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글 사진 / 지안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대개 이런류의 책들은 사진 몇장 찍어놓고, 대충대충 상황설명하고 사진 담겨있으니 책값 좀 올려받고 그러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곱게늙은 절집'은 기존의 그렇고 그런 책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좋다. 표지는 조금 촌스러워 보이지만 어찌보면 그런게 더 정겹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페이지도 묵직하다 470여페이지에 올컬러 사진이 수북하게 담겨있다. 가격도 이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 무엇보다 내가 몰랐던 전국 각지의 사찰과 암자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사진도 제대로다. 작품처럼 느껴지는 사진들보는 재미도 만만치않다. 아마도 작정을 하고 찍은 듯.

  나에게 있어 절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대학시절 힘들고, 어렵고, 지쳤을때 서울 근교에 있는 절을 찾곤 했었다. 그 곳은 어릴적 한두번 가본적이 있는 곳이었다. 어릴적 나에게 좋은 말씀을 해 주셨던 주지스님이 그모습 그대로 늙으신체로 반겨 맞아 주곤 하셨다. 그 곳 절 뒤에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놓은 부처가 있었고 뒤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어쨋거나 사는게 힘들때 그곳을 자주 찾았다. 시원한 물한모금과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다. 아마 지금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 하지만 스님은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시리라...

  몇년전 낙산사가 불로 모든것을 잃었다. 그 곳은 수도 없이 가보았던 곳이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 어느정도 복원이 되어가고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옛날의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외에도 친구들과 아니면 직장 동료들과 여행이라도 떠나면 꼭 들러보는 곳이 절이었다. 그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모든것을 비워버리고 싶어질 만큼... 뒤돌아서 올때면 자꾸 뒤돌아 보게 만드는 절은 그렇게 마음속에 차곡차곡 남아있다.

  절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찾아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저자가 찾아낸 은해사의 가릉빈가나 만년송, 능가산 내송사의 대웅전등은 참으로 볼만하다. 가보지 못하고 들어보지 못한 산사 25곳.  이 모든 곳을 가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수도 없이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곱게 늙은 절집'을 보고 있으면 깊은 산속 이름없는 산사의 한켠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잊혀졌던 어릴적 생각도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요즘처럼 각박하고 정신없이 도시의 빌딩숲에서 온갖 매연과 황사에 찌들어 사는 우리들에게 '곱게 늙은 절집'은 휴식처처럼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요즈음 자연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지는 마음이 절로 들지도 모르겠다. 여유롭게 차한잔 마시며 천천히 절집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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