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雅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박현빈의 '곤드래 만드래'는 힘차고 역동적이다..
사뭇 발랄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오승근의 '장미꽃 한송이'를 더 좋아한다..

 

 

젊은 우리 작가들의 소설들을 주로 보다가..

오랜만에 만나 본 이문열씨의 글이 그랬다..

마치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오승근의 노래처럼..

 


어린시절 아버지는 내게 많은 책을 사주셨다..

세계문학전집 같은건 기본이고..

위인전이나 무슨 과학시리즈 등등..

그 책들을 다보고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내 생에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서 샀던 소설책이 바로..

이문열씨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대상수상작으로 실려있던..

1987년도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었다..

 

그 책을 원체 재미있게 봤던지라..

그 후로 대구시립 중앙도서관에서 이문열의 책들을 발견하는대로 읽어 나갔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이 삼국지 저 삼국지 많았지만..

이문열의 삼국지를 전공 수업시간마다 열심히 탐독하였고..

-_-

 

그렇게 제일 아끼는 작가로 내맘속에 자리매김 했었는데..

누차 말하지만..

이문열씨는 내가 자기를 아끼는 사실은 몰랐으리라..

-_-

 


어거지로 인연을 엮으려면 나와 같은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출신이란 사실 정도..

 

 

암튼 학창시절의 그 인연이 이어져..

뒤늦게 인터넷으로 도서를 구입하는 방법을 터득했을때..

예스 24에서 가장 처음 주문했던 책도..

새삼 다시 읽고 싶어진 이문열의 삼국지 10권 셋트였을 정도이니..

 

 

 

아가(雅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

 

 

우선 이 책을 보고있으며..

앞서 말했듯이..

그 문장의 유려함에..

역시 이문열 이구나란 생각을 하게된다..

 

워낙에 그 유명세 덕분에 구설수에 많이 오르는 편이긴 하지만서도..

그의 문장만은 역시 필자의 기대를 한시라도 져버리지 않는듯 하다..

 

특히나 내 고향의 정겨운 사투리라던지..

건어물상 혀 짧은 노인들의 대사 같은건..

참으로 놀라웠다고 해야하나..

마치 바로 옆에서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는듯..

 


제목과 달리 내용은..

이문열씨가 성장하던 그 시절에..

옆집 감나무집 딸같은..

그런 문학소녀를 짝사랑한..

희미한 옛사랑의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작가의 고향에 존재했었던..

당편이란 이름의 소위 말하는 반푼이의 몇가지 에피소드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극화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당편이는..

몸과 정신이 정상이 아니다..

동네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잡일 이나마 소소하게 해내면서..

그런 공동체 사회에 나름대로 적응해 나가는 발전을 보이지만..

 


어릴적 버림받은 당편이의 괴이한 등장은..

보는이로 하여금 측은함과 동정심을 자아내고..

어떤 이들에겐 피하고 싶은 무서움으로도 다가왔었다..

 

글을 보면 마치 눈에 선해지듯..

오른팔 휘익.. 왼발이 철퍼덕하는..

당편이의 불편한 걸음걸이..

 

그런 당편이를 거두어준 최초의 사람은..

바로 가세는 점차 기울어가나..

그 양반으로서의 위엄만은 여전하였던..

녹동어르신 이었다..

 

'니가 아무리 미련하기가 소 같은 머슴놈이라 카지마는, 어째 주인 낯을 깎아내라도 이래 여지없이 깎아내롤라 카노? 나는 새도 궁해 품안으로 날아들믄 안 잡는다 카는데 니가 사람 껍데기를 쓰고서, 그래, 명색 사람이 찾아온 거를 어예 이래 박대할 수 있노?

보이 하마 내 집인 줄 알고 찾아온 거를, 그것도 살리달라꼬 찾아온 거를, 뭐라? 꺼다 매삔다꼬? 개 끌듯 끌어낸다꼬? 예라이, 이 숭악하기가 도척 같은 눔아!'


녹동어르신은 저렇게 당편이를 쫒아내려는 사람들에게 역정을 냈더랬다..

