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 해양생물학자의 경이로운 심해 생물 탐사기
에디스 위더 지음, 김보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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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생각했던 빛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찌보면 새로운 시선으로 자연을 대할 수 있게끔 만들어줄 책으로 기대되네요. .특히 심해에 대해서 너무나 궁금했는데 그 일부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점에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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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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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 서평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7월 서평단 책으로 받은 스터디 위드 X..

책을 받고 책 뒷표지를 보는데 "학교 괴담집"이라고 써있습니다.

이런.. 공포물을 싫어해서 잘 보지 않는 편인데..

(귀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귀신 이야기 정말 무서워합니다...)

괴담집이라니... ...

어떻게 봐야 하나 하는 걱정 한가득... 그래도 봐야하니까.. 책장을 열었습니다.

다행히 이야기들은 길게 풀어내는 스토리가 아니라 짧은 단편소설들 6편이 엮여있습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괴담이긴 하지만.. 무섭지는 않습니다.

(이거 공포소설에 대한 모욕일까요?)

귀신에 대한 공포보다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오히려 더 강하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주제들은 지금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입시부담 #교우관계 #카카오톡대화방 #성적 #집단따돌림 #성상품화

아직은 어른이라고 말할 수 없고, 아이도 아닌 청소년이라는 어중간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이 느낄 수 밖에 없는 당연한 고민일수도 있습니다.

이유리 작가의 [스터디 위드 미]는 어찌보면 가장 공포물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스터디브이로그를 찍는 전교 1등이라니.. 독하게 공부하는 그녀이지만... 공부로 좋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 '유명세'를 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요즘 시대에 '인플루언서' (소위 말하는 유명인)이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일까요? 공부만 잘해서는 소용없다는 말이..과거와는 달라진 현재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공부만 중시하는 것보다 다양하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긴 것은 좋은 데 그 방법이라는 것이 단순히 '유명세'를 가지는 것이라는 점은 어딘가 아쉽습니다.

조진주 작가의 [그런 애]에서도 그렇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자질들 중에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만한 것들만을 내세우다보니.. 실제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은 묻혀버리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연예인을 희망하고, 유명 유튜버가 되고자 하는 것.. 이 모든 일들의 이면에 숨겨진 자신의 모습이 있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야 겠습니다. 그저 유명해지고 싶어서 무모한 활동들을 이어간다면.. 정말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수 없게 될테니까요.. 권여름 작가의 [영고 1830]은 또 다른 유명세와 관련됩니다. 모두가 부정적 시각으로, 비관적 시각으로 누군가를 지켜볼 때에 그 사람이 가지게 되는 심적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왜 사람들이 자살을 하게 되는지..타인의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고 1830]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문제가 되는 1학년 8반 30번이라면 그 번호 자체를 결번으로 하면 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보다 성적순으로 학년 번호를 매기는 행동 자체를 왜 문제시 삼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윤치규 작가의 [카톡 감옥]은 조금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강병세는 왜 정준우를 그렇게 괴롭힌 것인지.. 이유도 나와 있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정준우는 왜 당하고만 있었는가도 생각하게 됩니다. 나푸름 작가의 [하수구 아이] 또한 집단괴롭힘,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한 한 가지 때문에, 잘못된 소문 때문에 '한 사람'을 모욕하고, 모두의 적으로 삼는 행위가 벌어지는 것... 한때 아이들의 철없는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상대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되는 그 일..

사실 왕따와 관련한 글을 읽으면 저 또한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싫어하고, 일부러 거친 말을 했던 때가 있습니다. 하루는 그 상대방 친구가 저에게 찾아와 '자신을 왜 싫어하냐고, 너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날 이후, 그 친구와 친구가 되어 더이상 따돌림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번에는 제가 그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교실에 들어서면 "재수없다"고 이야기하던 반 친구들.. 얼마전까지 같이 식사하며 웃고 떠들었던 친구들인데...

다행히 학년이 끝나가던 시기였고, 새학기가 되면서 다 뿔뿔이 흩어지면서 그 악몽같던 시간은 끝이 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유도 없었고, 악의도 없었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일까요?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호의가 아닌 악의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잠시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던 책 [스터디 위드 X]

무더위가 한참인 시간에 잠깐이나마 머리를 식히면서 읽기에 좋은 소설입니다.

