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의 새 작품이 나왔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책을 받아들고 표지를 보고 아, 표지조차도 읽고 싶게 만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일본다운 디자인이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의 포장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하긴 일본의 디자인에 대한 사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 않은가, 가전제품에서부터 그냥 먹기위해 찢어버리는 과자의 포장지까지 그들의 정신이 들어있지 않은가. 도저히 포장지가 예뻐 뜯어먹기가 아까운 경험을 해보지 않았던가...

  예쁜 표지만큼 내용도 예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그대로 겉다르고 속다른 소설이었다.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를...나가사키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지만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를 모르고 읽었다면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맛때문에 요시다 슈이치와 일본소설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싶다.

  나가사키는 일본의 규슈지방에 있는 나가사키현의 도시이다. 무역항이기도 하며 유럽의 문화를 받아든인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1945년 8월에 히로시마에 이어 두번째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지금도 나가사키의 곳곳에는 전쟁의 잔존물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나가사키는 나가사키 등축제와 노면전차가 유명하기도 하다. 바로 이 나가사키가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고향이다.

  소설 나가사키는 한소년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슌이 초등학교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는 그리고 성인이 될때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내용은 그리 밝지가 않다. 읽는내내 주인공 슌과 함께 성장하는 나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슌은 나가사키의 한 야쿠자집안에서 태어난 남자아이다. 슌의 외삼촌들은 야쿠자들이다. 슌의 성장과 함께 야쿠자가는 몰락을 한다. 그리고 슌은 인생을 알게된다. 나약한듯 우유부단한듯 슌은 현실에서 도피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든것이 마음먹은데로 되지를 않는다. 모든것이 다....

  초등학교시절에는 한학년 위의 농구부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저항한번 못하고, 중학교때는 친구와 멀리 떠나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집을 찾아온 다른지역의 야쿠자에게 자기도 데려 가달라고 부탁도 해보지만 결국은 그 조차도 이루지 못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의 초등학교 여자친구와 멀리 떠나기 위해 돈을 모은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일주일후 떠나기로 약속한다. 과연 슌은 떠날 수 있을까....

  소설 나가사키를 보면 소설속의 대사가 강하게 다가온다.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왠지 인생에서 진 것 같은 패배감이 드는데, 실제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더라는 것이지...."라는 말처럼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우리의 의지대로 결정하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본의 아니게, 타인에 의해, 주변의 여건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바로 이런게 인생이 아닐까...

  소설 나가사키를 읽으면서 유일하게 웃음을 자아낸것은 아마도 사촌누나의 남자친구 차를 타고 벌어지는 자동차의 창문사건이 아닌가 싶다. 어릴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자동차의 수동창문을 자동처럼 올리기. 이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입가에 웃음이 베어나온다.  소설 나가사키에서 지난날 나가사키의 어둠고 암울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전쟁의 상처를 앉고 있는 자신의 고향인 나가사키를 회색빛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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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서재 2007-02-1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라는 말이 와 닿네요.
요시다 슈이치는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