 


그리고는 이렇게 당편이를 자기 식구로 맞아들였다..

 

'어예기는 어예? 하마 내 품에 날아든 새를. 당편이는 우리 식구라.

그러이 여러 소리 말고 낑가조라. 너들하고 한 쌈에 여주라, 이 말이따.

타고난 게 들쭉날쭉해도 이래저래 빈줄랴 어울래 사는 게 사람이라.'

 

당편이가 그 허접하고 숱작은 머리채에 갑사 댕기를 했을 때..


'에, 그년 참 곱다. 우리 당편이 댕기 해놓이 한 인물 더 난다.'며..


꿈과 희망을 안겨 준 녹동어르신 이었으니..

 


그래서 였을까..

 

뒷날 녹동 어른이 운명을 달리했을때..

당편이가 보인 슬픔이 그리 유별났던 모양이다..

어떤 감상적인 집안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굵고 맑은 눈물 방울을 그때 보았다고 단언했었다니..

 


그런 당편이와 당편이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하니..

문득 한 편의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이혜경씨의 '틈새'라는 소설집에 들어있던..

'문밖에서'란 단편 소설이었는데..

 

우리는 우리가 살면서 모르는 사이에..

'우리'라는 이름으로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게 되는..

'집단의식'에 의한 폭력과 억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서..

우리 모두가 귀를 뚫었으니 너도 귀를 뚫어야 된다는 권유 아닌 강요..

보다 더 흔하게는..

점심시간에 식당엘 가서 우리 모두 짜장면을 먹으니 너도 볶음밥 시키면서 유난떨지 말고..

그냥 짜장면 먹어라 그러는 것들..

 

하지만 시대가 달라서 그랬던건지..

역설적으로 이 책에선..

그런 우리가 '우리'로서의 테두리안에서..

우리의 역할을 다하게 서로 다독여 주고..

챙겨주고 아껴주고 보살핌으로서..

이 풍진 한세상을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깨우쳐 주고 있다..

 

그렇게 비록 우리라는 집단의식에서 발로한..

그것은 폭력과 억압의 다른 이름인 강요와 강권 이었지만..

그런 우리라는 단체에 꾸역꾸역 엮어 넣음으로써..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한 당편이도 우리와 같은 다같은 사람이고..

우리편이라는 의식을 고취시켜주었기 때문에..


그 작은 동네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며..

수많은 관용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될 정도로 슈퍼스타(?)가 되고..

 

책을 읽으면서도..
그 슬픈 운명을 타고난 그 여인의 질곡많은 삶을..

슬픔대신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흐뭇하게 관조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의 철없던 어린시절의 무리들은..

당편이에게 몹쓸 장난도 하긴 했었는데..

그것 마저도 여성으로서 당편이의 삶에 있어 하나의 재발견을 해주게끔 했던..

그런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던것 같기도 하다..

 

비록 결국엔 아기도 갖지 못하고..

남편과 성도 제대로 공유하진 못했지만..

황장군과의 첫번째 결혼과..

말미에 혀짧은 건어물상과의 동거등으로..

조금이나마..

당편이가 사랑을 느꼈던 사실들도..

약간은 다행스러운 사실들이었다..

 


특히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이 장면..

당편이와 혀짧은 건어물상이 단오날 데이트 하는 장면..


'아이고, 당편아, 니 어데 가노?'

 

'히이잇, 신촌에 약물 먹으로 간다, 우리'

 

'에헴, 우이야꼬(우리라꼬) 맨얄(맨날) 집구석에 트에박혜(틀어박혀) 있을 수사 있예껴(있니껴)? 돈 얌가(남겨) 죽을 때 싸가지고 갈 거도 아이고오....'

 

그리고 이 날의 기억을 끝으로..

화자가 기억하는 당편이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 후 당편이의 말년의 삶은..

그녀를 박대했던 장애인 보호감호 시설로 자기발로 다시 찾아간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던것 같다..

 

이제 당편이에겐..

유일하게 그녀를 '우리'로 인정해 주었던..

그 '우리'가 더 이상 주변에 남아있지 않았었기에..

 

 

처음에 기대했던..

