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 Heat
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에 관심이 많다. 아주 어려서부터 기본적인것은 스스로 해결을 하곤 했다. 한끼정도는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가장 간단한 라면끊이기 부터 김치볶음밥 만들어 먹기까지...하긴 라면 끓이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 라면 못 끓이는 분도 있으리라.

  1년정도 객지생활하면서 왠만한 음식은 다 해먹어 봤다. 특히 면(麵)으로 만드는 요리는 거의 다 해보았다. 비빔국수, 장터국수, 쫄면, 냉면은 물론 스파게티까지 - 물론 면만 사다쓰고 나머지 양념은 모두 다 만든다, 요즘은 얼마나 좋은가. 모르면 인터넷이라는 훌륭한 요리학원이 있는데 -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다. 때로는 별스러운 음식도 해먹는다. 손이 많이 가는 카레나-3분카레 절대 아님- 김밥까지 다양하게 해 먹어보았다. 덕분에 지금도 주말점심은 가능하면 내가 만들어 낸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본다. 요리학원에나 다녀볼까라는 생각. 한식이 좋을까, 일식이 좋을까, 아니면 중식, 양식. 그 중 한식은 손이 제 일 많이 가는것 같다. 열심히 만들어 놓아봐야 정작 손 가는게 별로 없다. 그리고 까다롭기까지 하다. 아마도 우리 어머니들의 손맛이 중요했었나 보다. 어쨋든 한식, 일식, 중식, 양식 중 양식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냥 우아하게 스테이크도 좋을 것 같고, 전혀 이름 모르는 음식도 좋을 것 같다. 무슨무슨날 잘 차려놓은 테이블에서 와인한잔과 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듯 싶다.

  이 책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해본다. 너무도 다양한 음식에 정신이 없다. 하긴 내용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420여페이지에 게다가 글씨는 어찌나 촘촘히 박혔는지 얼이 빠진다. 사실 요리에 취미가 없거나 이런류의 음식이 주를 이루는 책은 자칫 따분해지기 일수이다. 불필요한 내용이 산재해 있고, 음식도 이름만 툭 던져놓으니, 어떻게 그 음식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수 있겠는가. 차라리 내용을 과감히 줄여버리고 중간중간에 요리의 레시피를 살짝살짝 첨가했다면 훌륭한 행복요리책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내용이야 한 기자가 유명한 음식점에 취재갔다가 결국은 요리사의 길로 접어드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어찌보면 대단한 기자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우리의 상식으로는 주방장보다는 기자라는 직업이 폼나는 직업임에는 틀림없지 않은가. 그런 그가 그 힘든 주방장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다소 어이없음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도저히 일반사람으로서는 할수 없는 결정. 그래서 더욱 멋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생각을 해본다. 과연 나도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을 내팽게치고 양식이 되었든 일식이 되었든 주방으로 들어가 양파썰기나 무썰기부터 배울수 있을까라고? 쉽지 않을 결정일 것이다. 취미라면 몰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에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가 2장 중간쯤부터 흥미로와진다. 소위 읽는데 탄력이 붙는다. 하지만 읽어도 읽어도 끝이없다. 아마도 최근에 이처럼 한책을 2주일째 잡고 있는 책은 없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이름도 몰랐던 요리도 알게되고, 레스토랑의 숨겨진 장소인 주방에서의 일상과 그 곳에서 벌어지는 헤프닝도 조금은 알게 되었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도 약간은 맛을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만화 "식객"과 일본만화 "초밥왕"이 생각나는 이유는 왜일까.

  음식, 요리에 관심이 없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는데 애를 먹을지도 모르겠다. 중복되는 요리이야기에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책의 중간중간에 삽화라도 곁들이고 판형을 키워서 좀 시원스럽게라도 만들어 주었더라면 답답함이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한 기자의 멋진 주방장으로의 변신을 그 힘든 과정처럼 만큼이나 내용도 한없이 길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재미가 있으니 꼭 내동댕이 칠 만한 책도 아닌 듯 싶다.

  이 책을 읽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그리 멀 것 같지 않은 뉴욕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밥보'를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한낮 꿈일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