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기발한 소설

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오츠이치는 10편의 단편소설집 'ZOO'때문에 알게 되었고, 이후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로 인해 오츠이치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만의 독특함은 이전의 작품인 쓸쓸함의 주파수에서도 엿볼 수가 있다. 오츠이치의 작품 스타일은 평범하지 않으며, 잔혹하고, 도저히 일어날 수 없으면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허황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친구에게 죽임을 당한 아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를 보더라도 그의 작품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알수가 있을 것이다. 내심 그의 작품이 언제 나오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신작이 나왔다는 말에 서둘러 주문을 해버렸다.

이 작품은 오츠이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편뿐만이 아니라 장편도 역시 잘 풀어낸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역시 오츠이치식 잔혹하고 있을 수 없는 그러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이야기는 옛날 동화로 시작했다가 이내 현실로 돌아와 현실속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러다가 옛날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한참을 읽다보면 그것이 1년전 이야기이고, 이렇듯 작가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동화를 교묘하게 섞어 읽는이로 하여금 마치 한 공간에 배치되어진 느낌을 받게 만든다. 동화속에서 어릴적 교회에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유리파편에 눈을 읽은 소녀를 위해 까마귀는 매일 새로운 안구를 가져다 준다는 이야기로 부터 출발한다. 그러다 이내 한 여학생이 등장하고,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왼쪽눈 이식 수술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식받은 눈으로 부터 알수없는 통증과 함께 전혀 본적이 없는 영상이 떠오르고 결국은 그 영상을 쫒아 그 이식한 남학생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그 사건과 연루된 실마리를 찾게 되고 결국 그 여학생은 결심을 하게 된다.

여러명을 납치, 감금하고 팔,다리를 절단한 후 자루에 넣어 둔다던지, 두 세명의 몸을 결합시켜 하나의 생명체로 만든다던지 하는 모습은 역시 작가만의 전유물이 아닌가 싶었다. 잔인하면서도 소름이 끼쳐 얼굴을 가릴 정도의 이야기임에 틀림없는데 그냥 팔에 소름이 약간 솟는 정도는 작가의 표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오츠이치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해버린다. 그래서 인지 오히려 '내가 이상한건 아니야?' 라는 다소 엉뚱하고 나 자신에 대해 이런면이 있었나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람을 가지고 이리 저리 절단하고 맞추는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95년도인가에 월트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악동 '시드'가 연상되었다. 토이스토리속의 시드는 장난감을 마구 분해하여 새로운 그만의 장난감을 만드는데 만드는 새로운 인형들이 섬뜩함이 느껴지는 것이 바로 '암흑동화'속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작품속 작가의 색깔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암흑동화'는 그의 다른 작품을 기다리게 만든다. 색다른 느낌, 다소 잔혹함을 맛보고 싶고, 새로운 소재의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주고 싶다. 이 작품외에 앞에서 언급한 Zoo 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는 분명 또다른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작가의 스타일은 좋고 나쁨이 극명하니 서점에서라도 맛보기로 몇페이지 읽어보고 이거다 싶으면 그때 구매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