옆집 문학소녀와의 아스라하고 풋풋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아니었지만..

 

그 보다도 더 아름다웠던..

우리 동네 반푼이 당편이에 대한 모든이들의 따스한 사랑..

 

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꽤 오랜만에..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소설을 본 것 같았다..

 

암튼..

감히 추천하고픈 책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이 소설의 마지막 대목을 옮겨 적으며 마무리 짓는다..

 

 

그렇게 당편이가 이해되자 처음 노여워하는 집안 아저씨를 달래기 위해 벌인 그 술자리는 뒤늦은 이별의 의식으로 바뀌었다.

 

해장술과 낮술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독특한 취기에다 십년이나 무의식 속에서 숙성된 추억의 취기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꼭지가 돈 우리는 틀림없이 우리의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탈을 벼르며 기다리고 있을 서울을 까맣게 잊고 대낮부터 삼거리 방석집으로 옮겨 앉았다.

 

그리고 밤늦어 제자리에 꼬꾸라질 때까지 마시며 저마다 당편이에게 때늦은 별사를 바쳤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일품은 아무래도 시인 지망생이 부른 노래일 듯싶다.

 

 


달이여, 너는 내 사랑을 알고 있는가

무덤도 없이 떠난 그녀를

어느 하늘가를 떠도는지

부서진 가슴으로 내 사랑을 찾아 한없이 헤매었네

만일 그녀를 만나거든 내가 울고 있다고 전해 다오.

 

 

달무리 슬픈 그 밤 이별의 눈물

안녕히, 안녕, 내 사랑아

다시 만날 날을 믿으며

헤어져 멀리 있더라도 언제까지나 잊지 않으리라

달빛 속에 사위어가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만약 그 이국 민요의 가사가 그가 번안한 것이고, 그 밤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 당편이에게 바쳐진 것이라면, 그는 젊은 한때의 지망생이 아니라 진작부터 시인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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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 시가 있는 아침 1
이문재 엮음 / 이레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훈련소를 퇴소하고..

자대 배치를 받은지 얼마 안되었던 신병 시절이었다..

 

아직까진 뚜렷하게 전투력을 발휘할 수 도 없고..

삽질이나 낫질조차 어설퍼 작업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우리 입대동기들은 내무반 한 구석에 각잡고 앉은채로 대기중이었다..

 

그때 말년 병장이던 우리 중대 보일러병이 우리를 음침한 보일러실로 불렀다..

보통 보일러병 같은 소위 말하는 땡보직은 중대에서 타 전우들에게 피해를 주는 관심사병들에게 그 임무가 주어졌던 우리 부대의 전례에 비추어..

그 역시도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였었는데..

 

끌려간 우리들은 그래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신나게 두들겨 맞았다..

신병들을 두들겨 패는것도 재미가 시들해졌는지..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꼬와서..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하던 우리 동기들에게 그 보일러병은 주섬주섬..

초코파이를 하나씩 던져주었다..

 

오옷..!!

 

 

구타후에 맛보는 눈물섞인 그 초코파이의 달콤함을 어디에다 비하랴..

 

 

그때였다..

 

참으로 생뚱맞게도..

그 보일러병은 그 순간..

자기가 보일러실에서 손수 지은 시라며..

시낭송을 하기 시작했다..

-_-

 


그 후 각자 느낀바를 발표하고..

별 말 못하는 놈들은 더 맞고..

나처럼 입에 발린 칭찬을 잘했던 놈은 초코파이를 하나씩 더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는..

제대후에 시집을 내었다고 한다..

 

시집의 제목은..

'보일러실에 핀 꽃'이라던데..

그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 후로 12년이란 세월이 지났건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시를 읊어주는 이는 못 만나보았다..

 

 

 

그렇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바로 시집이 되겠다..

 

 


신현림 시인은 어느 글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시를 읽지 않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을까?  시를 읽지 않고 어찌 인생을 알까?'

라고..


이 사회의 강력 범죄는 시를 안 읽어서 생기는 것이며..

지금 우리나라 고위관리 및 국회의원들 중 시를 알고 즐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더랬다..

