아픔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두려움. 졸업과 동시에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사회라는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하게 될 대학생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지는 '격투하는 자에게 ○'은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졸업반이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이에게 다소나마 위안과 힘을 주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