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평화론 - 하나의 철학적 기획, 개정판
임마누엘 칸트 지음, 이한구 옮김 / 서광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칸트는 그의 저서 <영구 평화론>에서 제목 그대로 '영원한 평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영구 평화론은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영구 평화론이란 분쟁과 다툼 그리고 전쟁이 없는, 유토피아와 같은 그러한 이상향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칸트의 그것은 '전쟁의 가능성'을 둔 세계를 그린 것이다. 모순적인 이야기라 생각되어지지만, 칸트가 이야기하는 '전쟁의 가능성이 있는 영구 평화론'은 모순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이상을 접고 현실에 맞는 '주장'이다.  

   일반적인 평화론이라면 전쟁의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것이 평화를 위한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할테지만, 칸트는 오히려 전쟁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전쟁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영구 평화론이란 말은 이상하게 들린다. 전쟁이란 상황은 인간의 이성으로 제어되고 측정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는 오직 죽고 죽이는 살육의 관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칸트는 영구 평화론을 주장하면서 이런 전쟁의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칸트가 전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직전의 긴장상태가 자유를 발생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칸트는 [추측해본 인류 역사의 기원]이라는 논문에서 "그래서 양 진영 사이에는 끊임없이 전쟁이 발생하거나 혹은 그러할 위험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들 양 진영의 국민들은 내적으로는 최소한 매우 귀중한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칸트는 전쟁이란 "문명화된 민족을 위협하는 최고의 악은 전쟁"이라고 이야기 함으로써 전쟁의 부당함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칸트가 이야기 하고자하는 것은 전쟁이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최고의 악이지만,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긴장상태에서 인간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고자 하려면 강대국이 되어야 하는데 강대국은 부를 필요로 한다. 부를 필요로 하려면 부를 생산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로 하는데 이것은 자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전쟁의 긴장관계속에서 자유는 인간에게 허용되어진다는 것이다. 

   즉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인간의 자유를 위해서는 전쟁 직전까지의 국가간의 긴장관계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전쟁의 발생은 원치 않고 전쟁의 긴장관계만을 위해서라면, 또 그것이 영원한 평화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누군가의 조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어느 한 국가가 모든 전쟁을 승리하게되면, 그 나라에 의해 평화는 올지언정 인간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이러한 상황을 [추측해본 인류 역사의 기원]에서 창세기를 빌어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정은 각 국가들의 연합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칸트는 단순히 '영원한 평화'만을 위해서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자유'또한 중시하였다. 만약 칸트가 말 그대로 '영원한 평화'만을 위해 글을 썼다면 먼 옛날의 로마시대처럼 초강대국에 의한 평화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영원한 평화를 바라면서 그와 함께 인간의 자유또한 추구하였다. 이것이 그가 영원한 평화를 바라면서 전쟁의 가능성을 필요로한 까닭일까?   

 

* 각주 

내가 이제 땅 위에 홍수를 일으켜서, 하늘 아래에서 살아 숨쉬는 살과 피를 지닌 모든 것을 쓸어 없앨 터이니, 땅에 있는 것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표준새번역 창세기 6장 17절) 

   칸트는 이 구절을 두 민족(가인과 아벨의 자손)이 서로 융합함으로써 그럼으로써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게 되어 모든 자유가 사리지고 강력한 전제군주가 시작되었고 그로인해 인류는 자연을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위엄을 잃게되었다고 해석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