 


이 책을 엮은 시인이자 경희사이버대 문창과 교수이신 이문재씨도..

(언젠가 거론했던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던 '농담'이란 시를 지었던 그 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텔레비젼 리모콘이나 휴대폰의 전원을 켜듯..

시를 한편 읽고..

시를 삶의 안쪽으로 스며들게 하자고 우리에게 권유하고 있다..

 

 

약간은 독특한 재질의 표지에..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는..

정호승 시인의 '꽃 피는 저녁'의 낭만적인 한 구절이 제목으로 적혀있고..

 

역시 정호승 시인의..

'좋은 시는 우리를 배고프게 하지 않는다.

좋은 시는 우리의 가난한 영혼을 더 이상 가난하게 하지 않는다.'란

글귀도 적혀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문재 시인들이 뽑은 시들은..

2006년 중앙일보에 연재된 '시가 있는 아침'에 소개되었던 시들로서..

흔히들 잘 알고 있는 명시들과는 거리가 먼 생소한 시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그 시들은..

우리 삶의 안쪽으로 스며들려는 노력이 깃들어 있는 시들이라 하니..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곰곰히 한번 곱씹어 보는것도 좋을듯 하다..

 

 

각각의 시 한편한편마다 이문재 시인의 독후감이 개재되어 있는것도 특이하지만..

그의 말대로 시를 읽는 개개인들의 독특한 감상문들이 많이 나오게끔..

시를 우리삶의 안쪽으로 이끌어 들일 수 있게 노력을 경주하는것도..

아름다운 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무척 의미있는 일이되리라 감히 생각해 보았다..

 

 

지난 주말 고향에 다녀오면서..

필자는 몇 권의 시집을 들고 왔었다..

랭보, 바이런, 칼릴 지브란, 김수영, 기형도, 오봉옥..

 

 

과연 이렇게 '시집'을 만나는 시간과..

'시집'을 올 여자를 만날 시간 사이의 경중에 있어..

무엇에 더 큰 비중을 둬야할지 고민했지만..

 

이내 '시를 읊는 여자를 만나자'란 명쾌한 결론을 내리며..

 

허허 웃어버렸다..

 


끝으로 마음에 들었던 시 몇 편으로 마무리 짓는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 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소금인형  -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기러기 가족  - 이상국

 

 

 

- 아버지 송지호에 좀 쉬었다 가요

 

- 시베리아는 멀다

 

-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냇물이 얼지 않는 이유  - 반칠환

 

 

 

겨울 양재천에 왜가리 한 마리

긴 외다리 담그고 서 있다

 

 

냇물이 다 얼면 왜가리 다리도

겨우내 갈대처럼 붙잡힐 것이다

 

 

어서 떠나라고 냇물이

말미를 주는 것이다

 

 

왜가리는 냇물이 다 얼지 말라고

밤새 외다리 담그고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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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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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창시절에 보았던 고전문학 작품들을 다시 보는데 재미를 붙였다..

어린왕자 , 데미안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등..

 

하지만 이 '오만과 편견'은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에서야 통독을 하게 되었으니..

그건 아마도..

세계문학전집 중에서도..

비교적 그 무지막지한 두께에서 오는 중압감이 큰 이유였던것 같다..

제목도 왠지 청소년이 보기엔 약간은 심오해 보였었고..
 

 

무척 어려운 책인가봐..

그래도 저 정도는 읽어줘야 문학소년이 될텐데 하는 '오만' 과..

아냐 아냐.. 저렇게 열라 두꺼운 책은 분명 재미없을거야란 '편견' 때문에..

 


그렇게 학창시절 본인의 간택을 받지 못했던 '오만과 편견'..

 

 

세월이 20년 가까이 흘러..

2006년의 어느 겨울이었다..

경기도 쪽으로 급히 갈 일이 있었던 필자는 지하철 4호선에 몸을 싣게되고..

환승역인 사당에 이르러서..

마치 십계에서 홍해가 갈라지듯 수많은 인파들이 눈앞에서 사라져갈때..

맞은편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던 한 아리따운 아가씨를 보게되었다..