#스터디위드X #창비교육 #권여름 #나푸름 #이유리 #윤치규 #은모든 #조진주

#공포소설 #학교괴담 #스터디위드미 #카톡감옥 #벗어나고싶어서 #영고1830 #그런애 #하수구아이 #청소년소설 #창비 #창비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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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일기 - 시간 죽이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2
송승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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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렇게 게임들이 많다고..

그리고 정말 이걸 다 해본 사람이 있다고..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습니다. 제가 하는 게임이라고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하는 "농장게임"이나 "퍼즐 맞추기"가 전부인데.. 이렇게 다양하고 방대한 게임의 세계라니...

우선 그 게임의 세계에서 압도당했습니다. 특히, 8시간 투손과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일직선의 사막도로를 주행해야 하는 게임 [사막버스]라는 게임은.. 왜 이런 게임이 있는 것이며,, 그걸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인지..이는 시간 죽이기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습니다.

(30) 앉은자리에서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것, 죽지 않고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 그 모두가 좋은 일이고 시간을 죽여볼 수 있다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그것들은 일종의 신적 권능이다. 그러한 권능을 통해 무수한 삶을 살아본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에서는 전생과도 같은 게 아닐까. 그 때문에라도 저 '과도한 리얼'을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 같다.

과도한 리얼을 구사하는 것.. 아마도 게임 덕후들은 그 끝판왕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묘사에 있어서의 리얼,.. 그리고 현실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스토리의 구성까지.. 이렇게 다양한 게임의 세계가 있는 줄 몰랐던 저로서는 모든게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이미 게임덕후들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세계관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도 신기했습니다. 최근 판타지 소설을 보면서 조금씩 세계관을 이해해가고 있었는데.. 게임에서도 그러한 세계들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37) 우리가 어떠한 시뮬레이터를 즐기면서 현실을 체험하듯이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스토리가 없거나, 주연에게 부여하는 개성이 적어 주연 캐릭터가 곧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또 흥미롭게 본 것이 낚시게임입니다. 현실에서도 낚시는 시간 죽이는 레저 활동의 하나인데.. 이를 게임으로 하는 것입니다.

(54) 낚시는 바로 시간과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시간이라니, 그야말로 무자비한 상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흔히들 낚시를 두고 "시간을 낚는 일"이라고 한다. 이 말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낚시는 우리 인생에서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강바닥에 버리고 오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낚시 게임의 최대 장점이 발현된다. 무거운 짐을 챙긴 뒤 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 고생 없이, 방 안에 편히 앉아 - 혹은 누워 = 강바닥에 시간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낚시 게임을 통해 이동에 낭비되는 시간 없이 훨씬 효율적으로 시간을 버릴 수 있다.

저자의 두번째 시간 죽이기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저는 만화 자체는 좋아하는데 '애니메이션'은 잘 보지 않았습니다. 영상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성향때문이기도 한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이거 한번 봐야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가 소개한 여러 애니메이션 중 '기동전사 건담'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왜냐하면 건담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캐릭터인데. .실제 본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자처럼 그 내용을 줄줄이 깨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상태까지 이해할 정도가 될려면 얼마나 봐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118) 전쟁 속에서 선과 악은 분명하게 나뉠 수 없었고, 어린 주인공들은 악을 뿌리 뽑는 정의의 사도이기보다는 원치 않는 전투에 떠밀리는 전쟁의 피해자였다. 로봇들은천하무적이 아니었고, 인가과 똑같이 쉽게 부서지고 터져 나갔다.

(122)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전쟁을 다룬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 전쟁이 그려내는 반전의 메시지는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모순이 생긴다는 점이다. 건담 시리지는 전쟁의 끔찍함을 주제로 내세우지만, 이 참혹한 전쟁은 작품을 통해 멋지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진지하고 참혹하게 그릴수록 아름다워지는 것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몸이 찢어지지 않는 안전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전쟁이란 그저 아름다운 불꽃놀이에 불과할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좋은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망원경을 들고 전쟁을 구경하러 나왔던 사람들의 일화처럼 말이다.

저에게 송승언님의 덕후 일기는 생소한 삶의 한편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게임 덕후나 애니메이션 덕후에 대해서 어떠한 반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아예 모르고 살았던 영역인데.. 이번 일기를 통해 그 세계의 방대함을 느꼈으며, 어떠한 일이든 정말 덕후가 된다는 것은 쉬이 될 수 없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가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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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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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 테마시리즈에서 세번째로 만나게 된 책 [연결하는 소설]의 주제 키워드는 "미디어"입니다.

