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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존 반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역시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작품상을 받은 작품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제목이 주는 신비로움에 강한 끌림을 당해 읽게 되었다.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정말 멋진 제목이 아니던가. 원제가 무엇인가 찾아보았다 - 사실 찾아볼것도 없다, 왼쪽 위에 'The Sea'라고 씌어 있으니... 허탈함이 든다. 원작은 그저 간단히 'The Sea' 인데 한글판은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라는 사실이...하지만 책을 다 덮고 나면 왜 원작과, 한글번역판의 제목이 그리도 멋진지 다시한번 감탄하게 된다.
부커상. 마텔의 <파이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 파이이야기가 2002년 부커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2005년 수상작이다. 역시 수상작품은 나름대로 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작품성이 있는 듯 하다. 하긴 내가 그렇게까지 깊은 작품성을 논할 수 있겠느냐마는...또한가지 상을 받은 작품은 어렵다는 생각도 함께 해본다. 책의 말미에 나와있듯이 이 작품은 두번 읽어야 한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지금당장 두번 읽고 싶지는 않다. 한번 읽는 것도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읽다보면 앞의 내용을 잊어버리고, 무슨 내용인가 읽어내려가면 계속 그 언저리에서 맴돌고, 또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있는 것이, 책의 내용과 주인공의 심리만큼이나 복잡하다. 그렇다고 재미없다거나, 번역이 이상하다거나, 책의 내용이 전혀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봐야할것이다. 저자는 주인공의 심리를 아주 멋드러지게 묘사를 했다. 또한 아내와의 대화라든가 하는 장면들이 여느 책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언어의 마술사라는 표현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잘 안 읽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나의 요즈음 독서습관에 기인하는 듯 싶었다. 최근 한참동안 그냥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읽어 내려가는 책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이처럼 감상적이고, 문학적인 작품에서 잠시 주춤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쨋거나 우여곡절 끝에 책을 덮으면 주마등 처럼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주인공의 의식 흐름 기법처럼 나의 지난날이 줄줄이 엮여서 나의 기억속으로 삐져나온다.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를 읽고 나니 왠지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한참 힘들었던 시절 강원도 이름모를 바닷가로 향하는 버스를 무작정 타고,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바다 모래사장을 거닐던 기억이 스멀스멀 솟아올라왔다. 이 작품에서의 바다는 바로 내가 태어나고 죽는데 있어서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바다는 바로 죽음이이며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며, 내안의 과거이면서 동시에 추억이기도 한 곳이다. 또한 바다는 나를 나를 비추는 거울같은 곳이고, 나의 내면에 있는 그 모든 것 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번은 인생의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다는데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오랫만에 더디지만은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책을 한권 만났다. 당장은 아니지만 먼훗날 힘들고, 지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때 다시한번 읽어보고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