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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러 갑니다
가쿠타 미쓰요 지음, 송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을 적지않게 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작가의 책을 보고는 꼭 그렇지 않음을 실감했다. 가쿠다 미쓰요 작가는 나오키상도 수상을 했었고, 이미 우리나라에 10여편이 넘는 작품이 소개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뒤받침해준다. '죽이러 갑니다'가 내가 읽은 이 작가의 첫 작품이다. 읽은 후의 느낌은 '썩 좋았다' 는 것. 얼마전 도서관에 가서 잘 빌리지도 않는 책을 4권 골랐는데 그 중 한권이 이 책이었다. 공짜로 읽었다는 기쁨과 함께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을 한 권 만났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제목이 주는 힘이 너무 강했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모두 7편의 단편이 한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바로 '누군가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말이다. 누구에게나 한 두번씩은 농담으로든 반농담으로든 '누군가를 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고 말 것이지만, 때로는 그러한 생각에 본인 스스로 놀랄때가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의 대상은 '친구' 일수도, '애인'일수도, '남편'일수도, '아내'일수도, '자식'일수도, '부모'일수도, 또는 직장의 '동료' 나'상사'일수도 있으며, 자기를 가르친 '선생'일수도, '이웃'일수도 있다. 7편의 짧막한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그 죽이고 싶어하는 대상은 상대방이지만 그런 마음은 바로 자신의 나약함과 소심함 등으로부터의 탈출이었을 것이다. 7편의 이야기는 결론이 없다. 그냥 읽는 우리의 몫일 뿐이다.
7편의 색다른 느낌, 색다른 이야기. 색다른 대상.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보니, 불현듯 나에게 있어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만든 대상이 있었을까?, 그렇다는 그는 누구였을까?라고 곰곰 생각해 보았다. 분명 누군가가 있었던 듯 싶고,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어슴프레 떠오르는 듯도 하다. 아마도 그 당시에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은 분명 상대방에 대한 분노나 미움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한 어찌 할 수없는 행동의 반대급부였을 것이다. 누군가 밉고, 악의를 느끼고 있다면 가만히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