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 동문선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잠수복과 나비>라니.... 잠수복이랑 나비랑 대체 어떤 관계라고 저런 얼토당토 않은 제목을 지었을까 생각했다. 제목도 그렇고... 무슨 책일까 궁금했다. 어쩐지 가벼운 듯한 책이라고 생각했던건 내 무지의 소산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내리기 시작한 <잠수복과 나비>

그러나 그 무게가 점점 내 어깨를 내리 누르고 가슴까지 뻐근하게 묵직해졌다. 장 도미니크 보비는 잡지사의 잘나가던 편집장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느닷없는 사고로 한쪽 눈동자만 움직일수밖에 없고 온몸은 뻣뻣하게 마비되고 만다. 내부로 부터 감금당한 상태 로크드 인 신드롬에 걸린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절망하지 않고 이런 글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다. 슬프지도 않게 담담하고 따뜻하게 자신의 주위를 이야기한다. 단 하나 눈꺼풀을 움직임으로 한자한자 받아 적을 사람을 두고 그는 오로지 정신과 한 쪽 눈꺼풀만으로 자신의 남은 생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책이 출판되어 서점에 깔리는 것을 보고 그는 눈을 감는다.

잠수복과 나비... 이제야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얼토당토 않는 제목이 아닌 너무도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는 것도... 잠수복은 그를 옥죄고 있던 마비된 육체이며 나비란 아무도 제지할 수없었던 그의 화려한 정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 하므로 그는 잠수복을 벗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간다.

너무도 감동적인 책이 아닐 수없다. 정신과 육체의 경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육체가 정신을, 혹은 정신이 육체를 갉아 먹을 수도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말이다... 그러나 저자를 보면 그 어느것도 다른 어느것을 침해할 수없음을 안다. 의지.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문제인것을.

마음이 너무 절망스럽거나, 혹은 죽고싶다는 마음이 들때, 너무너무 사는것이 괴로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당신이 얼마나 절망속에 허덕이고 있든지 얼마나 죽고 싶은 마음이든지.. 이 저자 만큼이었을까?  괴로운 마음속에 살고 있다면, 그래서 삶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면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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