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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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그리움을 위하여> 중에서.

"모든 인간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야." <마흔아홉 살> 중에서.

 날카롭지만 따스한 시선. 그 시선으로 세상을 담아내는 그녀의 소설은, 소설같지 않다. 딱 우리 사는만큼만 보여주니 말이다. 사돈이 같이 살았던 이야기 <대범한 밥상>는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갈 뻔(?)했으나 그 놀라운 사건 또한 우리시대에 있음직한 이야기로 바꾸는 그녀의 놀라운 능력이란! ^^ 그 능력의 비밀은 아마도 그녀의 따뜻한 가슴이겠지? 사는 일에 진력이 났나는 그녀의 말이 '산다는 건 꽤 괜찮은 일이야'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녀의 글은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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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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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별한 성장소설이 나한테 왔다.^^

수급자 등쳐먹는(?) 선생 똥주, 그 똥주를 죽여달라고 열심히 교회에 들락거리는 완득이. 열심히 춤추는 모습도 우스꽝스러운 난쟁이 아버지, 그 아버지에게 춤을 배운 외모는 멀쩡한 난닝구(?) 삼촌 남민구.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나타난 베트남 출신의 완득이 엄마. 완득이의 매니저를 자청한 특별한 우등생 정윤하. 완득이의 운동 스승이었던 변두리 체육관 관장님. 인물 하나하나 특별하지 않은 이가 없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유지하면서 놀랍도록 가볍게 책 장을 넘기게 만든 이 책의 작가 또한 특별하다. 세계 최고의 특수요원을 꿈꾸었다던, 그래서 자기 집 부엌에 수류탄을 투척(?)했다는 작가의 말이 범상치 않다. 오늘, 이곳저곳에 완득이를 투척하여 우리가 가진 무수한 편견을 깨뜨리는 특수요원으로 거듭난, 작가가 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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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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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고 일러준 작가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다. 글쎄 까마득히 먼 옛날의 얘기이면서 오늘날에도 어김없이 느끼곤하는 '강자 앞의 약자'인 우리 얘기이기에 하마터면 '소설로만' 읽지 않을 뻔했으니 말이다.^^

작가의 섬세함에 매료된 책, 남한산성. 왕이 남한산성에 있었던 47일 간의 이야기를 쓴, 그것도 스펙타클한 전쟁 장면(?)도 없는 소설 책 <남한산성>이 울컥 눈물까지 불러냈다.

 "성 안의 시간은 빛과 그림자에 실려 있었다. 아침에는 서장대 뒤쪽 소나무 숲이 밝았고, 저녁에는 동장대 쪽 성벽이 붉었다. 빛들은 차갑고 가벼웠다. 아침에는 소나무 껍질의 고랑 속이 맑아 보였고, 저녁에는 성벽에 낀 얼음이 노을에 번쩍였다. 해가 중천에서 기울기 시작하면 밝음의 자리와 어둠의 자리가 엇갈리면서 북장대 쪽 골짜기에 어둠이 고였다. 행궁 마당에는 생선 가시 같은 비질 자국이 선명했고, 저녁의 빛들이 가시 무늬 속에서 사위었다.(중략) 자리에 들기 전 임금은 때때로 오품, 육품 지방 수령들을 불러들여 성 밖의 길들을 물었다. .....세상의 길이 성에 닿아서, 안으로 들어오는 길과밖으로 나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터이니, 길을 말하라." 흘러가는 시간을 너무도 선명하게 문장으로 그려내는 능력도, 막막하고 답답했던 상황을 장면으로 엮어내는 능력도 감탄을 자아낸다. 이 작가, 소나무 끝에 부는 바람도 잡아낼 것 같다. 게다가 그 바람이 부는 이유도 나에게 멋지게 설명해 줄 것 같은데?^^  또, 구중궁궐 신하들에게 물어서 세상의 길을 알던 왕, 신하들에게 물어야만 세상의 길을 걸을 수 있던 왕. 자신의 무능을, 부덕을 탓하느라 애간장이 녹아버린 짠한 왕을 애처로워 쓰다듬는 듯한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 게다가 먹을 것을 주면 왕도 내어주는 사공 같은 백성도, 그 백성을 안쓰러워하면서도 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 백성을 베어버리는 김상헌 같은 신하도 품어버리는 작가의 능력이란!   