그 때 그 아가씨가 조심스레 펼쳐 들었던 책이..

 

바로..

 

오만과 편견 이었으니..

 

 


그렇게 조금은 시답잖은 이유로..

난 '오만과 편견'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새삼 구입하여 읽어 보았더니..

아니 이게 왠걸..

 


그 대단해 보이던 오만과 편견이 하이틴 로맨스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니..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동 소재 해바라기 분식점을 찾은 은광여고 학생들의 폭발적인 재잘거림 처럼..

언니 제인과 친구 샬롯과 행해지는 엘리자베스의 수다의 향연에 지쳐..

반쯤 보다가 책장을 덮었다가 다시 펼쳤다가 그렇게 일년을 보냈던것 같다..

 

 

그리곤 주말에 대구로 가는 KTX 안에서 댜시 펼쳐 보았는데..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다아시에게 서서히 기울어져가던 그 시점에서 부터..

좀 가속도가 붙어 끝까지 다 보았더랬다..

 


영화 조차도 약간은 지루하게 보았던 기억이 나는..

'엠마' 라던가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을 지은 제인 오스틴..

그녀가 스물한살 무렵 '첫인상' 이란 제목으로 썼던 작품이라는데..

(생각해보면 '첫인상'이란 제목도 썩 잘 어울리는듯 하다..)

 

 

 

베넷가에는 다섯명의 딸이 있다..

모든 남자들이 한눈에 반할 만큼의 미모를 갖추었다고 보여지는..

여성스러운 맏딸 제인과..

이 소설의 화자이자..

그 집안 여자들증 가장 주체적이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듯한..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시키는 기질을 지닌..

둘째 엘리자베스..

그리고 듣보잡 ( 듣도 보도 못한 잡것들 -_-) 수준의 나머지 세 동생..

 

건넛마을에 최진사댁엔 셋째 딸이 제일 예쁘다던데..

서양은 아닌가보다..

 

 

아..

그중에 막내 리이다인지 리디아 인지는 아주 끌고가서 쥐어박고 싶을만큼 철이없고..

속되고 막가는 기집애의 케릭터로 약간 존재감이 있었던듯도 하다..

그리고..

좋은 곳으로 시집가는 것만이 여자의 일생 중 최대 행복이라 굳게 믿고있는..

철없고 속물적인 엄마..

그녀가 남긴 명대사..

'네가 예쁘게 태어난 보람이 있구나..'

 


암튼 이 베넷가의 두 딸이..

능력 좋고 집안 좋은 두 남자..

빙리와 다아시와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이다..

 


제인과 빙리의 결혼은 뭐 그다지 특별한것이 없다..

서로 마음은 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만났다 헤어졌다 반복하다가..

'이제 그 사람과는 좋은 친구관계야..'

라는 식의..

 


나름대로 쿨한척을 해보이는 내숭덩어리 제인..

친구는 개뿔..

짜증나게 시리..

좋으면 좋다.. 싫으면 뭐때문에 싫다..

명확하게 말을 해야할거 아냐..

그러다가 몇가지 오해가 풀리고 결국엔 빙리와 약혼하게 되자..

내가 이 행복을 너희들에게 나눠줄수 없어서 어쩌고 저쩌고..

오만 좋은척은 다하고..

 


자..

이런 제인에 비하면..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얼마나 깔끔한가..

 

말그대로..

나 정도 되는 남자면..

얼마든지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아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오만의 결정체였던 다아시가 청혼을 하자..

과감하게..

 


'즐'

 

 


그런 다아시의 오만한 첫인상이 편견이 되어..

오랜 세월을 솔로로 지내게 되지만..

중간에 들이대던 콜린스 마저 친구인 샬럿에게 가버리는..

별 거지같은 꼴도 다 당하고..

 

 

그때 그 엘리자베스의 명확한 태도와 행동은..

그 후로 다아시 스스로가 더 좋은 남자가 되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있어..

도화선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다아시에 대해 주위의 호의적인 평가를 듣게되고..

그동안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다아시의 진면목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는데..

 

 

그리하여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게 된다는..

