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씨 안녕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5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호시 신이치의 초기 단편집

 

 

 

세번째로 만나 본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다. 모름지기 시리즈란 횟수가 거듭될수록 진화해야 할터인데 앞서 두 작품에서 언급한 '뒷통수 치기' 면에서는 이 책은 좀 강도가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례적으로 책 말미에 '저자 후기'가 수록되어있어 읽어 보았는데 그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듯 하다. 이 책이 시리즈 중 열다섯번째인데 개재된 모든 작품들이 1961년 6월 이전의 작품인 그의 초기 단편집이라고 한다. 쇼트 쇼트 (초단편 소설) 시리즈를 처음 쓴 것이 1957년 SF 동인지 '우주인'의 창간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하니 그의 초기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된 듯 하다.

 


우주인이다 아니다 우주관광객이다 뭐다 남의 나라 기술이 어쩌고 우리나라 기술이 어쩌고 말들이 많지만 다 차치하고 한 두달여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소연양이 대기권 밖으로 살짝 나갔다가 돌아왔다. 후원한 모 방송사의 지나친설레발이로 그 의미라든지 여타 여러가지로 본인은 무덤덤하게 받아 들였던 면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우주 시대로의 도전을 시작했다는 면에서는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 사건과 맞물려 그 즈음에 이 책을 알게 되어 그런지 의미가 남달랐던 책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 보다 거의 50년이나 앞선 1961년 4월 구 소련의 가가린 소좌는 벌써 대기권 밖을 나갔다가 왔다. 그 당시 '주간 아사히'가 우주 특집을 간행했을때 이 책 중 세가지 이야기들이 실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동경과 열망이 유행이 되었을 때 덕분에 호시 신이치도 그 우주 이야기들을 토대로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그에게도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그 우주시대의 유행이 반영된 것이니 우주와 외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미래 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재미나게 그려낸 발군의 솜씨는 초기 작품집인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한 남자가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만들었던 최첨단 '디럭스 권총'에서 시작하여 '어긋남'편에 등장하는 슈터 서비스 까지 미래의 신기한 물건이나 편의 시설들을 미리 만나보는 재미도 여전히 쏠쏠하다.

  


이번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단연 '사랑의 열쇠'이다. 앞서 거론한 그런 '미래의 신기한 물건'의 등장에만 그치지 않고 '로맨스'로 승화시켰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많은 점수를 주었다. 이제까지 본 쇼트 쇼트 스토리 중 사랑 이야기는 처음인것 같기에 말이다. 로봇도 좋고 외계인도 신기하지만 그래도 독자들의 뇌리에 깊이 남는건 애절한 러브 스토리가 아니겠는가.

 


또한 신문 기사의 형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짜맞추어 가는 독특한 구성의 '섹스트라' 역시 흥미롭다. 섹스트라라는 진귀한 물건이 일으키는 일종의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특히나 이 작품은 호시 신이치의 작품 중 처음으로 상업지에 실렸던 작품으로 그가 작가가 된 계기가 된 작품이라하니 이번 책에서 만나본것은 나름대로 행운이었다.

 


어찌되었든 플라시보 시리즈는 계속 된단다. 앞으로도 쭈욱~ 끝으로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플라시보 시리즈는 정말 읽히기는 술술 흥미롭게 제일 잘 읽히는데 서평쓰기는 제일 어렵다. 호시 신이치처럼 마구 마구 쓸글이 번뜩번뜩 떠오르는 사람을 닮아가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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