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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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스트본에 거주하면서 '파킨슨 병'에 걸린 남편을 도우며, 이주민으로, 여성으로,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작가 이향규님.

저에게는 이번 작품이 처음 작가를 만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이번 작품을 쓰게 된 것은 '사물'을 통해 생각되는 것들을, 느낌을 '묘사적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생각을 정리해갑니다.

(6) 사물을 잘 묘사해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사물이 기억의 문을 열면 잊고 있던 순간과 묻어두었던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 글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엄마가 자꾸 생각났고, 아픈 남편이 가여워졌으며, 커 가는 딸들이 애틋했고,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마 제목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라는 말 뒤에 붙은 것은 [사람에 대해 쓰게 되었습니다]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저자의 사물을 응시하는 시선, 그 시선 속에 따라오는 사람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나게 됩니다.

그렇게 잔잔하지만.. 무게감있게 다가오는 에세이 [사물에 대해 쓰려했지만]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

어떤 것은 너무나 친숙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외국'이니까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드벤트 캘린더]라는 것은 전혀 들어본 적도 없던 것이어서.. 이게 뭔가 하고 검색도 해봤습니다.

크리스마스까지 24일간 하루에 하나씩 열어보는 캘린더인데.. 이 캘린더 뒤에는 '초콜릿'이 있을 수도 있고, '핸드크림'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글귀'가 있을수도 있고... 기다리는 마음이 아주 극대화된 캘린더입니다.

이 캘린더를 주제로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연결고리"입니다.

(53) 엄마는 "잡아 놓은 날은 반드시 온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기다리는 일이 아득히 멀어 조바심 날 때는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늘 시간은 뚜벅뚜벅 걸어서 어느덧 그날에 도달해 있었다. 어드벤트 캘린더를 곁에 두고 놀이 삼아 성탄을 기다린다. 이제 초콜릿이 몇 개 안남았다.

사실 별거 아닌 어드벤트 캘린더인데.. 이 캘린더를 서로 선물하고 나누면서 누군가를 잊지 않고 있음을.. 매일 하루씩 날짜를 세면서 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리고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그 첫번째가 6.25전쟁입니다. 그 전쟁에 참전했던 영국군 병사들.. 이미 영국에서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는 ...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전쟁.. 그러나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흔적을 모아서 부산의 UN기념관에 전달하는 작가는 이들의 청춘을 기억하고,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이들의 마음을 담고자 합니다.

"영국 한국 참전 용사 협회"에서 발간하는 [모닝 캄]이라는 잡지는 한국 전쟁과 관련된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 전쟁]이란 책을 통해 '이들의 기억'을 소환하고 이를 이어나가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두번째는 비전향 무기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둘다 아픈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어찌되었든 그들이 원한다면 '북한'으로 돌려보내주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새삼해보게 됩니다. '북한'이 좋다면 그들을 '북한'에 보내주는 것...

이 외에도 저자가 하나의 사물을 보며 생각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재미있습니다. 약간은 영국의 삶이 어떤지 살짝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고,

북한 출신 사람들과 살면서 꽁냥거리는 것도 ... 우리가 한민족은 맞구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이 모든 사물들의 이야기가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 또한 재미있는 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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