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당신에게
오하시 시즈코 / 에디터 / 1997년 10월
절판


가을과 컵의 물

투명한 가을날이다. 바람은 빛나고, 하늘은 파랗고 멀어서,
이렇게 아름다운 날도 있었던가, 마음을 감동시키는 듯한 날이었다.

방문했던 집에서 테이블 위에 한 잔의 물이 나왔다.
상당히 큰 크리스탈 컵에 찰랑찰랑 담긴 물,
거기에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꽂혀서 물이 반짝거렸다.

입술을 댔다. 선뜩하고 차가운 크리스탈의 감촉,
그리고 목을 따라 흘러가는 물의 달콤함.
물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맛이는 것이었던가.

물은 목을 씻고, 가슴을 맑게 하고, 위로 스며들어 간다.
반 이상 마셔 버려서 다시 한숨 쉬고 전부 마셔 버렸다.

맑게 개인 날이어서 틀림없이 몸 속에서 물을 원했을 것이다.
상큼한 가을이 컵 속에 물에 녹아서
물이라기 보다 신비하고 투명한 음료수가 된 것 같았다.

물은 차나 홍차나 커피보다 멋진 가을의 음료수다.-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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