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남편과 함께 차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나를 오랜만에 본(밤에 왔다가 아침에 가니;;;) 경비아저씨가 "사모님
오랜만에 뵙네요. 어디 멀리 다녀오셨어요?"라며 관심 깊은 인사를 건네신다. 나는 "아니요."라고 얼버무리고 아파트 현관 안으로 쑥 들어갔다. 우리가 사는 동만 해도 40세대가 넘는데 그 많은 사모님을 다 기억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저런
경비아저씨가 계시는 우리 아파트는 괜찮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2. 화요일인 크리스마스 날은 과외를 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어쩌면 우리 가족이 일 년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라 그런지 남편은 내가
가르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내가 가르쳐야 할 학생 중 한 명을 어제 가르쳐 주었다. 나를 위해서인지 자신을 위해서
인지 모르지만, 덕분에 크리스마스날을 아무것도 안 하고 온전히 보낼 수 있게 되었다.
3. 꼬마 해든 이는 사려 깊은 아이이다. 더구나 배려심이 좀 짱인 듯. ^^;; 어젯밤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데 남편이 가르치고 있는데 해든 이에게 전화가 왔단다. 아빠 빨리 집에 오라고 했다는 얘기를 해주는 남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는 걸 목격한 내가 "너 아들과 사랑에 빠졌구나."라고 하니까 해든 이가 so considerate(한)
아이라고 하면서 어제 아침 자기가 면도를 하고 있는데(남편의 전기면도기가 망가져서 요즘 수동식 면도기로 면도를 한다.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기면도기를 선물할 예정이다.) 해든 이가 노크를 하더란다.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어서였다. 들어오라고 하니까
녀석은 소변을 보고 손을 씻는데 차가운 물로 손을 씻더니(녀석은 찬물로 손 씻는 걸 즐긴다.) 따뜻한 물 쪽으로 돌려놓고 나가더란다. 아빠가 더운물로 면도하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한 거다. 사실 이건 아주 조그만 예이다. 녀석은 조그마한 일이든 큰일이든 아빠를 닮아 그런지 사려가 깊다. 해든 이의 아내가 될 사람은 자주 감동할 것이다.
3. 어젯밤 남편과 Safety Not Guaranteed 라는 영화를 보고 잠이 들어야 했는데 잠이 안 오는 거다!!! ㅠ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해봤지만, 대전에 내려오자마자 낮잠을 자서 그런가 30분이 지나도록 잠이 안 와서 알라딘 서재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그만 책을 주문해버렸다는. ㅠㅠ[직업의 광채]
라는 책 때문에!!! 오오오오~~~.
그런데 다행히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니까 알라딘 상자를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슬쩍 끼워 넣으면 남편도 뭐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속으로는 못 말리는 것이라고 머리를 흔들지라도!! 이왕 사는 거 기왕이면 알라딘 다이어리도 받고 싶어서 3권을 더 주워담았다.
[마흔의 서재] 장석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제목에 이끌려,,,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센델의 책은 사 놓고 다 읽지 못하고 있으면서도,,ㅉㅉㅉ
[파리상점] 이렇게 고르니까 3000원을 더 주문해야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다고 나와서 알라딘 생활 처음으로 전자책을 샀다.
[오늘 변화를 이끄는 100가지 마법] 스맛폰으로 하루에 하나씩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또 3,000원이 더 필요했는데 가격도 맞고 해서. 충동적인 구매를 하고 보니 이런 날을 위해 나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4. 책을 주문하고 나니까
[선으로 읽는 금강경]
[장사의 신]
[가재걸음]
[요나의 키친]
[벤투의 스케치북]
[요리를 만나다]
[추억은, 별미]등등등
사고 싶은 책이 또 아른거린다. 도리도리. 착한 일을 많이 하지도 않은 나에게 산타가 선물을 줄 리도 없지만 주더라도 더는 보관할 장소가 없구나. ㅠㅠ 책 생각 그만하고 얼른 씻고 나갈 준비 해야지.
5. 이 포스팅이 2012년의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주인도 잘 찾지 않는 서재를 찾아주신 모든 분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고 해피 새해 맞으시길 바랍니다. 애정을 담아 나비올림.
Al Green - Oh Holy Night
***Al Green이 부른 것이 수많은 다른 버전의 Oh Holy Night 을 압도했습니다. 제 귀에는. 이 노래가 없이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