이 얼마나 건설적인 스토리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 섬세한 여성의 심리묘사에 있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론..

그런 자존심만 앞세우는 시시콜콜한 싸움은 별로 눈에 안들어오고..

(나도 참 많이 늙었나보다.. -_- 이젠 밀고 당기기가 더 이상 재미있질 않으니..

그냥 당겨보다가 안 땡겨져오면 바로 줄을 놔버리니.. 쯧쯧.. 장가 못 가겄네..)

 

 

 

사람을 대할때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겸손함으로 일관해야함과..

사람을 대할때 편견을 가지고 그 숨겨진 보석같은 면을 간과하진 말자는..

중요한 교훈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문득..

효은이 장가가던 날..

창섭이가 들려준 어른들 말씀이 떠오른다..

 

 

'선보고 맘에 안든다고 연락 안하고 그라지 말아라..

사람이 한번보고 우에 알겠노.. 한 서너번 더 만나 보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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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8-01-18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솔직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무지하게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저도 그 철없는 딸들 때문에 화가 불쑥불쑥 났더랬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1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박유진 그림, 박영난 옮김, 류재명 감수, 오기세 추천 / 북스토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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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간을 아끼려고 독후감을 솔직히 잘 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거나 감명깊었거나 추천할만한 책들만 따로 모아뒀다가 시간이 날때마다 직접 리뷰를 쓰고..

그 외 책들은 인터넷에서 스크랩을 해서 기록으로 남겨두는 편인데..

예상했던대로 당췌 이 책은 리뷰 자체가 별로 존재하질 않아..

-_-;;

 

 


올해들어 느낀점이 있다면..

청소년이나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출판된 책들 가운데..

직장인들이 보아도 큰 도움이 되는 책들이 은근하게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필자가 중학교에 입학하며 청소년이라고 불리우던 그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20년전의 청소년들 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청소년들 수준이 한참이나 높아졌다는 사실의 반증이 아닐까 싶다..

 

 

몇가지 예를들어보면..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이고 허접한 수준이지만..

통독하며 개인적으로 터득한 고전독법의 가장 기초가 되었던..

삼성출판사의 EASY 고전 시리즈 특히 좋았으며..

(아직도 고전사상서를 접할때 쉽사리 이해가 되지않는 개념이 나오면 다시 찾아 펼쳐본다..)


그리고..

여기 저기 많이 추천해서 많은이들이 좋았다고 얘길 해줘서 보람을 느꼈던..

청소년 인물박물관 시리즈 천상병 시인의 전기나..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책만 보는 바보' 등등..

 

직장인들이 봐도 많은것을 느끼게끔 해주는 좋은책들 이었던걸로 기억이 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비교적 쉽게 읽혀서 부담도 덜한편이고..

 

암튼 그런 연유에서 아무 의심없이 구입했던 책이 바로 이책이었다..

항상 좀 더 다양한 분야에 관한 서적을 접하고픈 욕심도 한몫 했을터이고..

 

제목부터 죽이지 않냐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라..

 

얼마나 재밌길래..

 

 


지리란 과목은 본인에게 있어서..

항상 만만한 과목이었고..

타 암기과목에 비해 훨씬 외우기도 쉬웠으며..

공부를 하든 안하든 언제나 고득점이 나왔던 효자과목 이었었다..

 

대학 졸업전 마지막 계절학기에서..

그 오만함에 대한 응징 이었던지..

한참이나 쓰라린 학점을 받고..

호.. 이게 이젠 더 이상 만만치 않는걸이란 경험을 하기 전까진..

 

 

고교시절 우리 지리 선생님의 별명은 '마징가'였다..

성인이 되어 친구들과 학창 시절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느낀점은..

우리나라 어느 학교를 가도 별명이 '마징가'인 선생님은 꼭 존재했었다는 놀라운 사실..

-_-

 


그 시절 마징가 선생님이 들려주시던 지리학적 이야기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론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세계지도' 로 결론지어지게 된 이 책..

 


아주 어릴적..

백과사전 뒷편에 나와있던..

이 넓은 지구촌 여러 나라의 국기들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그 나라 수도의 이름 따위를 열심히 외우던..

