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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최근 학창시절에 보았던 고전문학 작품들을 다시 보는데 재미를 붙였다..
어린왕자 , 데미안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등..
하지만 이 '오만과 편견'은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에서야 통독을 하게 되었으니..
그건 아마도..
세계문학전집 중에서도..
비교적 그 무지막지한 두께에서 오는 중압감이 큰 이유였던것 같다..
제목도 왠지 청소년이 보기엔 약간은 심오해 보였었고..
무척 어려운 책인가봐..
그래도 저 정도는 읽어줘야 문학소년이 될텐데 하는 '오만' 과..
아냐 아냐.. 저렇게 열라 두꺼운 책은 분명 재미없을거야란 '편견' 때문에..
그렇게 학창시절 본인의 간택을 받지 못했던 '오만과 편견'..
세월이 20년 가까이 흘러..
2006년의 어느 겨울이었다..
경기도 쪽으로 급히 갈 일이 있었던 필자는 지하철 4호선에 몸을 싣게되고..
환승역인 사당에 이르러서..
마치 십계에서 홍해가 갈라지듯 수많은 인파들이 눈앞에서 사라져갈때..
맞은편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던 한 아리따운 아가씨를 보게되었다..
그 때 그 아가씨가 조심스레 펼쳐 들었던 책이..
바로..
오만과 편견 이었으니..
그렇게 조금은 시답잖은 이유로..
난 '오만과 편견'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새삼 구입하여 읽어 보았더니..
아니 이게 왠걸..
그 대단해 보이던 오만과 편견이 하이틴 로맨스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니..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동 소재 해바라기 분식점을 찾은 은광여고 학생들의 폭발적인 재잘거림 처럼..
언니 제인과 친구 샬롯과 행해지는 엘리자베스의 수다의 향연에 지쳐..
반쯤 보다가 책장을 덮었다가 다시 펼쳤다가 그렇게 일년을 보냈던것 같다..
그리곤 주말에 대구로 가는 KTX 안에서 댜시 펼쳐 보았는데..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다아시에게 서서히 기울어져가던 그 시점에서 부터..
좀 가속도가 붙어 끝까지 다 보았더랬다..
영화 조차도 약간은 지루하게 보았던 기억이 나는..
'엠마' 라던가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을 지은 제인 오스틴..
그녀가 스물한살 무렵 '첫인상' 이란 제목으로 썼던 작품이라는데..
(생각해보면 '첫인상'이란 제목도 썩 잘 어울리는듯 하다..)
베넷가에는 다섯명의 딸이 있다..
모든 남자들이 한눈에 반할 만큼의 미모를 갖추었다고 보여지는..
여성스러운 맏딸 제인과..
이 소설의 화자이자..
그 집안 여자들증 가장 주체적이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듯한..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시키는 기질을 지닌..
둘째 엘리자베스..
그리고 듣보잡 ( 듣도 보도 못한 잡것들 -_-) 수준의 나머지 세 동생..
건넛마을에 최진사댁엔 셋째 딸이 제일 예쁘다던데..
서양은 아닌가보다..
아..
그중에 막내 리이다인지 리디아 인지는 아주 끌고가서 쥐어박고 싶을만큼 철이없고..
속되고 막가는 기집애의 케릭터로 약간 존재감이 있었던듯도 하다..
그리고..
좋은 곳으로 시집가는 것만이 여자의 일생 중 최대 행복이라 굳게 믿고있는..
철없고 속물적인 엄마..
그녀가 남긴 명대사..
'네가 예쁘게 태어난 보람이 있구나..'
암튼 이 베넷가의 두 딸이..
능력 좋고 집안 좋은 두 남자..
빙리와 다아시와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이다..
제인과 빙리의 결혼은 뭐 그다지 특별한것이 없다..
서로 마음은 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만났다 헤어졌다 반복하다가..
'이제 그 사람과는 좋은 친구관계야..'
라는 식의..
나름대로 쿨한척을 해보이는 내숭덩어리 제인..
친구는 개뿔..
짜증나게 시리..
좋으면 좋다.. 싫으면 뭐때문에 싫다..
명확하게 말을 해야할거 아냐..
그러다가 몇가지 오해가 풀리고 결국엔 빙리와 약혼하게 되자..
내가 이 행복을 너희들에게 나눠줄수 없어서 어쩌고 저쩌고..
오만 좋은척은 다하고..
자..
이런 제인에 비하면..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얼마나 깔끔한가..
말그대로..
나 정도 되는 남자면..
얼마든지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아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오만의 결정체였던 다아시가 청혼을 하자..
과감하게..
'즐'
그런 다아시의 오만한 첫인상이 편견이 되어..
오랜 세월을 솔로로 지내게 되지만..
중간에 들이대던 콜린스 마저 친구인 샬럿에게 가버리는..
별 거지같은 꼴도 다 당하고..
그때 그 엘리자베스의 명확한 태도와 행동은..
그 후로 다아시 스스로가 더 좋은 남자가 되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있어..
도화선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다아시에 대해 주위의 호의적인 평가를 듣게되고..
그동안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다아시의 진면목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는데..
그리하여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게 된다는..
이 얼마나 건설적인 스토리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 섬세한 여성의 심리묘사에 있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론..
그런 자존심만 앞세우는 시시콜콜한 싸움은 별로 눈에 안들어오고..
(나도 참 많이 늙었나보다.. -_- 이젠 밀고 당기기가 더 이상 재미있질 않으니..
그냥 당겨보다가 안 땡겨져오면 바로 줄을 놔버리니.. 쯧쯧.. 장가 못 가겄네..)
사람을 대할때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겸손함으로 일관해야함과..
사람을 대할때 편견을 가지고 그 숨겨진 보석같은 면을 간과하진 말자는..
중요한 교훈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문득..
효은이 장가가던 날..
창섭이가 들려준 어른들 말씀이 떠오른다..
'선보고 맘에 안든다고 연락 안하고 그라지 말아라..
사람이 한번보고 우에 알겠노.. 한 서너번 더 만나 보거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