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공포모듬 한 접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이번이 두번째방문인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은 나에게는 첫번째 방문이다. 단편 9편중 내가 읽어본 작품이 있는 작가는 이종호(이프) 한 작가뿐. 솔직히 우리네 공포문학을 쉽게 손에 잡지 못하는 이유는, 외국 공포문학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거니와  아직까지 우리의 공포문학은 시작단계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과연 제대로 된 작품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한국공포문학단편선-두번째 방문'을 읽고 우리 공포문학이 밝게 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한국공포문학단편선-두번째 방문'은 대체적인 평이 '첫번째보다 완성도가 높아졌고, 다양한 장르의 공포를 다루었다'로 축약할 수 있는 듯 싶다. 물론 첫번째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완성도가 어디까지고, 이번에도 참여를 했다는 몇몇의 작가의 작품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여러 서평을 종합해 볼때 전편보다는 한층 버전업이 된 것만은 확실한 듯 싶었다.

전체 9편의 작품 중 몇 편은 마음에 쏙 들 정도로 높은 별점을 주고 싶었던 반면 2-3편은 기대이하로서 별점을 주기가 머쓱한 작품이 있었다. 여기서 기대이하라 함은 공포문학이 주는 마지막 힘이 약하거나, 전체적인 내용이 밋밋하거나, 또는 어디선가 읽어본듯한 내용을 꿰어맞춘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작품들을 의미한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두번째 방문'중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작품은 역시 - 다른 리뷰어들도 대부분 공감하는 바이겠지만 - 안영준의 '레드 크리스마스', 이종호의 '폭설'그리고 최민호의 '길 위의 여자'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장은호의 '캠코더', 황희의 '벽곰팡이' 그리고 김미리의 '드림머신'도 즐겁게 읽었다. . 반면에 김종일의 '벽', 신진오의 '압박' 그리고 김준영의 '통증'은 나의 기대에 못미치는 작품이었다.

좀더 세부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레드 크리스마스' 는 우리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공포소설로 잘 승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적이고 황금만능주의에서 오는 빈부의 격차를 한 노인을 통해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을 가져다 주는 산타를 통해 멋지게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읽고있는 우리도 충분히 잔인해 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산타의 복수를 보고 즐겁고 통쾌하 했으니 말이다.

'폭설'은 내가 읽어본 '이프'의 작가 이종호의 작품으로 내심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다. 눈오는 산 속 산장에서 벌어지는 살인에 얽힌 이야기로서 역시 공포소설은 좁은 공간에서 더욱 더 무서움을 더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다가오는 반전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길 위의 여자'는 대강은 예측이 가능한 소설이었으나 - 마지막도 마찬가지로 - 그 공포의 주체가 여자라는 점이 더욱 더 공포를 자아내지 않았나 싶었고, 마지막에 알게되는 그 납치의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었다. 아마도 모성애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와 닿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드림머신' 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었다. 드림머신이라는 신선한 주제를 들고 이야기 해 주는 듯 하지만 그 끌고가는 힘이 좀 약하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전해주는 한마디는 공포스러움이 물씬 베어나온 듯 했다.

'캠코더' 는 병원이라는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서 캠코더로만 찍히는 저승사자의 이야기를 잘 다루고 있는 작품인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이 너무 평이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나는 좀더 강한 그 무엇을 바랐던것 같다. 이왕이면 좀더 공포스럽게 몰고 갔다면 더욱 멋진 공포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벽곰팡이'는 특히 다른 작품보다 관심있게 본 작품이다.  실제 미국에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겪어본 나로서는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내에서 인종차별은 상당히 심하다. - 그들은 아니라고 그럴리 없다고 하지만 실제 경험도 해보았고, 영화나 신문, 인터넷을 보면 아직도 미국내에서의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마지막 결말 또한 공포소설로서 어울렸던것 같다. - 내심 다른 반전을 바랐었지만...

이에 반해, '벽'은 아쉬움이 매우 많이 남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누구나 한두번씩 겪는 층간소음을 주제로 처음에는 흥미롭게 풀어나가면서, 위층의 여자와 자녀까지 그 공포의 주체로 몰고 가는가 싶더니 중간을 지나 마지막에 전혀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작가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끝까지 초현실주의, SF적인 결말이 아닌 위층과의 또는 다른 그 무엇으로 대치했더라면 전체 9편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멋진 공포소설이 될 뻔했는데 하는 심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압박'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작품이었던 듯 싶다. 단지 내가 이런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거나, 아니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있어서 별로라고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체 작품 중 나의 기대치에 밑도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었다. 읽으면서 일본소설이 생각나서 그다지 흥미롭지는 못했다.

마지막으로 '통증'은 이전에 내가 다른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고, 색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혀가 갈라지는 설정은 마치 일본소설 '뱀에게 피어싱'을 연상시켰고, 몸에서 모가 돋아나는 설정들은 우리소설 김언수의 '캐비닛'을 충분히 연상시켰기에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를 못했다. 물론 소설이라는 것이 사람이 쓰는 것인지라 비슷할 수도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로서는 그다지 새로울 수 없음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만약 위의 소설을 접하지 않은 독자라면 분명 새로운 패러다임의 작품을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올여름 그렇지 않아도 강한 그 무엇을 원했었는데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은 어느정도 갈증을 해소시켜 주지 않았나 싶었다. 우리공포문학이 이제 시작단계이고 관심이 그다지 지대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작품들이 한편 두편, 한권 두권씩 꾸준히 나와준다면 머지않아 한국공포라는 우뚝선 장르의 문학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결국은 이 책을 읽고 '한국공포문학단편선' 1권을 장바구니에 담았으니 그다지 이 책이 재미없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