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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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오랜 연륜에서 베어 나오듯 '한밤중의 행진' 또한 재미있다. 요즘 일본 문학계의 평균연령은 20-30대가 주를 이루는데 반해, 오쿠다 히데오는 나이 40에 이 바닥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상당히 늦게  출발한 셈이다. 하지만 늦은만큼 그이 경험은 색다르다. 잡지편집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 등 실로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이 결국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하게 되는 듯 싶다. '한밤중에 행진'도 예외는 아니다. TV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하니 역시 오쿠다 히데오의 구성작가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관객이 원하는, 독자가 원하는 작품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고 있는 듯하다. 적당한 긴박감과 빠른 전개, 흥미로운 사건, 그리고 약자로서 강자에게 대항해 통쾌하게 펼쳐내는 모험담 등을 골고루 섞어 휘휘 저어 만들어 낸다. 그러다 보니 읽는 이는 절대 지루하지가 않다. 읽히기는 왜 그리 빨리도 읽히는지 정신없다. 물론 다 읽고 나면 남는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즐기고, 시간보내고, 오쿠다식 이야기를 기대했기에 그다지 손해볼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쿠다를 싫어한다거나, 일본소설을 싫어한다면 분명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오쿠다식이니까...

'한밤중에 행진'은 이전의 '공중그네'시리즈와는 사뭇 다르다. 또한 '남쪽으로 튀어'와도 무게감이 차이가 난다. '남쪽으로 튀어'는 가벼운 듯 하면서도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면이 있었다. 반면 공중그네는 자충우돌 한 의사의 유쾌한 이야기 보따리 였다면 '한밤중에 행진'은 오히려 '이사카 고타로'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은행을 털고, 복수를 하는 경쾌한 이야기 처럼 말이다. 어쩌면 요즘 일본소설의 흐름이 이러한 전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러 작가가 이러한 느낌의 소설을 발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대적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독자가 원하는 모 그런거...

'한밤중에 행진'을 읽다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하는 흥행위주의 영화처럼 말이다. 잘 짜여진 각본대로 그러면서 위기와 반전이 반복되는 그러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리고 마지막에 찌릿한 여운이 좀 남으면 더욱 좋을 듯한 그런 영화나 드라마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거나, 이와 유사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한밤중에 행진'은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 오쿠다식 경쾌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절로 신이날 것이다. 어차피 읽을때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오쿠다 히데오식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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