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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백시나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탸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燒酒를 마신다
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알응알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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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이다.
언젠가 너무도 쓸쓸하여 홀로 거리를 거닐다 들어선 서점에서
운명처럼 그의 시집을 만났고 단번에 이 시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도 쓸쓸하고 고독하였으므로 화살같이 날아와 내 가슴에 박혔다.
그때는 그 누구의 위로도 나를 어루만지지 못했으나
이 시한편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나는 가슴에 백석의 시집을 꼭 품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눈물이 났고, 다시 살아갈 힘이 났다.
걸죽한 시들도 있고 해석불능의 시들도 들어있다.
고어들도 많이 들어있어 읽기가 힘들기도 한 반면 나름의 멋이 있다.
무엇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니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