"전하,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치욕은 죽음보다 가벼운 것이옵니다. 군병들이 기한을 견디듯이 전하께서도 견디고 계시니 종사의 힘이옵니다. 전하, 부디 더 큰 것들도 견디어주소서.",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하여 못할 짓이 없는 것이옵니다." 최명길의 말처럼 왕은 살아남기 위해 남한산성에서 나와 칸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강자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하나 맞서 싸우다 죽어야하나?' 누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왕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대답하지 못한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라고 생각할밖에.

 칸을 따라 가야하는 세자의 손을 잡은 아비, 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울컥 눈물이 난다. 왕도 세자도  울컥 눈물이 났을 것이란 생각에 말이다.

 고요했지만 치열했을 남한산성에서의 47일을 선명하게 그려준 작가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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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살아남기 위한 치욕에 눈물겨운 우리 역사 이야기...힘이 없는 국가는 어떤 면에서 지금도 마찬가지 굴욕을 견뎌야겠죠.ㅠㅠ

하늘닮은호수 2008-04-2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견디어야 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수를 리메이크하다 시인세계 시인선 17
문세정 지음 / 문학세계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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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라는 시를 한겨레에서 읽자마자 구입한 시집이다. 살다보면 흠씬 비 맞고 싶은 날 있지 않던가? 아마도 이 시를 읽은 날이 내게 그런 날이었으리라. 헌데 비가 안 와서 우울해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문세정의 '우기'라는 시가 내게 빗물을 쏟아주더라. 그래서 '맘껏 흡수'했지!^^ 흠뻑 젖어 행복했다. 그래서 시인에게 감사해하며 여기저기 이 시집을 알리고 다닌다. 선물도 하고^^

 문세정은 사람이다. '그대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도 쉽게 무너져 내리는' 연약지반구역을 가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던가? 나 역시 자꾸자꾸 무너져 내리는 연약지반구역을 어떻게 복구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고 있는 것,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모두를 보여주는 이 시인의 감성이 부럽다. 한참이나 이렇게 부러워하고 앉아있다......쭈욱......... 

 

 

<예수를 리메이크하다>중에서 오늘 나를 설명하는 시 한편 적어본다.

음지식물

 

난 이상하게 어두운 곳이 좋더라

빛이 한발 비껴간

골방 골목 골짜기

그런 곳에 있다 보면

어느새 맘이 편해지더라

정면에서 쏘아대는

햇빛 불빛 눈빛

그런 것들은 뾰족한 가시 같아서

어딜 가나 구석지고 은밀한 곳을 찾지

굳이 설명하자면

적당한 고립을 즐긴다고나 할까

아무튼 어느 정도

가려진 공간에 있을 때

맘이 편하고 차분해지더라

내가 너무 폐쇄적이라고?

그렇게 보이더라도 할 수 없지

 

아주 오래 전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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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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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남짓 뚝딱 읽어버려 작가한테 외려 미안한 책이다. 작가는 이 글을 쓰느라 오랜 시간 4백년 전을 오고 갔을텐데!

 4백년 전 무덤에서 나온 미라와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신발, 그리고 편지. 그 편지에 담긴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극진한 사랑 얘기가 조두진의 가슴에서 새로 피어났다. 하늘의 꽃 소화를 꺾어 인간 세상으로 달아난 아름다운 여인 여늬. 그 여인을 벌하려 인간세상으로 따라온 악귀 팔목수라. 그녀를 버려야 살 수 있는 남자 이응태. 이응태의 아비는 그에게 소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소화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온갖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지만 운명은 가혹하게도 그를 소화 꽃을 꺾어 인간세상으로 달아난 여인 여늬에게 데려다 놓는다. 그런데 여늬를 찾아헤매던 팔목수라 역시 여늬를 찾아내 그녀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가혹한 형벌.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그녀는 그 시간을 긴 편지를 쓰며 보낸다. 구구절절이란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편지를 나는 써 본적이 있던가?  사랑하는 사람을 둘이나 먼저 보내고 홀로 앉아 먹을 갈고 편지를 쓰던 몸도 머리털로 하얗게 세어버렸을 것 같은 여늬. 그러다지쳐 스스로 삶을 져버렸을 여늬는 얼마나 능소화처럼 아름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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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05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 기막히게 요염스러운 꽃? 난, 이런 이미지로 다가오는데... ^^
구구절절이란 말에서 그 사랑을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