그런 어린이였으니..

특히 이 방면으로 관심이 지대했던것 같긴한데..

 

 

 

이 책의 국기편을 한 번 들여다볼까..

 

유럽 국기에 삼색기가 많은 까닭은?

16세기 당시의 세계 선진국이었던 네덜란드가 삼색기를 국기로 하자 다른 나라들도 그 뒤를 이었다는 설..

하지만 네덜란드보다 300년 전부터 오스트리아가 삼색기를 먼저 사용했다는 사실..

그리고 끝..

-_-

 

 

이슬람 국가의 국기에 초승달 마크가 많은 이유는?

초승달이 이슬람권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뭐야..

-_-;;;

 

 


이건 마치..

 

얼마전 새로 들어온 경력사원..

안정숙 과장에게..

 

지금 사시는 대림동이 어디인가요란 나의 질문에..

'대림역 근처요..'란 대답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지리라는 학문을..

아주 지리한 학문으로 알고 두려움에 떨고있을..

그런 학생들에게 지리학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끔 해주는 역할은 어느 정도 해줄듯한데..

격무에 시달린 직장인들이 퇴근 후 시간을 투자해서 보기에는..

모자라는감이 없지 않아 보이는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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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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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놀랍다.. 심히 부럽다..

 

필자에게 이 책의 10자평을 써보라면 아마도 위와 같이 대답했을 것이다..

 

 

19세기의 경전, 21세기의 통찰!

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책..

마하트마 간디 조차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던 그 책..

E.B. 화이트는 만약 우리의 대학들이 현명하다면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졸업장 대신 '월든'을 한 권씩 주자고 했다지..

 

 

이렇듯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일찌감치 사두긴 했었는데..

그 만만찮은 두께와 유난히도 작은 글씨들에 눌려..

진도가 참 더디게 나갈 종류라 판단이 되어..

책장 한켠에 오랫동안 꼽혀있던 책이다..

제 1 장 '숲 생활의 경제학' 앞부분만 약간의 손때를 묻힌채..

마치 정석 수학의 '집합과 명제'랑..

성문 종합 영어의 'TO 부정사' 부분만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 해졌던 것처럼..

 


12월 독서계획표에서 이미 밝혔듯이..

한해의 마지막을 조용하고 경건하게 마무리 하고 싶어서..

새삼 이 책을 다시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주말이던 12월의 첫날..

아주 하루 죙일 이 책을 보았다..

남들보다 책을 좀 빨리 읽는편인 필자가 10시간 넘게 잡고 있었을 정도로..

그냥 건성 건성 쉽게 읽고 넘어갈 책은 아니고..

부분 부분 상당히 많은 생각을 요하게끔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니..

그간 너무 감각적인 글들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그 이유이리라..

따지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말들도 아닌데..

 


올해초에 구입했던 물건중에 'Book Darts'란 물건이 있다..

서구에서 쓴다는 일종의 책갈피인데..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 마지막 마디 만한 크기의 동으로 만든 책갈피이다..

지금 워낙 이책 저책에 꽂아 놓아서 정확한 수량이 파악 안되는데..

그게 수량이 한통 만원정도에 50개 전후로 랜덤으로 담겨진다는데..

내껀 첨에 52~3개 정도였던걸로 기억이 된다..

어느날 어떤 지인이 그건 뭐하는 물건이냐고 물었을때..

소상히 설명을 해주었으나..

아니 무슨 책갈피를 만원이나 주고 사느냐고..

요즘애들 표현대로 이런 '이뭐병'을 보았나란 표정을 짓던데..

(이뭐병 =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그마한 사치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고..

아래와 같은 용도로 필자는 유용하게 쓰고 있는 중이다..

 

 

책을 좀 병적으로 깨끗하게 보는 편이라..

책장을 접어놓는 일도 없고 책에 줄을 그어놓는 경우도 없기에..

재미있는 표현이라던가 마음에 드는 표현이라던가..

인상적인 구절 따위를 만나면 그때 그때 꽂아두고..

책을 다보고 난후에 하나하나 빼내면서 개인적인 블로그에 옮겨 적거나..

