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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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를 좋아한다. 이사카 고타로도 좋고, 오쿠다 히데오도 좋고, 미야베 미유키도 좋고, 요코하마 히데오도 온다 리쿠도 좋다. 그 많은 일본 작가중에 요즘은 요시다 슈이치가 가장 좋다. 처음에는 그의 작품 한 두권 정도 읽고 그렇게 까지 좋지는 않았는데, 내사랑 온천과 나가사키 등을 읽고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세계가 좋아졌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 중 한국에 소개된 책중 약 10여편을 읽었으니 그리 적은 수는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바로 이 책 '악인'이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가 본인 스스로 '악인'을 대표작이라고 꼽았을때도 믿지 않았었다. 으례히 신작이 나오면 광고성 발언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다 읽고 그러한 나의 생각이 잘 못 되었음을, 다시 말해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가 서슴치않고 대표작이라 표현한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한마디로 올해 - 물론 앞으로 내가 한해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 내가 뽑을 일본소설 베스트의 반열에 일찌감치 0순위로 올려 놓으리 만치 재미까지 갖춘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탄탄한 요시다 슈이치씩 구성과 치밀한 스토리, 얄미울 정도로 섬세한 인간의 심리묘사 그리고 여느 작품처럼 결말과 과정에 대해 단정적으로 못박지 않은 작가의 의도는 오히려 읽고나서도 오랫동안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처음부터 읽어내려가다가 등장하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이 인간 나쁘다'라고 생각하다가 어느틈엔가 '이 인간 그리 나쁘지 많은 않네...', '그래, 나같아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는 걸...'등 한 캐릭터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분명 표면적으로는 '이 사람은 나쁘고 저 사람은 좋다'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듯 싶다가도 이내 그 등식은 산산히 부서지고 흑백의 판가름에서 벗어나 사고의 다양함까지 끌어내는 맛이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악인'을 읽다보면 '정말로 진정한 악인은 누구이며, 인간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앞서 얘기했듯이 작가가 각각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와 내면속 감정을 -마치 자신을 들여다 보듯이-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고, 작가의 악인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담겨있지 않아 읽는이로 하여금 다양한 결론을 도달할 수 있게 한 것은 역시 요시다 슈이치 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지금까지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10작품 중 나는 이 작품은 단연코 최고로 꼽고 싶다. 한 작가의 작품을 10여편이상 읽어오면서 이처럼 재미있는 책을 만날 수 있다면, 그동안 읽어온 작품이 조금은 부족하고, 때로는 실망을 했었다 한들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자,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을, 요시다 슈이치에 실망했었다면 이 작품을 한번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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