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매력이 물씬~~~

동경만경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4년 9월

한 작가의 전 작품을 읽는 다는 것은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물론 한 작가의 전 작품이 모두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최소한 기본은 한다는데에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 책꽂이에 꽂아놓은 그의 작품들-국내에 출시된 작품-중 대부분을 읽어버리고 달랑 두권-동경만경, 일요일들-만 남았을때 어떤책을 먼저 읽을까하는 망설임과 함께 이제 한 권만이 남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요시다 슈이치는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중 한명임에 틀림없다.

요시다 슈이치는 인물묘사가 매우 섬세한 작가이다. 때로는 여성스럽고 때로는 경험에 바탕을 둔것 같은 그의 작품 세계는 읽는내내 결말이 어떻게 날지와 마치 그 소설속의 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작가라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이러한 점이 그의 새로운 작품이 기다려지고 나오는 족족 사 들이는 이유일터. 이번에 읽은 동경만경도 역시 요시다 슈이치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몇페이지를 읽어내려가면서 연애소설이라는 생각보다는 마치 살인과 관계가 있을 것 같고 다소 무거운 내용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었는데 읽어감에 따라 그 선입견이 여실히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아마도 처음 주인공이 TV에 난 살인자와 비슷하다는 장면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든 듯하다.

주인공은 동경만에서 콘테이너를 운반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 그 남자는 인터넷 만남의 사이트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알게되어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 남자는 여느 만남의 사이트처럼 1회성 만남을 추구하게된다. 여자는 여자대로 자신의 직업을 숨기며 자신의 소개를 하게되고, 그들의 만남은 별다른 특징없이 헤어지게 된다. 그 후 남자는 그 여자가 근무한다는 지하철역의 매점에 찾아가게 되지만 그 곳에는 그 여자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속은 셈...

이런한 둘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둘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이 된다. 사랑은 소리없이 찾아온다는 유행가 가사가 생각나기도 하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소설이 생각나게 만드는 소설이다. 자신의 아픈 과거로 인해 다시 사랑을 꺼리게 되는 내용이나, 자신은 사랑을 하지 않을것이라는 생각과 그러면서 시나브로 다가서는 자신들의 사랑을 둘은 굳이 밀쳐내는 모습을 작가는 매우 섬세하고 사실적이며 공감이 가게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 둘의 통화내용에서는 찡함을 느낄 수 있었고 정말 주인공은 그녀를 위해 전화의 내용처럼 행동을 하고 있을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지 궁금함을 남겨놓고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남녀간의 만남이라는 것과 사고라는 것이 같지 않기에 우리는 사랑을 해도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어봐야 시간이 흘러가야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하는 것을 아는 것과 함께, 서로에게 사랑을 확인 받으려고만 하지 사랑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 우리네 사랑법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시다 슈이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며 그의 작품이 기다려지는데 요즘은 잠잠함에 그의 최근작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이제 딱 한권 남은 일요일들이나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