미디어? 라는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것은 TV, 라디오였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새로운 소식들을 알려주는 제 1 매개체였기 때문입니다.

한편, 마지막으로 TV를 앉아서 본게 언제지? 라는 생각을 해보니.. 최소 2~3일전입니다. 요새는 핸드폰으로 언제든 드라마, 뉴스, 예능을 다 보고 있으니까요..

창비에서는 미디어를 "인간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나 감정 또는 객관적 정보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수단"을 가리킨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라는 것이라는 점을 볼때 지금의 각종 미디어 수단들이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SNS'가 가장 대표적인 미디어 수단이겠지요..

책은 이 미디어를 통해 연결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 8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창비교육소설 시리즈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정말 이렇게 큐레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잘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키워드는 미디어 혹은 말..

이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단편 소설들.. 여기에는 SF소설도 있고, 잔잔한 사회문제제기 소설도 있기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느낌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게 이러한 모음집, 큐레이션 북의 장점이 아닐까요?)

는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미지의 존재 '나'가 화자입니다. 오래된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너무 길어, 다 부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평생이 필요합니다. 나는... 과연 누구일까요?

"소수 언어 박물관"에 모인 천 여명의 화자.. 자발적인 것도 아니고, 강제적으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 마치 '동물원'에 갇힌 아프리카 동물들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과연 이들을 통해 '국가'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니 처음부터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요? 아님 그저 분리하고자 한 것일까요?

(33) 그에게 모어란 호흡이고, 생각이고, 문신이라 갑자기 그걸 '안 하고 싶어졌다'해서 쉽게 지우거나 그만둘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는 말과 헤어지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말과 잘 사귄 것도 아니었다. 말을 안해도 외롭고, 말을 하면 더 외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이야기의 소재는 '말'일수 있으나 이야기의 내면에서는 '인종 차별' '분리' '정상과 비정상' 등 경계선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

의 화자는 '귀신 공선'입니다 .그녀가 캠퍼스를 맴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을 읽고 싶어서"입니다. 살아 있을 때 공선은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죽고 나니 너무 따분해서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독서 메이트를 찾는 것입니다.

(48) 공선은 독서 메이트를 까다롭게 찾아다녔다. 그녀는 본인의 취향에 맞는 글을 대신 선택해 꾸준히 읽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항상 재밌는 책을 잘 골라 읽는 눈 밝은 독자라 하여도 듬성듬성 읽거나, 읽다 마는 사람은 적격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빈 부분 없이 다 읽는 사람을 원했다.

저는 사실 귀신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정말 이런 귀신이 있으면 어떻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개인적인 공간'까지는 따라오지 않고, 공공 도서관에서 읽는 사람을 주로 독서 메이트로 삼는다고 합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효주는 이런 공선의 두번째 독서 메이트입니다. 오늘 태오와 지민은 효주가 쓴 단편소설을 읽고 합평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모입니다. 이들이 합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공선..

그리고 드디어 떠오른 인공호수의 시체..

과연 이 시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미 시작부터 시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주변에서 한가로인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시체의 부패과정이 대조되면서 어딘가 으스스한 느낌을 가져옵니다. 합평 모임에 안 온 효주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는 한 아동 후원단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언젠가 신문속에서 읽었던 것 같은 기시감을 던져줍니다. '가난'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자들에게 '가난'한 자들의 행동을 강요하는 사회... 그들에게는 '가난'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암묵적 굴레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이를 거부한 이에게 가해지는 가차없는 비난들..

언젠가 "아동복지카드"로 돈까스(?)를 먹는 것에 대해서 비난한 사람들을 다시금 비난한 기사가 생각납니다. 소설 속 화제는 '나이키 빨간 운동화'입니다. 일반인도 쉽게 못하는 그 운동화를 사달라고 했다는 것에서 촉발된 논쟁들..

이 논쟁들을 바라보며 '미디어'에서 '가난뱅이'의 삶을 그대로 노출하고, 연출해온 '윤미'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짐을 느낍니다.

