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또 다시 이사카 고타로가 찾아왔다. 최근 서점가에는 그의 작품 3편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어느 것을 집어 들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만든다. 실로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살짝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골라 읽는 재미가 있는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들. 최근에 소개된 작품 중 하나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속으로 들어가보자.
 
사실 '집오리와...'는 이사카 고타로의 2003년 작품이다. 국내에 알려진 이사카 고타로의 12편-한편(비밀)은 여러 일본작가가 엽편형식으로 쓴 소설- 중 3권이 2003년 쓴 작품들이다. 이 작품과 최근에 나온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그리고 중력삐에로가 바로 2003년 작품. 이사카 고타로 작품의 특징은 적당히 재미있고(집오리..., 사막, 사신치바), 적당히 가볍고(칠드런, 명랑한갱이...) - 때로는 조금 무겁기도 하지만(러시라이프, 오듀본의 기도) -적당히 즐거우며 (대부분 작품), 적당히 추리(집오리.., 오듀본의 기도, 중력삐에로)가 가미 되어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속에는 유쾌함과 즐거움이 늘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유쾌함과 즐거움은 일반적인 가벼움의 그것이 아닌 그 시대의 사회문제를 승화시킨 유쾌함 내지는 즐거움이라는 데에 이사카 고타로 만의 특징이 있다 하겠다. 바로 이점이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읽다보면 - 아니 많은 일본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 의외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아마도 이사카 고타로는 음악을 좋아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작품전개를 위해 독자와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음악을 매개체로 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63년도에 히트를 했던 밥딜런의 'Blowin' In The Wind'라는 음악이 작품 전반에 걸쳐 소개가 된다. 어찌보면 이사카 고타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게 이 노래에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다가 밥딜런의 앨범을 찾아 이 음악을 들어보았다. 오랫만에 들어보는 귀에 익은 음악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속 이야기 구성은 독특한 구석이 있다. 그냥 한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도가 아니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두명의 "나"가 등장한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현재시점과 2년전 과거의 시점이 서로 교차하듯 번갈아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가와사키를 둘러싼 2년전 여자친구였던 '나'와 2년후 현재 가와사키의 옆집에 이사를 오게된 대학신입생인 '나'를 통해 가와사키라는 인물에 대해 나열하는 방식이다. 자칫하다보면 현재와 과거를 혼돈할 수도 있고, 몇번정도는 앞 페이지로 가서 지금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확인도 해야하는 수고도 생기지만 이야기의 흡입력이 있어 별로 지루하거나 재미없다는 생각은 들지않는다.
 
이야기속에 빠져있다보면 현재가 진실인지 2년전 과거가 진실인지 혼란해 질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순간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말을 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다보면 꼭 그렇지많은 안다는 것을 알게 될것이다. 사실 이야기를 좀더 깊게 해야하겠지만, 자칫하면 스포일러성 리뷰가 될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2년전 과거의 가와사키 와 부탄에서온 친구, 그리고 여자친구. 그 들 사이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 났었을까?, 그리고 2년후인 현재 가와사키와 부탄에서 유학온 친구.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신입생인 나는 어떤계기로 만나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이런 구도로 전개가 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놀랄만한 진실이 숨어있다.
 
작가는 작품의 제목에서 집오리와 들오리를 끌어들였다. 같은 오리인것 같지만 하나는 토종오리이고 하나는 수입오리라고 한다. 바로 여기에 1차 힌트가 숨어있다. 가와사키와 부탄친구. 그의 관계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관계이다.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오리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코인로커는 무엇일까?, 코인로커는 지하철역등에 있는 물건등을 보관하는 보관함을 의미한다. 왜 코인로커가 등장하는 것일까? 바로 이 코인로커가 둘을 관계짓는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한다. 어떤 관계인지는 이야기 속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해 잠깐 언급하기로 한다. 번역이 잘 못 되었거나, 매끄럽지 않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처음 어느정도 까지는 잘 읽히지가 않는다. 분명히 번역이나 문장 단어의 선택은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음에도 말이다. 아마도 이사카 고타로 작품의 이전 번역자에 익숙해져서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너무 멋지게 번역하려고 한것이 오히려 어색해 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다읽고 밥딜런의 Blowin' In The Wind의 가사를 훑어보았다. 왜 작가가 이곡을 선정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이사카 고타로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위를 날아야 흰 갈매기는 사막에서 잘들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이 머리위를 날아야 포탄은 지상에서 사라질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산은 바다가 될까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사람들은 자유로워질까
얼마나 더 고개를 돌리고 있어야 안 보이는척 할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더 고개를 쳐들어야 사람은 하늘을 볼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타인들의 울음소리를 들을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닫게 될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 류시화 역- (밥딜런의 Blowin' In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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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라도시 2007-06-1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 크기 키워주실 수 있는지요 ^^;

백년고독 2007-06-1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웠는데 잘 보이시는지요 ^^

베이비송 2007-06-1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카 고타로의 새작품이 나왔네요. ^^

2007-06-13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년고독 2007-06-1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2007-06-1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4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