따로 어디에 기록해두는 버릇이 있는데..

 

보통 책을 한권보면 10개도 꼽아 두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대략 한 30개 정도 꽂아둔걸 보면..

그만큼..

간만에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봤던 책인것 같고..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제 5 장 '고독' 부분에 많이 꽂혀 있는걸 보니..

그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상경후 나의 화두가 된..

인간의 고독함을 스스로 이겨내고 즐기는 방법에 관한..

소로우의 탁월한 성찰과 실천..

 

 

 

주된 내용은..

알다시피 저자인 소로우가 28세부터 30세까지 2년 2개월 동안..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집 한채를 손수 지어..

노동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며 그 기간 동안 독서와 사색과 자연의 관찰등을 통해..

참다운 인간의 길과 자유로운 인간의 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주변 자연에 대한 예찬을 하며..

한참 산업의 발달에 정점에 이르렀던 그 시절에..

일찌기 물질문명의 폐해에 관한 엄중한 경고를 하고..

그로인해 자연이 훼손되어가는것을 가슴 아파하며 써내려간 기록들이다..

 

그렇게 은둔자적인 태도로 일관했던건 아니고..

그의 거처를 찾는 방문객들과 사회에 대한 열띤 토론도 벌이고..

이틀에 한번정도 마을에 내려가서 사람사는 구경도 하고..

손수 농사도 짓고 낚시도 하며..

자기가 먹을것만 놔두고 나머지는 팔아서 수익을 올리기도 하고..

뭐 그렇게 지냈다고 한다..

 

중간 중간 시시콜콜 가계부 적듯이 뭐 얼마 뭐 얼마 하는식의 기록도 있고..

월든 호수 주변 경관과 동,식물 들에 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도 빛이 나고..

이 책에 유독 많이 등장하는 '우드척' 이란 동물을..

숲 생활 초창기에 시험삼아 잡아 먹었더니..

별로 오래 먹을 건 못되더라는 웃긴 이야기도 담겨 있다..

(궁금해서 네이버 지식 검색을 해서 우드척의 사진을 보았는데..

꽤나 큰 쥐의 몸집을 연상시키며.. 거칠어 보이는 털과 얼굴을 흡사 다람쥐들을 연상시키는..

암튼 그다지 크게 먹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않게 생겼던데 -_-)

 

인상깊은 대목들을 항상 리뷰를 쓰면서 옮겨 적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게 너무 많아서 다 적지를 못하겠다..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 메모노트를 참조하길 바라며..



끝으로 유유자적 안빈낙도한 소로우의 삶을 보며..

나를 둘러싼 문명의 이기들로 부터 미련없이 벗어나지 못하는..

내 자신의 속됨이 못내 부끄러웠고..

아..나.. 이러다 회사 때려치고 산으로 들어가는거 아냐 -_-

 


충분히 지금도 많은걸 가지고 있지만..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아둥바둥..

남을 헐뜯고 비난하기만 하는..

특히 기호 1번부터 12번까지 우리나라 정치하시는분들..

한번쯤 다들 읽어 보시라고 권유하고픈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뭐라고..

이미 다 읽어봤다고..??

 

근데 왜 다들 생지랄들이세요..

 

 

 

 


시 한 줄을 장식하기 위하여

 

꿈을 꾼 것이 아니다.

 

내가 월든 호수에 사는 것보다

 

신과 천국에 더 가까이 갈 수는 없다.

 

나는 나의 호수의 돌 깔린 기슭이며

 

그 위를 스쳐가는 산들바람이다.

 

내 손바닥에는

 

호수의 물과 모래가 담겨 있으며,

 

호수의 가장 깊은 곳은

 

내 생각 드높은 곳에 떠 있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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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8-01-09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ook darts 이야기 정말 압권입니다. ㅋㅋ 저도 책 깨끗이 본다고 자부했더랬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리뷰글들 잘 보았어요. 올해에도 즐거운 독서 많이 하세요~

책을든남자 2008-01-09 09:3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첫댓글 감사합니다.. ㅎ
차우님도 즐거운 독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