(72) 그중 가장 중요한 율법은 절대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진게 없음을, 무엇이 결핍되었는지를 공공연하게 떠벌리는 일이었다. 결핍은 벗기고 벗겨도 계속해서 껍질이 나타나는 양파와 같았다. 한 겹 벗기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또다시 얇은 껍질이 나타났다. 두 눈이 새빨갛게 되도록 나의 결핍을 벗기고 나면, 그 자리엔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양파의 씨앗, 열매 따위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윤미에게 말했다. "어떤 욕망도 드러내선 안돼." 어린 윤미에게 그 말은 신앙이 되었다. 윤미는 어떤 것도 사 달라고, 필요하다고 떼쓰지 않는 '착한' 아이로 자랐다. 어른들은 그런 윤미가 없는 집 아이 같지 않다며 칭찬했다.

(78) '없는 사람'임을 윤미의 입을 통해 드러내선 안 되었지만, 미디어라는 방식을 통해 드러내면 결과가 확연히 달라졌다. 윤미를 단속하던 엄마도 이런 일에는 손을 놓았다. 그것은 윤미를 힘들게 하는 일이었지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엄마에게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걸 윤미는 한참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미디어가 어느정도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방송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가난'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이러한 '각본'으로 인해 점점 '가난한 자'들의 이미지는 확고해지는 것은 아닌지..

(81) 윤미는 제가 쥐고 태어난 숟가락이 무슨 색인지 잘 알았다. 숟가락 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제껏 갖은 애를 쓰면서 살아왔다.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만들면서 숟가락의 색을 그때그때 바꾸려 했다. 그러니 현실을 직시하고 제가 할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했다. 어떤 선택을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다르게 펼쳐질 것 같았다.

과연 윤미는 "빨간 운동화"덕분에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될까요? 아님 이대로 순응하고 살아가게 될까요? (★★★★★)

속 장바구니는 대단합니다.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103종의 책이 담겨 있습니다... 그 정도 담으면 내가 무슨 책을 담았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5) 담고 또 담아도 장바구니는 무거워지지 않았다. 무거워지지 않아서 담고 또 담았다. 담고 또 담아도 되었다. 담고 또 담으면, 온라인 스토어는 내 취향을 파악해 내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었다.

나는 함께 공장에서 일한 친구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에 반해 어딘가 잉여로운 자신의 삶을 싫어하는 것일까요? 문호라는 친구가 보여주는 삶은 어찌보면 내가 살고 싶은 그런 삶이었던 것일까요? 장바구니 자체가 어떤 이의 욕망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입니다. (★★★)

는 그냥 읽으면 '보람 튜브'가 생각이 납니다. 유튜브계의 강자였다가 아동노동 착취 및 작위적인 내용이라고 엄청 몰매를 맞았던 유튜브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본적은 한번도 없다는...) 내용은 그 내용인데.. 막상 여기서 진짜 잘못은 누구에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아'를 위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터뜨린 '막내 작가'라는 언니.. 그런데 막상 그 언니가 과연 '지아'를 얼마나 이해하고, 그 아이를 위한 행동이었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는 말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평가하고 함부로 구원해주느니, 도와준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저는 어찌되었든 그 '막내 작가'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

의 소재는 '당근마켓'입니다. 저는 아직 낯선 누군가와 거래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 '중고 거래'를 통해 단순히 물건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이해해간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러한 이해와 소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작품에서는 '원목 식탁'이 매개체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는데요.. 이러한 소통은 작품이니까 가능한 것일까요? 아님 실제 중고거래에서 이러한 소통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는 "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의 처음 등장한 김애란 작가의 [침묵의 미래]전에 아마 김보영 작가의 [고요한 시대]가 오나봅니다. 이 작품에서는 '인지 언어학자' 신영희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선거'활동을 위해 여러 단어들, 문장들을 가지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작업을 합니다.(마치 괴벨스 같다는..) 그런데 미래 사회에서는 '마인드 넷'이라는 것이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이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굳이 거짓말을 지어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의심스런 상황, 의혹이 제기되더라고 자신의 마음을 그냥 '마인드 넷'에 보여줌으로써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되고, '말'없이 정직한 후보가 결국 대통령까지 당선된다는 이야기입니다.

