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서 몇번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집에 돌아와 장바구니에 담았다 뺏다를 수차례 한 책이었다. 이상하게도 한번 그런짓을 반복하면 쉽게 구입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책을 사는데 인색하거나, 일본소설을 싫어서는 분명 아닌데 말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라서 였을까?, 아니면 책의 두께 때문이었을까?, 하여튼 나에게 있어 '꽃밥'은 잊혀져 가는 책 중 하나였다.  이 작가의 최근 작품 '새빨간 사랑'을 읽고 또다시 '꽃밥'에 관심이 쏠렸다. 그렇다고 이미 오래전에 구입하려다 만 책을 이제와서 또다시 구입한다는 것에 왠지 모를 오기가 발동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이라고는 학교다닐때 다니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카와 어린이도서관 정도 다닌게 고작이었는데, 꼭 보고 싶은 책이 있어, 여러 도서관을 수소문 하다가 '남산도서관'에 찾던 책이 있다는 말에 어색한 발걸음을 들여놓게 되었다. 분명 찾던 책이 있었지만은, 도서대출증이 없다는 이유로 관외대출이 허락되지 않았다. 다음날 필요서류를 준비해 다시 찾아간 도서관은 예전의 그런 도서관이 아니었다.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사고의 도서관 모 그런분위기.

도서관 사서는 이왕 온김에 필요한 책이 있으면 빌려가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도서대출증은 5일후나 나오지만 임시대출증을 발급해준다면서...찾던 책과 3권의 책을 더 골랐다. 그러던 중에 일본소설 서가에서 발견한책이 바로 '꽃밥'과 '지금 죽이러 갑니다'라는 일본소설이었다. 두 권 다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것처럼 서가에 꽂혀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꽃밥'부터 펼쳐들었다.

'슈카와 미나토'  왠지 친근감이 가는 작가이다. 이 작가의 '꽃밥'을 읽으면서 어릴적 추억이 되살아났다. 아주 어릴적 추억이...

내가 어렸을때 옆 동네에는 넓은 운동장이 있었다. 운동장이라고 해봐야 당시에는 온통 흙먼지 가득한 돌로된 넓은 운동장이었다. 그 곳에서는 주위의 동네에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축구며, 야구며, 족구며-당시에는 그게 무슨 운동인지도 몰랐다 - 각종 운동을 혼란스럽게 하는 장소였다. 이 운동자으로 부터 약 4-50m 떨어진 곳에 연못이 두개 있었는데, 이름이 참으로 특이했다. 큰 연못은 '엄마연못', 작은 연못은 '애기연못'. 우리는 그 곳에서 많이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연못에 엃힌 이야기를 듣고는 그 근처에 가기를 꺼려했다. 당시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아이를 낳아 버리는 경우가 왕왕있었다. 바로 이 연못이 그런 연못이었다. 아기연못에 아기를 던지고, 엄마는 큰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그런 떠도는 소문...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의문스럽다. 지금 그 곳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되었지만은 말이다.

슈카와 미나토의 '꽃밥'을 읽으면 무섭거나, 끔찍하다기 보다는 마음이 아린 느낌이 든다. 이 책에는 모두 여섯편의 단편이야기들이 들어있으며, 오사카의 뒷골목이 주 무대이다. 모두가 기이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와 함께 '그래 그럴 수도 있을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 특히 좋았던 작품은 역시 '꽃밥'과 '얼음나비' 였다. '꽃밥'은 여동생의 환생에 관한 이야기고, '얼음나비'는 남동생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외에도 한국소년의 죽음과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도까비의 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흐믈흐믈한 물체의 이야기를 다룬 '요정생물', 그리고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할머니 라는 의미의 조금은 섬뜻한 '오쿠린바' 와 백수 삼촌의 죽음과 삼촌이 좋아한 세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조금은 슬프면서 웃음이 묻어나는 '참묘한 세상' 의 이야기가 맛깔나게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적 추억이 되살아 난것은 또있었다. 바로 이야기 중가네 나온 '요괴인간'에 대한 언급이었는데, 초등학교시절 너무도 재미있게 보았던 일본 괴기 만화영화였는데, 이 만화를 보기위해 그 시간에는 온 동네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흑백 TV를 보았던 기억 - 당시에는 TV 있는 집이 그리 많지 않아 대부분 모여서 함께 보곤 했었다 - 이 또렷이 살아났다. 마지막에 '빨리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괴기스러운 대사는 어린 우리들을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었다.

또한 작가는 TV 속 인물을 비유하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여섯편에 등장하는 인물의 묘사를 대부분 일본 TV에 나오는 연예인의 모습을 연관시켜 설명하곤 했다. 아마도 그 TV속 인물들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면, 훨씬 재미있게 이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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