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박목월.박동규 지음 / 대산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강나루 건너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라는 시(詩)이다.  학교 다닐때 너무도 좋아했던 시(詩)중 하나이다.  박목월 시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우리는 학교 다닐때 얼마나 자주 그의 이름을 들었던가, 얼마나 많이 그의 시(詩)를 보았던가. 교과서에, 책받침에, 일기장에, 연애편지에, 하다못해 이발소에 걸려있는 액자에서도 그의 시(詩)를 만날 수 있었다. 박목월 시인은 박두진 조지훈 선생과 함께 자연을 바탕으로 인간의 염원을 성취한다는 공통된 주제로 글을 쓴 청록파의 한분이기도 하셨다. 청록파 3인의 시집인 청록집을 보면 각 시인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잊고 있었던 박목월 시인의 일상사를 책으로 만났다. 바로 박목월 시인의 장님인 박동규가 펴낸 "아버지와 아들"이 바로 그 책이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책의 약 반을 조금 넘는 분량은 박목월 시인의 살아생전 남긴 일기형식의 글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그의 장남 박동규가 쓴 박목월시인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버지와 아들"에는 그저 시인으로만 알았던 박목월 시인의 생활상과 자식과 아내와 종교에 대한 사랑이 물씬 베어있고, 박동규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같은 글이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 싶다.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쓰는데도 누구는 쉽고, 읽기 편하고, 재미있게 쓰는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 쓴다는게 그리 쉽지많은 않아보이니 말이다. 박목월 시인의 글들을 읽다보면 참으로 맛깔나게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든다. 같은 표현이라도 예쁘고,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이 책에서는 박목월 시인의 가족사랑을 엿볼 수 있다. 아내와 5남매에 대한 부성애가 가득 묻어 나온다. 넉넉하지 못한 생활 속에서도 사랑으로 가득찬 가족의 이야기가 훈훈하게 전해져 온다. 박목월 시인은 돈을 벌기 위해 시(詩)를 쓰지 않았다. 시(詩)가 좋아 시(詩)를 썼다. 그래서 늘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했다. 역시 시인다운 모습이다. 

  박목월 시인의 글이 쉽게 읽힌다면, 박동규의 글은 편하게 읽힌다. 역시 부전자전(父傳子傳) 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 부터 늘 책과 함께 해온 아버지 밑에서 보고 배운 것은 역시 책을 가까이 하는 것. 결국은 아버지 박목월 시인의 뒤를 이어 교수가 되고 평론가가 되었다. 바로 이것이 살아있는 가정교육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보면 박동규 역시 아버지를 닮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 옴을 느끼게 된다. 두 부자(父子)의 글 하나하나에서 사랑을 읽을 수 있다. 책의 곳곳에서 두 부자(父子)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울려 퍼진다. 이 글을 읽다보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 진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없음이 마음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