(183) 언어는 생각을 담고 마음을 지배한다. 나아가서 세상을 지배한다. 신영희가 일생 닦아 온 학문이다. 그 생각 자체가 이처럼 초라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읽으며 과연 '마인드 넷'이라는 것에 접속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No...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 바뀌는 나의 생각들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소통해야 할 생각과 소통하지 말아야 할 생각.. 나만 간직해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걸 구분없이 모두가 이야기한다면.. 이는 혼란만 가중되지 않을까요? (★★★)

는 가난한 달동네에서 태어나 전문사서가 된 '윤현'의 이야기입니다. 퍼시픽이라는 도서 관련 서비스업체에서 일하는 윤현이 "황재윤"이라는 고객은 월 120권의 책을 빌리는데.. 이 빌리는 일이 200년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정을 돌려 쓰는 것인지,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황재윤'의 집에 찾아간 윤현이 보게 되는 것은..

(235) 더 많이 알고 싶고 읽고 싶고 느끼고 싶은 그 마음과, 책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에 대해서, 이제는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그 집념이라는 것에 대해서, 오직 그 집념을 이루기 위하여 숨만 붙은 채 2백년을 살아온 한 몸뚱이에 대해서. 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황재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가 저의 소감입니다.(★★★)

특별히 청소년 소설로 쓴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과 주제에 있어서 '편집자들'의 레이더망에 딱 걸려서 실리게 된 8편의 소설들..

왜 이 소설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메인 주제인 '미디어'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단편집입니다. 이미 여러편의 테마 소설시리즈가 나와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이것을 주제별로 한번씩 읽어봐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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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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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스트본에 거주하면서 '파킨슨 병'에 걸린 남편을 도우며, 이주민으로, 여성으로,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작가 이향규님.

저에게는 이번 작품이 처음 작가를 만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이번 작품을 쓰게 된 것은 '사물'을 통해 생각되는 것들을, 느낌을 '묘사적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생각을 정리해갑니다.

(6) 사물을 잘 묘사해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사물이 기억의 문을 열면 잊고 있던 순간과 묻어두었던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 글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엄마가 자꾸 생각났고, 아픈 남편이 가여워졌으며, 커 가는 딸들이 애틋했고,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마 제목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라는 말 뒤에 붙은 것은 [사람에 대해 쓰게 되었습니다]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저자의 사물을 응시하는 시선, 그 시선 속에 따라오는 사람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나게 됩니다.

그렇게 잔잔하지만.. 무게감있게 다가오는 에세이 [사물에 대해 쓰려했지만]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

어떤 것은 너무나 친숙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외국'이니까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드벤트 캘린더]라는 것은 전혀 들어본 적도 없던 것이어서.. 이게 뭔가 하고 검색도 해봤습니다.

크리스마스까지 24일간 하루에 하나씩 열어보는 캘린더인데.. 이 캘린더 뒤에는 '초콜릿'이 있을 수도 있고, '핸드크림'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글귀'가 있을수도 있고... 기다리는 마음이 아주 극대화된 캘린더입니다.

이 캘린더를 주제로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연결고리"입니다.

(53) 엄마는 "잡아 놓은 날은 반드시 온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기다리는 일이 아득히 멀어 조바심 날 때는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늘 시간은 뚜벅뚜벅 걸어서 어느덧 그날에 도달해 있었다. 어드벤트 캘린더를 곁에 두고 놀이 삼아 성탄을 기다린다. 이제 초콜릿이 몇 개 안남았다.

사실 별거 아닌 어드벤트 캘린더인데.. 이 캘린더를 서로 선물하고 나누면서 누군가를 잊지 않고 있음을.. 매일 하루씩 날짜를 세면서 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리고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그 첫번째가 6.25전쟁입니다. 그 전쟁에 참전했던 영국군 병사들.. 이미 영국에서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는 ...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전쟁.. 그러나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흔적을 모아서 부산의 UN기념관에 전달하는 작가는 이들의 청춘을 기억하고,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이들의 마음을 담고자 합니다.

"영국 한국 참전 용사 협회"에서 발간하는 [모닝 캄]이라는 잡지는 한국 전쟁과 관련된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 전쟁]이란 책을 통해 '이들의 기억'을 소환하고 이를 이어나가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두번째는 비전향 무기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둘다 아픈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어찌되었든 그들이 원한다면 '북한'으로 돌려보내주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새삼해보게 됩니다. '북한'이 좋다면 그들을 '북한'에 보내주는 것...

이 외에도 저자가 하나의 사물을 보며 생각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재미있습니다. 약간은 영국의 삶이 어떤지 살짝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고,

북한 출신 사람들과 살면서 꽁냥거리는 것도 ... 우리가 한민족은 맞구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이 모든 사물들의 이야기가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 또한 재미있는 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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